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윤리위는 등 떠밀고 대표는 사퇴 거부하고 혼돈의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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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윤리위는 등 떠밀고 대표는 사퇴 거부하고 혼돈의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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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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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초유의 당 대표 징계사태로 집권당 국민의힘이 격한 내분에 휩싸였다. 이준석 대표는 8일 새벽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데 대해 징계 보류권 행사·재심 청구·가처분 신청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와 가까운 당직자들은 윤리위 결정을 "쿠데타"라고 표현하며 "반란군은 진압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SNS에 온라인 입당을 권유하는 글을 올렸다. 사실상 당내 세 규합을 위한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윤리위가 독립 기관이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정당 내부 기구다. 정무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의 정치적 생명을 끊을 수도 있음을 뻔히 알면서 내린 징계다. 친윤(친 윤석열 대통령)계가 윤리위 결정에 관여했건 하지 않았건 당내 권력 갈등에서 중핵적 역할을 윤리위가 자처한 셈이 됐다. 더욱 이상한 것은 집권당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중진들이 침묵하고 있는 점이다. 결국 암묵적으로 이 대표 몰아내기에 찬성하고 있거나, 친윤과 이 대표 사이에서 여론 눈치 보기를 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다. 책임 있는 정치적 자세로 보기 어렵다.

징계 결정 이후 징계의 효력과 거취를 둘러싼 당헌 당규 해석을 놓고도 충돌이 벌어졌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 결정 몇 시간 만에 기자들에게 "징계 효력은 의결 즉시 발생해 당 대표 권한이 정지되고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대표의 유고 사태로 인한 권한 대행이 아닌, 대표가 있는 상황에서의 직무대행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이 대표의 사퇴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윤리위 규정 중 재심청구 관련 조항에 따라 앞으로 열흘 간 소명 기간을 거친 뒤에야 당 대표 직무가 정지된다"고 반박했다. 당분간 당 대표 권한을 활용해 윤리위 징계를 무력화하는 방안을 찾겠다는 심사로 보인다. 징계를 기다렸다는 듯 대표 권한 정지를 강행한 쪽이나 자신의 징계 결정을 최고위에서 스스로 보류하겠다는 당 대표나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친윤계는 이 대표가 결국 투항할 것이라고 보고 무리수를 둔 것이겠지만 그가 순순히 물러날 사람이 아님을 친윤계 스스로 잘 알 것이다. 앞으로 상당 기간, 어쩌면 당원권 정지 기간인 6개월 동안 집권당은 거친 내부 권력투쟁으로 하루하루를 지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는 사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고 부정응답이 절반에 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취임 2개월 된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 말 레임덕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했지만, 작금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국정운영의 동력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집권당 내분 사태가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꼭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국민은 민생고에 허덕이는데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이끌어갈 핵심축인 집권당은 집안싸움으로 날을 지새우니 국민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지금은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 할 때다. 당내 투쟁을 할 때가 아니다"라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이 당연한 말을 국민의힘 사람들이 마음에 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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