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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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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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0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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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자료사진]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10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다. 그간 집무실 용산 이전, 코로나19 손실보상 추경예산 집행, 한미정상회담 개최 등 굵직굵직한 국정 현안들이 비교적 빠르게 성공적으로 매듭지어졌다. 지난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 신승에 여소야대로 인한 식물 정부 전락 우려가 제기됐지만, 6ㆍ1 지방선거의 여당 압승으로 야당이 자중지란에 빠지면서 임기 초반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된 것도 윤석열 정부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 한 달 동안 가장 파격적인 것은 윤 대통령이 출근길에 기자들 앞에서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을 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성공적으로 이어간다면 권위주의를 벗고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준 최초의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정운영에 자신 있게 당당히 어젠다를 설명하는 대통령은 국민을 안심시킨다. 다만 도어스테핑에서 대통령의 언어에 대해서는 우려스러운 부분도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 시위에 대해 "대통령 집무실(주변)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까 다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가 '대통령은 법을 따지는 자리가 아니라 정치를 하는 자리'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검사 편중 인사 지적에는 "과거에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검찰 출신을 더 기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느냐'는 질문에 "글쎄 뭐 필요하면 해야죠"라며 여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뭉개는 듯한 취지의 발언도 했다. 검찰 편중 인사 비판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언어가 과거 대통령들처럼 다듬어지고 정제된 메시지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대통령의 생각을 가감 없이 전달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나 추측을 줄이는 효과가 크다. 그러나 자기 생각만 일방적으로 전달할 경우 '마이웨이'라는 비난을 피할 길 없다. 한계에 대한 비판도 겸허하게 수용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다. 형식적으로는 도어스테핑을 통해 국민과 소통한다면서도 정작 비판에는 귀를 닫는 불통의 이미지가 각인된다면 국민은 불안해진다.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특정 사안에 대해 답할 때는 그 무게가 남달라야 한다. 즉흥적인 인상을 주면 국민들이 불안해할 수 있고, 상대방이 있는 사안에 대해 거칠고 직설적인 언어를 사용하면 논리의 비약과 국론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앞길은 그리 밝지 않다.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과 맞물려 한반도 안보 위기가 증폭되고 있고, 고물가·고금리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지방선거 후폭풍으로 야당이 새 지도부 구성을 앞둔 혼란기에 있지만 향후 2년간 국회 의석 과반의 거야를 상대해야 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숙명이다. 무엇보다 두 쪽 난 국론을 통합해 정치적 양극화를 완화해 달라는 국민적 요구가 높다. 진영의 대통령이 아닌 국민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건너야 할 강이다. 막중한 책임과 과제에 직면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말은 국내외적으로 큰 파장을 드리울 수 있다. 소탈하면서도 품격있고, 절제되면서 겸손한 대통령의 언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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