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텃밭의 과거 호남 정치는 정국 현안을 쥐락펴락할 정도로 대한민국을 들었다놨다하며 정치권을 주도했다.
하지만 지금의 호남 정치를 들여다보면 민주당 내 비주류, 변방으로의 몰락 그 자체다.
원래 호남 정치는 중앙 정치 무대의 한 복판에 있었다. '비주류'가 아니라 '주류'로서 할 말은 하면서 호남 발전을 견인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신 정당의 광주·전남 출신 인사들은 당 지도부에 진출해 '호남 정신'을 바탕으로 당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당 지도부에 지역 출신이 있다는 것은 광주·전남 주요 현안이 중앙 정치권에 바로 전달될 통로가 있다는 것.
또 지역민들의 민의를 모아 당에 전달하는, 즉 '호남의 결정'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전진시키는 동력으로 활용됐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중앙 정치권에서 "호남 정치가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사실 지금의 호남 정치는 '주류'에서 '비주류'로 전락했고, 변방으로 내몰렸다.
'정치권 리더'가 없어 의원 간 불협화음으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 당연한 결과다.
지난달 29일로 마감된 21대 국회 전반기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의 영향력이 예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물론 광주·전남 지역구 의원 18명 중 13명이 초선이라는 한계도 있으나, 재선 이상 의원들도 소위 말해 정치권 리더 역할을 못했다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재선 이상 의원들은 이번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각종 잡음이 제기됐음에도 쉬쉬하며 이에 대한 논평 하나 내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지역구 장악에만 몰두했다.
지난 2년 동안 나타난 전남지역 일부 의원들의 불협화음도 정치적 리더가 없다보니 이런 볼썽사나운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 서서히 민주당 텃밭도 본격적인 '진보 대 보수' 구도로 바뀔 조짐이 보인다.
당선은 되지 못했지만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에서도 대부분 15%를 넘으며 명실상부 '제2 정당'으로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보 의제를 공유하는 민주당과 진보정당 일색이었던 광주·전남에 보수정당이 원내 정당으로 들어서면서 정치 구도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민주당 지역 의원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2년 남은 총선까지 존재감을 드러내며 '호남 정치'를 원래대로 복원해야 존재감을 찾을 수 있다.
호남 정치 복원을 위해서는 호남 정치력 결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호남 출신이 민주당 지도부로 진출해 지역의 목소리와 정치적 존재감을 키워나가야 한다.
민주당은 7일 의원총회를 열고 6·1 지방선거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수습과 쇄신을 이끌 새 비상대책위원장에 4선 중진 우상호 의원을 선임했다.
우 의원의 경우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 선언을 한 만큼 중립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분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비대위는 설명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도 이날 "민주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환골탈태할 때"라고 충고했다.
김 당선인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이번 지방선거까지 성찰이 부족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남 유권자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대해 '침묵의 회초리'를 들었다.
대선에 패배하고도 성찰과 혁신에 나서기보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착각에 빠진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어제 광주를 찾아 "광주 투표율을 보며 길을 찾으시라"며 지역 정치권에 고언을 던지기도 했다.
절박함을 토대로 혁신의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정치적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민생을 두고는 여권과 적극 협력하는 모습도 요구된다. 강경 노선은 또 다른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민주당이 침묵의 회초리인 '적극적 기권'에 담긴 광주 민심의 함의를 깨닫고 혁신으로 미래를 열어 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