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국회 패싱' 시행령 통제하겠다는 민주, 민심 제대로 읽고 있나
상태바
[연합시론] '국회 패싱' 시행령 통제하겠다는 민주, 민심 제대로 읽고 있나
  • 연합뉴스
  • 승인 2022.06.13 1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윤석열 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6.13 (사진=연합뉴스)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6.13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금명간 정부 시행령을 통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한다. 조응천 의원이 대표 발의를 예고한 개정안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원회는 대통령령(시행령)과 총리령·부령(시행규칙)이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소관 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이때 행정기관의 장은 요청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 현행법은 국회가 대통령령 등의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게 돼 있는데, 개정안은 정부가 시행령을 만들거나 고칠 때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조 의원실 측은 "'보고 의무'를 넣었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 조항"이라며 "'국회 패싱' 방지법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170석을 가진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법률은 물론이고 대통령령도 임의로 만들거나 바꿀 수 없게 된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한 것은 아니지만 당내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령을 계속 밀어붙일 경우 국회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한다.

시행령은 법률에 다 담지 못하는 구체적 법률 운용 지침을 담는다. 민주당은 행정부가 시행령으로 법률 취지를 왜곡할 경우 국회가 이를 통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것을 개정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여당은 민주당이 입법 권력을 토대로 정부 통제에 대한 노골적 의도를 드러냈다며 반발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국회법 개정안이 '삼권분립 훼손'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가 모든 것을 결정할 것 같으면 굳이 입법·행정·사법부를 따로 나눌 이유가 없다는 것인데, 윤 대통령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윤 대통령은 13일 용산 집무실 출근길에 "시행령에 대해 수정 요구권을 갖는 것은 위헌 소지가 좀 많다고 보고 있다"며 "시행령이라는 건 대통령이 정하는 거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헌법에 정해져 있는 방식과 절차에 따라 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시행령 내용이 법률 취지에 반한다면 국회에서 법률을 더 구체화하거나 개정해서 시행령이 법률의 효력에 위배되면 (그 시행령을) 무효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입법 추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거부권 행사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은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하더니 지방선거에서 패배하자마자 '정부완박'(정부 권한 완전 박탈)을 시도하고 있다"며 "국정 발목 잡기를 넘어 발목 꺾기'라고 썼다.

민주당의 국회법 개정 움직임은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에 대해 정부가 시행령으로 우회할 가능성이 점쳐지자 그런 통로마저 원천 차단하려는 속셈일 것이다. 조 의원은 "국회가 위임하지 않은 행정입법만으로 국가를 운영하려는 것이야말로 '입법완박'"이라고 했다. 물론 그러한 주장에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정부 권한인 시행령마저 국회가 통제하게 되면 견제와 균형이라는 삼권분립의 취지가 훼손되는 것은 물론 자칫 의회 만능주의로 흐르게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민주당이 모든 안건을 처리하고 정부에 명령까지 하게 되면 '의회 독재'로 이어질 것"이라는 국민의힘 우려가 괜한 엄살로만 들리지도 않는다. 국회가 비록 '선출 권력'이라고는 하지만 작금의 민심이 민주당에 압도적 의석을 밀어준 2년 전과는 다르다는 것이 대선과 지방선거를 통해 어느 정도 확인됐다. 민주당이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여야 대치가 심화하면서 민생은 더욱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다. 안보와 물가 등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한 달이 지났다. 민주당은 국회법 개정을 서두르기에 앞서 두 차례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다시 한번 살피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