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치우는데도 '관할타령'…광주 자치 행정의 민낯
상태바
쓰레기 치우는데도 '관할타령'…광주 자치 행정의 민낯
  • 연합뉴스
  • 승인 2022.05.29 1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하차도 생활 쓰레기 청소 민원에 광주시청-북구청 '핑퐁'
광주 빛고을대로 지하차도 주변에 쌓인 쓰레기와 낙하물[독자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 빛고을대로 지하차도 주변에 쌓인 쓰레기와 낙하물
[독자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위험한 도로 위 쓰레기 치우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시청과 구청이 이렇게 책임을 미룰 일인가요. 이게 바로 광주 자치 행정의 민낯이네요."

A씨는 평소 출퇴근길 도로 위에 방치된 자동차 잔해와 생활 쓰레기가 위태롭게 보여 치워달라는 민원을 냈다가 오히려 화만 났다.

그가 제기한 민원은 광주 북구 빛고을대로 연제·신용 지하차도 인근에 쓰레기가 오랫동안 치워지지 않고 쌓여 있어 사고 위험이 높다는 내용이었다.

반년째 치워지지 않은 쓰레기를 봐온 A씨는 지난달 말께 처음 민원을 제기했지만, 돌아오는 건 말로만 듣던 행정 기관 사이의 민원 주고받기(이른바 '핑퐁')뿐이었다.

광주시는 A씨가 제기한 민원 대상이 광주 북구 관할 시설이라고 민원을 북구청에 이관했다.

그러나 북구는 해당 지하차도가 폭이 20m가 넘어 기초자치단체 관리범위가 아니라 광주시 소관이라고 다시 책임을 미뤘다.

울화통이 터진 A씨는 담당자에게 항의도 해보고, 광주시 감사위원회에 전화해 민원 처리 실태를 지적하기도 했지만, 변한 건 없었다.

도로 위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비교적 간단한 민원을 요구하는데 전화 통화만 십여 통, 지친 A씨는 이제 걸려오는 공무원들의 전화도 받지 않는다.

광주시청[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시청
[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시는 해당 구간이 시에서 관리하는 자동차전용도로가 아니고, 지하도로 시설물 파손이 아닌 자동차 낙하물이나 생활 쓰레기를 치우는 문제인 탓에 관할 구청 소관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북구청은 해당 구간이 시로부터 사무 위임받은 관리 대상 지하차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청소행정과에서 미화원을 위험한 자동차 도로에 투입할 수 없다는 관련 규정도 들어 광주시나 도로관리 부서가 관리해야 할 도로라는 태도를 나타냈다.

결국 쓰레기 수거는 광주 북구 청소행정과 소속 미화원이 하되, 청소 시 도로 안전 조치는 광주시가 관련 장비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민원을 해소하기로 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향후 시에서 안전 장비 동원 일정을 통보하면 북구에서 지하도 주변 쓰레기를 수거하기로 했다"며 "다만 해당 시설이 광주 북구청이 관리해야 할 대상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해당 지하도가 북구 관할이 아니라는 근거와 규정을 우리도 무수히 많이 제시할 수 있다"며 "그러나 행정 기관 사이에 책임 미루기가 반복되면 안 되기에 북구에서 청소를 하고 부족한 안전 장비는 시에서 지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광주 북구청 전경[광주 북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 북구청 전경
[광주 북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시와 광주 북구청이 민원처리 방식을 이렇게 결정했지만 여전히 해당 지하차도가 자신들의 관할 지역은 아니라는 입장은 그대로 고수하고 있어 향후 후속 관리는 요원하다.

A씨는 "쓰레기는 결국 치우기로 했지만, 여전히 관할 타령하는 행태는 그대로라 앞으로도 해당 도로의 관리 누락은 이어질 것 같다"며 "민선 8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갖가지 공약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광주 행정의 민낯을 본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