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집좋다며 때리고 기절시켜…동급생 극단선택 내몬 10대들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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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집좋다며 때리고 기절시켜…동급생 극단선택 내몬 10대들 실형
  • 연합뉴스
  • 승인 2022.06.24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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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이 1년 넘게 괴롭히며 SNS에 동영상 공유…최고 장기 3년 선고
학교 폭력,집단 폭행 (PG)
학교 폭력,집단 폭행 (PG)

키 180cm에 몸무게 90kg이 넘는 고교생 A군은 건장한 체격과 달리 유순한 성격으로 반에서 유명했다.

자신보다 작은 급우들이 장난을 쳐도 받아줬다.

"맷집이 좋다"며 A군의 어깨를 주먹으로 치던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 눈에 샌드백을 치는 것처럼 비춰질 정도로 심하게 A군을 때리기 시작했다.

장난으로 포장된 폭행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졌다.

가해자들은 "때려도 안 아프다고 하더라. 맞고도 웃었다"며 죄책감 없이 A군의 어깨를 내려치고 허벅지를 걷어찼다.

춤을 추라고 시켰다가 빗물이 튀었다며 뺨을 때리고 4층에서 1층까지 목마를 태우라고 했다.

한 명은 주짓수나 격투기에서 사용하는 기술로 A군의 목을 졸랐고, 동영상을 촬영하던 다른 한 명은 A군이 정신을 잃자 "기절한 척 하지마"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극단선택 고교생 괴롭힌 동급생들, 영장실질심사[연합뉴스 자료사진]
극단선택 고교생 괴롭힌 동급생들, 영장실질심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같은 반 친구들이 "그렇게 때려서 얻는 게 뭐냐"고 가해자들을 말려도 폭행은 점점 더 심해졌다.

가해자들은 이를 "장난이다. 걔도 같이하던 놀이였다.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합리화했다.

A군은 친하다고 주장하던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에게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수십 차례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했다.

이 사이 '괴롭히기 좋은 녀석'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른 반, 다른 학교 학생들까지 그를 폭행했다.

A군이 정신을 잃은 영상은 SNS 단체방에서 가해자들의 웃음거리가 됐고, A군의 소중한 동생과 여자친구는 가해자들의 성희롱 먹잇감이 됐다.

A군은 "학교에서 맞고 다니는 게 너무 서러웠다"는 편지를 남긴 뒤 지난해 6월 29일 광주 광산구 어등산에서 생을 마감했다.

유가족은 A군의 편지 등을 근거로 경찰에 학교폭력 신고를 했고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해 20만명 이상 동의를 받았다.

광주지방법원 전경
광주지방법원 전경

광주지법 형사11부(박현수 부장판사)는 24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10명 중 5명에게 소년법에서 정한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A군을 가장 심하게 괴롭힌 B(18)군과 C(18)군은 각각 장기 3년에 단기 2년, 장기 2년에 단기 1년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5명 중 1명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80시간, 2명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으며 가담 정도가 약한 2명은 가정·학교 위탁 교육 등 처분을 하게 되는 가정법원 소년부로 사건이 송치됐다.

재판장이 판결을 낭독하는 동안 방청석에서는 탄식과 울먹임이 이어졌고 재판장도 A군이 유서를 쓴 뒤 손을 흔들고 집을 나선 날을 언급하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착하고 온순해서 작은 친구들의 장난을 다 받아줬고 아무도 학교에서 어떤 괴로움을 겪는지 알지 못했다"며 "결국 반복되는 폭력에 시달리다가 힘겨운 삶을 떠났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주면 1주기가 되지만 부모님은 '차라리 내 아들이 가해자로 저 자리에서 재판받고 있으면 좋겠다'면서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얼마나 피해자를 괴롭고 무너지게 만들었는지 알지 못하는 듯 여전히 법정에서 '놀이였다. 남학생끼리 그럴 수 있다며 책임을 줄이려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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