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당대 최고의 검사' vs '조선 제일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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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당대 최고의 검사' vs '조선 제일검'
  • 연합뉴스
  • 승인 2022.05.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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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잠긴 한동훈 장관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기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2022.5.17 (사진=연합뉴스)
생각에 잠긴 한동훈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기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2022.5.17 (사진=연합뉴스)

17일 취임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사 시절 '조선 제일검'이란 별명을 얻었다. 검사에게는 최고의 찬사다. 74년 검찰 역사상 이 정도의 수식어가 붙은 사람은 '당대 최고의 검사'로 불린 이명재 전 검찰총장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 전 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검찰 선배, 한 장관은 윤 대통령이 가장 아끼는 후배로 알려져 있다. 이 전 총장(1943년생, 사시 11회)은 한 장관(1973년생, 사시 37회)의 대선배다. 이 전 총장은 경북 영주의 시골이 고향이고, 한 장관은 서울 강남 8학군에서 성장했다. 윤 대통령이 두 사람을 각별히 여기는 이유는 들은 바 없으나, 이 전 총장과 한 장관의 이력을 살펴보면 닮은 부분이 적지 않다.

이명재 전 검찰총장의 2002년 11월 총장 재임 당시 모습
이명재 전 검찰총장의 2002년 11월 총장 재임 당시 모습

우선 두 사람 모두 서울법대 출신이고 검찰의 특수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 전 총장은 대검 중수부 3·2과장, 서울지검 특수1부장, 대검 중수부장, 서울고검장을 역임했다. 중수부 과장 시절 '이철희·장영자 어음 사기', '명성그룹', '5공 비리' 등의 사건을 처리했고 중수부장 때에는 '환란 사건', '세풍 사건' 등을 수사했다. 한 장관도 엘리트 코스를 걸었다. 그는 추미애 장관 부임 이후 좌천당한 시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검사 생활을 서울(대검·서울중앙지검·법무부·청와대)에서 했다. '현대차그룹 비자금' '론스타 주가조작'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이재용 회장 뇌물' '박근혜 국정원 특활비 횡령' '사법농단' 등의 굵직한 사건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살아 있는 권력에 손을 댔다가 정권의 눈 밖에 났던 것도 닮은 점이다. 김대중(DJ) 정부 말기 '이용호 게이트' 등으로 검찰이 위기에 빠졌을 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 전 총장은 DJ 아들 홍업·홍걸 씨를 구속했다. 당시 여권에서는 '정권을 죽이려 든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꿋꿋이 버티던 그는 서울지검에서 '피의자 구타 사망 사건'이 발생하자 주변의 만류에도 스스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검찰로 복귀한 지 9개월여 만이었다. 한 장관은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적폐 청산 수사를 주도했고 최연소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조국 수사 이후 부산고검 차장을 시작으로 4차례 좌천성 인사를 겪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검찰총장 후보군에 포함됐지만 자진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후보군에서 빠졌다고 한다.

이러한 이력과 달리 두 사람의 기질은 다소 대조적이다. 이 전 총장이 절제를 미덕으로 삼는 외유내강의 '선비 스타일'이라면, 한 장관은 매사에 거침이 없는 외강내강의 '강남 스타일'로 평가받는다. 이 전 총장이 검찰 시절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보인 데 비해, 한 장관은 온갖 수모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진정한 무사는 추운 겨울날 얼어 죽을지언정 곁불을 쬐지 않는다"(이 전 총장 취임사), "광기에 가까운 집착과 린치를 당했지만 팩트와 상식을 무기로 싸웠다"(한 장관 검찰 사직글)는 글은 두 사람의 성격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전 총장이 폭탄주를 즐긴 반면 한 장관은 술이 체질에 맞지 않아 콜라를 마시는 것도 서로 다른 점이다.

이 전 총장 임명 당시 여야 모두 환영의 뜻을 밝힌 것과 달리 한 장관에 대해 야당이 강력히 반발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두 사람의 기질 차이도 그중 하나일 수 있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찌 됐든 이제 한 장관은 '검수완박' 등으로 혼란에 빠진 검찰조직을 추스르면서 법치와 사법 정의를 재정립할 무거운 책임을 떠안게 됐다. 중수청 설치 등에 관한 행정 조율과 폐지된 민정수석을 대신한 인사 검증도 그의 몫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인권을 보호하고 거악을 척결할 책무가 중요하지만, 법무장관은 법무에 관한 사안을 관장하는 것 외에도 국무위원으로서 정부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정무적 자리이기도 하다. 한 장관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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