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정호영 사퇴, 진일보한 인사 검증 시스템 구축 계기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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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정호영 사퇴, 진일보한 인사 검증 시스템 구축 계기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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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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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사퇴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밤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대강당에서 최근 제기된 자녀 관련 의혹 등에 대한 설명에 앞서 안경을 쓰고 있는 정 후보자의 모습. 2022.5.23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사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밤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대강당에서 최근 제기된 자녀 관련 의혹 등에 대한 설명에 앞서 안경을 쓰고 있는 정 후보자의 모습. 2022.5.23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빠 찬스' 논란을 빚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밤 사퇴했다. 후보 지명 43일만 이다. 정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하고 여야 협치를 위한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며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 원장·부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두 자녀가 이 학교 의대에 편입하고 아들이 4급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공정 이슈의 중심에 섰다. 그는 불법은 없었다고 항변했고 사퇴 입장문에서도 의혹이 허위로 입증됐다고 주장했으나 국민의 눈높이와는 차이가 컸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엄격해진 공적 인물에 대한 국민의 검증 잣대도 그의 낙마에 영향을 줬다. 정 후보자의 사퇴는 윤석열 정부의 장관 후보자 18명 가운데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연금, 교육, 노동 등 3개 분야에 대한 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는데 공교롭게도 연금, 교육 주무 부처가 수장이 없는 상태로 출발하게 됐다. 개혁을 이끌만한 자질과 도덕성을 갖춘 인물을 하루빨리 물색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24일 정 후보자의 사퇴가 '만시지탄'이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지적에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런 공방은 사퇴의 함의를 둘러싼 양당의 시각차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덕수 총리 인준, 정 후보자 사퇴, 후반기 국회 원 구성,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등은 각각의 논리에 따라 처리해야 할 독립적 사안이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크든 작든 일정한 영향을 주고받게 마련이다. 국민의힘은 정 후보자의 사퇴로 민주당에 새로 빚이 생겼고, 따라서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포함한 원 구성과 추경 문제에서 민주당이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일 테고 민주당은 처음부터 부적절한 인사인데다 대승적으로 총리 인준에도 협조한 만큼 서로 빚을 청산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인식의 간극은 총리 인준과 윤 대통령의 5·18 기념식 참석을 계기로 모처럼 조성된 협치 분위기가 다시 흐트러질 위험에 처했음을 뜻한다. 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총리 인준이나 정 후보자의 사퇴는 모두 지극히 상식적인 결론이다. 어느 쪽이든 이를 거스르는 결정을 했다면 상당한 정치적 손실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원 구성이나 추경 처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상식선에서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명분은 물론 실리에도 부합하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 후보자의 낙마는 새 정부의 국정 운영과 인사 스타일에 대한 재점검의 기회이기도 하다. 집권 초기라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겠지만 의욕이 앞서 소홀한 부분이 없는지 성찰하고, 필요하면 과감하게 수정해야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윤 대통령은 지연, 학연, 성별, 세대 등에 대한 인위적인 안배나 할당을 배제한 능력주의 인사 원칙을 내세웠으나 측근·지인 위주로 인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 또한 사실이다. 좁은 인력풀에서 벗어나 널리 인재를 구하려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 정 후보자의 경우를 보면 인사 검증 과정에서 이런저런 의혹이 확인됐어도, 그렇지 않았어도 문제이다. 알고도 윤 대통령과 '40년 지기'라는 이유로 눈 감았거나 직언을 주저했다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집무실까지 이전한 윤 대통령의 의지가 국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신호이다. 몰랐다면 당연히 인사 검증 시스템에 허점이 없는지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 물론 장관 후보자 지명이 새 정부 출범 전이라 검증이 완벽하게 이루어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면서 고위공직 후보자 검증 업무를 법무부와 경찰에 넘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적 현안이 켜켜이 쌓여있는데 인사 문제에서 발목이 잡혀 정책을 제대로 펴보지도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전의 여러 사례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한층 진일보한 인사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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