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물가 안정' 실력으로 이뤄내는 것이 6ㆍ1 표심에 답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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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물가 안정' 실력으로 이뤄내는 것이 6ㆍ1 표심에 답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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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0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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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5월 소비자물가 5.4% 상승[연합뉴스 자료사진]
통계청, 5월 소비자물가 5.4% 상승
[연합뉴스 자료사진]

통계청은 3일 5월 소비자물가가 작년 동월 대비 5.4% 상승했다고 밝혔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5.6%) 이후 근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우려스러운 것은 속도다. 작년 11월 이후 올해 2월까지 3%대 후반 수준을 기록하던 물가 상승률은 3월, 4월 두 달간 4%를 기록한 이후 바로 5%대 중반으로 뛰어올랐다. 전월 대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개월 연속 0.7%를 기록할 만큼 가파르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데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5월에 이어 6월, 7월에도 5%대의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6월이나 7월 중에는 상승률이 6% 내외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누적된 재료비 상승, 미국 가뭄과 인도 폭염 등 이상기후로 농작물 수확 차질에 따른 식품 가격 인상, 코로나19로 억눌려 있던 소비 회복 등이 공급과 수요 양쪽에서 물가를 밀어 올리고 있는 형국인데, 그 어떤 요인 하나도 쉽사리 해소될 조짐이 없다.

각 가정에서 느끼는 체감 물가는 훨씬 높다. 통계청이 발표한 외식 물가 상승률은 7.4%였다. 외식 중에도 갈비탕(12.2%), 생선회(10.7%), 치킨(10.9%)이 많이 올랐다. 수요가 증가한데다 재료비, 배달비 등 운영경비가 줄줄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채소 몇 단만 사도 몇만 원을 훌쩍 넘는 물가에 장바구니를 슬그머니 내려놓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침체된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우려가 크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은 "세계 경제의 원유 의존도 감소와 견고한 정책 체제 등을 감안할 때, 1970년대의 극심한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했지만, 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결코 가볍게 보기는 어렵다.

물가 급등과 고금리 문제의 원인에는 외생적 요인들이 많아 당장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고통은 상당 부분 경감할 수 있다. 기업들은 가격 및 임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가격 상승 요인을 자체 흡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통화, 금융, 세금, 환율 등의 정책 수단을 통해 물가를 잡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지난달 30일 발표한 생활ㆍ밥상 물가 안정 대책이 실제 소비자 가격 인하로 나타날 수 있도록 예산 집행과 관계 법령 개정 등 후속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취재진 문답에서 "경제위기를 비롯한 태풍의 권역에 우리 마당이 들어가 있다. 집에 창문이 흔들리고 마당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거 못 느끼느냐"며 "정당의 정치적 승리를 입에 담을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들은 현 정부가 제대로 국정운영을 할 수 있도록 6ㆍ1 지방선거에서 표를 몰아줬다. 윤석열 정부의 첫 시험대는 물가 안정이다. 이제 국민의 여망(輿望)에 실력으로 보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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