[연합시론] '반쪽 내각' 출범, 여야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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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반쪽 내각' 출범, 여야 모두의 책임이다
  • 연합뉴스
  • 승인 2022.05.1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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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총리 후보자와 인사하는 윤석열 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와 인사하고 있다. 2022.5.10 [국회 사진기자단]
한덕수 총리 후보자와 인사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와 인사하고 있다. 2022.5.10 [국회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으로 새 정부의 닻이 올랐으나 내각은 '반쪽'으로 출범하게 됐다. 중앙정부 행정부처 중 수장이 공석인 곳이 절반이라는 것이 아니라 새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이 절반이라는 것인데, 실제로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윤 대통령이 지명한 18명의 장관 후보자 중 지금까지 임명장을 받은 사람은 단 7명이다. 그나마 김부겸 국무총리가 신·구 내각의 연결 고리 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덕분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김 총리의 제청을 받아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7명을 임명했다. 청문회를 마쳤으나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는 정호영(보건복지부), 한동훈(법무부) 후보자 등 7명이고 권영세(통일부) 후보자 등 3명은 청문 과정이 진행 중이다. 김 총리의 사퇴 후 추 부총리가 12일부터 총리 권한 대행으로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하게 되면 윤 대통령은 나머지 후보자도 차례로 임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여부가 안갯속인 가운데 장관 상당수가 국회 동의 없이 임명되면 정국 급랭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소통과 협치가 복원되지 않을까 하는 국민의 기대가 무색해졌다.

내각 구성과 관련해 여야는 상대가 '몽니'를 부린다고 삿대질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국민 정서상 납득하기 어려운 측근 인사들을 고집한다고 비난하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새 정부의 국정을 처음부터 흔들겠다는 의도에서 무리하게 발목을 잡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극단적 지지자가 아니라면 어느 한쪽이 100% 맞고, 한쪽은 100%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양당 모두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들이다. 문제는 의견 차이가 크다는 것이 아니라 그 간격을 좁히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인데 이게 실종됐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부인했지만 한동훈, 정호영 후보자 임명을 총리 인준과 연계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인사청문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는 발상이다.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 도덕성 등을 엄격히 따져 적격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문제를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국민의힘도 위법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대 여론이 높은 후보자를 무조건 감싸서는 안 된다. 거대 야당의 기세에 밀리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으나 과거의 예를 보면 야당과의 기 싸움에 집착하다가 부지불식간에 그 대상이 국민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의 걱정처럼 당장 12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의결을 위한 첫 국무회의가 아예 열리지 못하는 상황까지는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른 시일 내에 대통령이 새 총리·장관과 함께 국정을 논의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 맞는다. 야당이 된 민주당은 '한번 해보라'며 협조하고, 국민의힘도 되도록 민주당이 거부할 만한 명분을 주지 말아야 한다. 대선 후에도 신·구 권력이 사사건건 충돌한 배경에는 초박빙의 개표 결과와 6·1 지방선거가 자리하고 있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전체 국민보다 자기 진영 지지자만 보고 하는 정치에 대한 유혹을 떨치지 못한 듯하다. 윤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후보 시절 여러 차례 강조했던 통합이나 협치라는 단어가 사라진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유와 공정에 기초하지 않은 통합은 허구라는 윤 대통령의 철학이 반영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협치와 통합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자유의 확대'라는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해 내용을 축약하는 과정에서 빠진 것이거나 너무 당연한 말이라서 생략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면 정치의 공간은 지극히 협소해지고 진영 논리가 판을 치면서 결국 모든 국민이 피해자가 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의를 독점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나 공명심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여소야대라는 정치 지형을 만든 국민의 뜻을 헤아려 국정 공백이 길어지지 않도록 함께 힘을 합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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