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무효' 인구감소, '지역주도-정부지원' 특별법 약발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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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무효' 인구감소, '지역주도-정부지원' 특별법 약발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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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3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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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시행 특별법 국회 통과, 지자체 "환영"…보육 교육 주거 등 특례지원
정부·지자체 역할 분담 모호하고 수도권 규제 다루지 않아 '반쪽' 지적도
인구감소[연합뉴스 자료사진]
인구감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역 주도로 인구감소와 수도권 쏠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마침내 넘었다. 당장, 인구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여러 지방자치단체는 활력을 불어넣을 법이라며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그동안 인구감소 대책은 중앙정부가 주도하여 입안하고 시행했지만,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특별법은 이를 지자체 주도로 바꾼 것이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각 지역이 정책 수립·사업의 시행을 맡고 정부는 지원하는 방식으로 뒤바꾼 것이다.

특히 특별법에 담긴 각종 특례지원은 인구감소 지역의 발전 기반을 마련하는 일대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를 한껏 모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상향식 정책 수립이 되려 사업의 획일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정부와 지자체 간 역할 분담이 모호하다는 지적, 특정 지역에 특례 지원이 쏠리는 데 따른 여타 지역의 박탈감 심화 걱정,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방인구 감소의 주요인으로 꼽히는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는 맹점은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 인구감소지역 지원특별법 뭘 담았나

법은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문제 해결에 지자체가 앞장서고 정부는 뒤로 물러나서 지원하도록 했다. 지역이 인구감소 위기 등에 자율적·주도적으로 대응하고 정부는 행·재정적으로 돕는 형태다.

그간 정부 중심으로 추진된 인구감소 대응체계를 지역 주도로 재편하고 지역에서 인구감소 이슈를 자체 분석해 맞춤형 정책을 추진하되 정부는 이를 지원하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상향식 정책 수립과 시행으로 정부와 자치단체는 인구감소 위기 대응에 5년 단위 기본계획과 1년 단위 시행계획을 세운다.

기초단체인 시군구에서 필요한 정책과 사업을 제안하면 광역단체인 시도가 이를 다듬어 정부에 제시하고 국가 정책으로 수립되도록 한다.

이를 위해 각 지자체에 관련 위원회를 설치해 바닥에서부터 올라갈 인구정책을 입안해 모은다.

단순 의견 취합 수준이 아닌 지자체가 구상한 의견이 협의를 거쳐 중앙정부의 인구정책으로 되는 정책입안 구조를 만들었다는 데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인구감소 지역에 대해서는 인구감소 지역의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보육, 교육, 의료, 주거,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특례지원도 한다.

지자체가 협력해 주민의 생활편의를 높이기 위한 생활권을 설정하고 일자리·창업·주거 정책을 우선 추진해 청년과 중장년의 정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인구감소[연합뉴스 자료사진]
인구감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 특례지원에 포함된 내용은

정부와 지자체는 인구감소 지역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보육·교육·의료·주거·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특례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지자체들의 관심은 온통 이 부문에 쏠려 있다. 애초 52개 특례를 정부에 요청했지만 특별법에 반영된 것은 36개이다. 보육 분야 3건·교육 11건·의료 4건·주거교통 6건·문화 5건·그 외 7건 등이다.

교육 분야의 경우 교육감은 인구감소 지역 내 학교(사립 제외)에 대해 설립 기준 및 인가에 대한 특례를 정할 수 있다.

인구감소 지역으로 교육시설을 설치, 이전하려는 자에게는 행·재정적 지원도 가능하며, 해당 지역 지방대학에 대해서는 기존 법보다 강화된 지원도 할 수 있다.

지자체는 거주 목적으로 수도권에서 인구감소 지역으로 이전하는 사람에게 공유지를 우선으로 매각할 수 있으며, 행정안전부 장관은 인구감소 지역에 지방교부세를 특별 지원할 수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 우선 설치, 방문 진료사업 지원, 이주자 공공임대 주택 우선 공급, 체류 외국인 사증 발급, 취약지역 여객운송사업 요금 지원 등이 구체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또 인구감소 대응을 위한 우수사례를 발굴·확산하기 위한 포상과 재정 인센티브 등의 지원도 가능해진다.

인구감소 지역에 대한 특례는 지자체들이 그간 지역발전에 필요하다고 한 사업들로 향후 활발한 사업 추진이 예상된다.

청년인구 감소 (PG)
청년인구 감소 (PG)

◇ 지자체 "법 통과 환영"…일부는 상대적 불이익 우려

지자체들은 특별법에 대해 인구 감소지역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물적·정책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전체 인구 약 2만6천 명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초미니 지방자치단체' 경남 의령군은 개별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도 실효성 있는 정책 집행이 가능하게 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의령군 관계자는 30일 "지자체마다 필요한 부분이 다르고 인구 정책과 관련해 많이 고민하지만 바로 드러나는 효과도 없고 증명도 어려웠는데 앞으로 상황이 특별법으로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충북 옥천군 관계자도 "인구를 토대로 한 지방교부세 지원, 교육경비 지원 등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인구감소 지역의 인구 유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별법 지원 대상에 14개 지자체 중 11개 시군이 포함된 전북도도 인구소멸 위기까지 내몰린 지역 현실이 특별법 시행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남도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지방을 살리고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며 법 제정을 환영했다.

반면 인구소멸 위험 지역에 해당하는 곳이 없는 지자체들은 오히려 상대적 불이익을 당하는 것 아닌지 우려한다.

울산시도 인구감소를 똑같이 겪고 있는데 정부의 관심도나 지원이 인구감소 지역 지정에만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서울을 제외한 지방은 모두 인구소멸을 걱정해야 할 상황인데, 이번 특별법 시행에 따른 혜택은 농어촌 지역에만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인구 관련 지원책이 지역별 특성에 맞는 진단을 통해 각 지역에 고르게 적용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인구소멸 위험[연합뉴스 자료사진]
인구소멸 위험
[연합뉴스 자료사진]

◇ "특별법, 보완·개선 필요"

특별법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많지만, 기존 정책 재탕으로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시각과 정부와 지자체 간 역할 분담이 모호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병존한다.

충북의 한 지자체는 "귀촌인 등을 대상으로 한 공유지 우선 매각, 공공임대주택 우선 공급 등은 이미 추진돼 온 시책"이라고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도 했다.

또 "국공립 어린이집 우선 설치 역시 사립어린이집의 반대가 심하다"며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 같고 두루뭉술한 내용도 많아 향후 구체적인 정책 마련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법 제정이 실제 인구감소 지역의 인구 증가로 이어질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소성규 대진대 공공인재법학과 교수는 "일본에도 유사한 법이 있는데 일본의 경우 큰 효과가 없었다"며 "의료와 교육 등 각종 혜택을 준다고 해서 실제 인구 유입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평가를 유보했다.

특벌법 효과를 높이려면 관련 지역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면제와 특례 확대를 제안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방인구 감소를 집중 연구하는 충남연구원 이관률 박사는 "국가와 지방정부의 역할 분담이 불명확해 세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상향식 계획에 따른 사업 추진이 나름 의미가 있지만, 이것은 잘못하면 획일화된 사업체계로 이어지므로 매우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지방소멸 대책에는 지방분권이나 수도권 규제 완화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고민이 특별법에 담겨있지 않다는 점을 아쉬운 대목으로 들었다.

이 박사는 "특별법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공공주도였던 정책에서 탈피해 공공과 지역사회가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해 지역주민의 참여와 기초·광역단체의 역할 분담으로 새로운 접근과 해결점을 찾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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