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국회 원 구성 지연…행정부 견제 기능 당분간 포기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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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국회 원 구성 지연…행정부 견제 기능 당분간 포기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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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0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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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안 본회의 통과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97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2022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2.5.29 [국회 사진기자단]
추경안 본회의 통과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97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2022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2.5.29 [국회 사진기자단]

국회 공백 사태가 재연했다. 제21대 전반기 국회가 지난달 29일 종료했으나 후반기 원(院) 구성은 일주일째 안갯속이다.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가 대치하는 가운데 6·1 지방선거의 여파로 본격적인 원 구성 협상이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1988년 13대 국회 이후 원 구성까지 기간이 짧게는 9일, 길게는 125일이고 평균은 41.7일이라고 하니 아직 늦은 게 아니라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치 얼마간은 일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 느긋한 양당의 모습을 보면 국회가 과연 삼권분립의 한 축으로 행정부를 감시·견제하는 국가기관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국회의원들부터 국회의 기능과 책임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 아닌가. 국회법만 보더라도 후반기 국회의장·부의장은 전반기 의장단 임기 만료 5일 전까지, 상임위원장은 전반기 위원장 임기 만료일까지 선출하도록 규정돼 있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대놓고 법을 어긴 셈이다.

협상의 최대 걸림돌은 2년 전 원 구성 때와 마찬가지로 법사위원장 문제이다. 당시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여세를 몰아 상임위원장까지 싹쓸이했다. 여야가 의장과 법사위원장 자리를 나눠 갖는 관례도 깨졌다. 민주당은 독주에 대한 비판론이 커지고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지난해 7월 상임위 재배분 협상 당시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합의했으나 최근 이를 번복하려는 듯한 제스처를 보인다. 국민의힘이 최근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 과정에서 사흘 만에 합의를 뒤집은 만큼 1년 전 합의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우선 의장단부터 뽑은 후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일단 의장단이 선출되고 나면 거대 의석의 민주당이 상임위 구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양당이 법사위원장 자리에 집착하는 이유는 법사위가 각종 법안의 처리 과정에서 사실상 '상원'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두 차례 선거에서 중앙과 지방의 행정 권력을 모두 잃은 민주당은 법사위까지 내주면 정부 견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국민의힘은 반대의 경우 개혁 입법이 국회에서 발목 잡혀 국정 동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양보 불가론을 펴고 있다. 지도부가 총사퇴한 민주당이 조기에 전열을 정비하고 협상에 나설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래저래 국회 마비가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

양당의 입장을 보면 나름대로 이해되는 구석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간극이 커 도저히 접점을 찾기 어려운 곳에서도 교집합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치이다. 그런 일을 하라고 국민이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어떻게든 빨리 국정 현안을 놓고 머리를 맞댈 생각은 하지 않고 하염없이 기 싸움만 한다면 정치가 아닌 다른 일을 해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전대미문의 코로나 사태가 진행 중인 가운데 물가 급등으로 민생이 위험 단계에 진입했다. 집값 폭등으로 의욕을 잃은 서민들로서는 업친데 덥친 격이다. 원 구성이 지연되면서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도 오리무중이다. 깜깜이로 우리나라의 교육, 보건복지 정책 수장이 임명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국가 중대사와 국민의 삶을 내팽개치고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과연 무엇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민주당은 전반기에 상임위를 독점했으나 그런 식의 태도 때문에 더 큰 것을 놓친 것은 아니었는지, 국민의힘은 이미 선거 3연패로 내홍을 겪는 야당을 더욱 궁지로 모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과연 도움이 될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양당이 국민의 이익뿐 아니라 자당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서라도 순리와 상식에 따라 한 발짝씩 양보해 조속히 국회를 정상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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