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공룡 경찰' 통제 필요하나 권력의 '수사 개입'은 결코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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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공룡 경찰' 통제 필요하나 권력의 '수사 개입'은 결코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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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1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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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트] 발표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계획인 경찰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2.7.15 [THE MOMENT OF YONHAPNEWS]
[모멘트] 발표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계획인 경찰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2.7.15 [THE MOMENT OF YONHAPNEWS]

행정안전부에 경찰업무조직인 '경찰국'이 신설된다. 15일 공개된 행안부의 경찰제도 개선안에 따르면 치안감을 부서장으로 하는 경찰국이 내달 2일 출범한다. 경찰 관련 중요정책과 법령의 국무회의 상정,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한 임용제청, 국가경찰위원회 안건 부의 등이 주요 업무다. 경찰국 신설은 경찰청이 내무부 산하 치안본부에서 외청으로 독립한 1991년 이후 31년 만의 일이다. 경찰청장에 대한 행안부 장관의 지휘 규칙도 제정된다. 여기에는 경찰청의 중요 정책 사항에 대한 승인 등의 내용이 담겼지만, 논란의 핵심인 수사 관련 내용은 빠졌다. 개선안은 경찰 공무원 처우 개선 등의 당근책도 담았는데 이 역시 경찰 조직의 반발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경찰국에 대해 "법에 구체적으로 정해진 권한만 행사하기 위한 것이지 경찰청을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통제·감찰하는 조직이 아니다"고 했다. 경찰 예산과 감찰, 징계 권한 관련 질문에도 "현행법상 그런 권한은 행안부 장관에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제도 개선안은 법률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 등으로 이뤄진다.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8월 2일 자로 시행될 계획이다.

조직과 권한이 비대해진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경찰은 지난해 1월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대다수 사건의 수사 개시권과 종결권을 갖는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9월부터 시행되면 부패·경제 범죄를 제외한 중요 범죄에 대한 독자 수사권도 보유하게 된다. 2024년에는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까지 이양받는다. 14만 명에 달하는 '공룡' 조직이 수사·정보를 한 손에 거머쥐게 되는 것이다.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는 "이처럼 강화된 경찰권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통제의 방법이다. 과거 정부에서는 경찰에 대한 통제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을 통해 이뤄졌다. 경찰 인사 등 주요 사안에서 민정수석실이 의견을 내면 행안부가 형식적으로 제청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면서 그러한 시스템이 실종됐고, 그것을 대체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현 정부의 입장이다. 여당은 정부가 국회의 견제를 받기 때문에 행안부에 의한 경찰 통제가 민주적 통제라고 강조한다. 반면 야당은 이 장관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란 점에서 권력에 의한 경찰 장악 시도라고 주장한다. 야당의 그런 인식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 시위를 무자비하게 탄압하면서 '권력의 시녀' 소리를 들었던 경찰의 행태가 여전히 기억에 생생하기 때문일 것이다.

경찰국에 대한 반발은 이 장관이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는 "경찰이 왜 독립해야 하나" "지난 정권에서 수사가 안 된 것들이 꽤 있다" 등의 발언으로 야당을 자극했다. 치안정감 인사를 앞두고 승진 대상자를 1대1로 면담한 것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날 공개된 개선안에서 경찰 장악으로 규정할 만한 내용은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다. 경찰청도 "장관의 권한 행사를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행안부와 경찰의 중립성·책임성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는 경찰청 상호 간의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여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민주당은 정부조직법과 경찰법 등 상위법에 배치되는 시행령을 동원한 것이 위법이라며 공세를 가했다. 경찰직장협의회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반발 기류가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은 분위기다. 민주당의 도움 없이는 법 개정이 아예 불가능한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부의 곤궁한 처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충분한 논의 없이 너무 성급하게 추진됐다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 경찰 장악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는 유일한 길은 어떤 경우에도 경찰 수사에 개입하지 않는 것임을 정부와 여당 모두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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