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북반구는 폭염·산불-남반구는 홍수·폭설…후퇴하는 기후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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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In] 북반구는 폭염·산불-남반구는 홍수·폭설…후퇴하는 기후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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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1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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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미국 45℃ '살인 더위'…호주는 이례적 겨울 물난리
지구촌 곳곳서 기상 재해 속출…탄소저감 약속은 '공염불'

지구촌이 기상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 분수대에서 더위 식히는 여성[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스페인 마드리드 분수대에서 더위 식히는 여성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한여름에 접어든 미국과 유럽 등 북반구는 극심한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는 반면 한겨울인 남반구는 이례적인 홍수와 폭설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발(發) 에너지 위기 여파로 되레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면서 기후재앙이 가속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유럽·미국은 45℃ '살인 더위'…호주·칠레는 겨울 폭우·폭설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연합(EU) 산하 지구 관측 기관 코페르니쿠스를 인용해 지난달 유럽 대륙 전체 기온이 예년보다 1.6도 높아 6월 기온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고 보도했다.

스페인의 지난달 기온은 섭씨 43도까지 올랐고 독일은 최고 39.2도를 기록했다. 프랑스는 이미 지난 5월에 역대 가장 더운 5월을 겪었는데 론 계곡의 기온이 39도까지 올랐다.

유럽산불정보시스템(EFFIS)에 따르면 보통 이맘때 지중해 지역에서는 산불이 드문 편인데 올해에는 벌써 2006∼2021년 평균 화재 면적의 4배에 달하는 지역이 불에 탔다.

영국 기상청은 이번 주말 잉글랜드, 웨일스에 이상고온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앰버 경보'를 12일 발령했다.

이 경보는 총 3단계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극단적 고온 탓에 일상생활이 심한 악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영국 기상청은 케임브리지대 보타닉가든에서 2019년 7월 25일 기록된 영국의 역대 최고기온 섭씨 38.7도가 이번 주말에 깨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로마의 분수대에서 더위 식히는 사람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로마의 분수대에서 더위 식히는 사람들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대부분 지역이 이미 폭염에 시달리는 이탈리아에서도 북부 베로나의 기온이 15일 섭씨 40도에 육박했다.

이탈리아는 70년 만의 최악 가뭄 때문에 북부 5개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대서양 건너편 미국도 살인적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일요일인 지난 10일 텍사스주는 낮 최고 기온이 섭씨 45도까지 치솟았다.

텍사스주 전체를 통틀어 10개가 넘는 지역에서 기록적인 기온을 나타냈다.

서머빌이 45도로 가장 높았고, 칼리지 스테이션도 역대 가장 높은 43.9도를 기록했다. 와코는 105년 만에 가장 높은 42.8도, 오스틴은 43.3도를 각각 찍었다. 댈러스도 하루 전인 지난 9일 41.7도까지 올랐다.

폭염에 시달리는 북반구와 달리 한겨울로 접어든 남반구는 홍수와 폭설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호주 ABC방송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동부 뉴사우스웨일스(NSW)주에서는 이달 초부터 겨울 폭우와 홍수가 발생해 3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NSW주 전역에 64건의 대피 경보가 발령됐으며 주민 대피를 돕기 위해 100명의 군 병력이 투입됐다.

호주 기상청에 따르면 시드니 북쪽 뉴캐슬과 시드니 남쪽 울런공 사이 일부 지역에서는 24시간 동안 1m가 넘는 비가 내렸다.

남미 칠레에서는 이례적인 폭설로 교통이 마비됐다.

순식간에 많은 양의 눈이 내린 탓에 차량 250대가 눈 속에 파묻혔고 수천 명의 주민이 고립됐다.

이번에 폭설이 내린 발파라이소는 7월 평균 기온이 영상 7∼13도 정도인 곳이어서 여간해서는 눈이 잘 내리지 않는 지역이다.

세계적인 기상이변 현상이 속출하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기후 재앙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우려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 탄소 저감 약속했지만…'더러운 화석연료' 사용 되레 늘어

지구촌 곳곳에서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지만 주요국의 탄소중립 정책은 되레 후퇴하는 양상이다.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가 안정적 전력원으로 자리 잡기도 전에 성급하게 정책을 추진하다 에너지 대란이 발생한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면서 화석연료 사용량은 증가 추세다.

미국과 EU 등은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탄소 배출의 주범인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기로 합의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천연가스·석유 부족에 시달리는 세계가 '가장 더러운 화석연료'인 석탄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경제대국은 충분한 전력공급 능력 확보를 위해 단기적으로 석탄 구매를 늘리고 있다.

독일의 석탄 화력발전소[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독일의 석탄 화력발전소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주요국의 물량 확보 경쟁은 석탄 가격도 끌어올려 호주 뉴캐슬항의 석탄 현물 가격이 지난달 24일 t당 402.5달러를 기록했다. 아시아 지역 석탄 가격의 주요 지표인 이 가격이 400달러를 넘긴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세계 양대 석탄채굴 회사인 글렌코어의 경우 올해 상반기 수익이 32억 달러(약 4조2천억 원)로 예상돼 지난해 연간 석탄 부문 수익액 37억 달러에 육박했다.

WSJ은 특히 러시아산 화석연료에 의존하던 EU가 석탄 사용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이 줄고 러시아도 유럽에 공급하던 천연가스 물량을 줄이면서 에너지 수급 불안 현상이 심각해지자 다급해진 EU가 석탄 수입량을 늘린 것이다.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려는 EU 회원국의 남아프리카공화국산 석탄 수입은 올해 상반기에 작년보다 40% 급증했다.

미국도 지난달 때 이른 폭염을 경험한 뒤 석탄 발전량을 늘렸고,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인 중국도 지난해와 같은 전력난이 재발하지 않도록 석탄 생산과 발전을 확대하는 추세다.

인도도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석탄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WSJ은 연소 시 천연가스보다 이산화탄소를 2배가량 배출하는 석탄의 부활이 이번 세기말까지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지난해 전 세계 석탄 소비량이 2014년 이후 최고치인 6%포인트 증가했고, 중국과 인도가 증가분의 4분의 3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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