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일선 학교 촌지 근절 12년…"격세지감…대만족"
상태바
광주 일선 학교 촌지 근절 12년…"격세지감…대만족"
  • 연합뉴스
  • 승인 2022.06.08 13: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부모·교사들 "서로 부담 없고 좋아요…청렴 정책 이어지길"
백화점 상품권. 이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연합뉴스 자료]
백화점 상품권. 이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 자료]

"학교 현장에서 촌지 문화를 10여 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입니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교사가 교감·교장에게 주는 촌지는 거의 없어졌습니다."

전교조 출신인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교육감에 처음 당선된 2010년부터 추진한 '촌지 근절 운동'이 올해로 만 12년을 맞는다.

2010년 전후까지만 해도 일선 학교에서 촌지가 만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부모들은 으레 학기 초에 담임교사에게 '성의'를 표시해야 했고, 스승의 날에도 '선물'을 하지 않으면 찜찜했던 시대였다.

특히 자녀가 초등학교 갓 입학한 학부모들에게는 담임교사가 '슈퍼 갑'이었다.

교사들 내부에서도 '위계질서'에 따라 암암리에 촌지가 오갔었는데, 지금의 '청렴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당시는 암울했던 시기였다.

학부모들과 교사들은 세월이 흘러 돌이켜보면 촌지 근절 운동에 대만족한다고 입을 모은다.

자녀 두 명을 둔 정모씨는 8일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큰아이가 2010년 초등학교 갓 입학했는데 학기 초에 담임교사에게 촌지를 가져다드렸다"며 "이후에는 촌지 근절 분위기가 형성돼 학교 방문이 부담 없어 좋았다"고 회고했다.

광주 서구에서 15년째 홍삼판매점을 운영하는 A씨는 "2010년께까지만 해도 1년 중 홍삼 매출이 가장 많은 날이 스승의 날이었을 정도로 5월 초만 되면 학부모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며 "매출은 줄어 울상이었지만, 저도 당시 학부모로서 학교가 청렴해져 상쾌했다"고 전했다.

광주시교육청 간부급 공무원 B씨는 "2010년과 그 이후 2∼3년간 학부모들이 음료수 박스조차도 교사들에게 선물하지 못하게 한 것은 야박하다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었다"며 "일체 선물을 금지한 것이 지금의 촌지 근절 문화를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촌지 근절 분위기는 2016년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면서 완전히 일선 학교에 착근했다.

박모 교사는 "교사들도 '특별한 날'에 교장 선생님께도 인사를 드려야 했던 것이 큰 부담이었던 시대가 있었다"며 "학교 현장에서 촌지가 없어지니 교사로서 자존감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달 말로 3선 임기를 마치는 장 교육감의 바통을 이어받는 이정선 차기 교육감 체제에서도 촌지 근절을 대표로 하는 청렴 문화가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광주교사 노조는 최근 성명에서 "이정선 교육감 당선인에게 정중하게 당부하고자 한다"며 "광주시교육청의 청렴 정책이 교육감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