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쩍쩍 갈라지는 농경지…눈물까지 말려버린 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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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쩍쩍 갈라지는 농경지…눈물까지 말려버린 가뭄
  • 연합뉴스
  • 승인 2022.07.1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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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간척지 비롯 해남·영광 등에서 농작물 피해
갈라진 농경지15일 전남 신안군 압해읍 한 농경지가 가뭄에 말라 갈라져있다. 2022.7.17 (사진=연합뉴스)
갈라진 농경지
15일 전남 신안군 압해읍 한 농경지가 가뭄에 말라 갈라져있다. 2022.7.17 (사진=연합뉴스)

"이제 눈물마저 말라버린 것 같아요."

지난 15일 전남 신안군 압해읍 간척지에서 만난 농민 박홍순(75) 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말라버린 그의 논을 바라봤다.

직사각형 모양으로 가지런히 심겨 있는 모가 노랗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말라버린 모를 살펴보기 위해 조심스럽게 논 안쪽으로 한 걸음 내디뎌봤다.

진흙처럼 질퍽거려야 할 못자리를 예상하고 장화를 챙겨 신은 것이 무색할 정도로 땅은 단단하게 말라 있었다.

전날까지 땅이 쩍쩍 갈라져 흙먼지가 날릴 정도였다고 했다.

기상청에서 종종 비 소식이 들릴 때마다 희망을 품길 여러 번.

그러나 정작 실제로 내린 비는 가뭄이 해갈될 만큼 충분하지 않아 실망은 두 배로 돌아왔다.

신안 지역 올해 누적 강수량은 지난 15일 기준 277㎜로 지난해 같은 기간 636㎜에 비해 43%에 그치고 있다.

전날 30㎜가량의 비가 내리긴 했지만 이미 망쳐버린 농사를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노랗게 말라버린 모15일 전남 신안군 압해읍 한 농경지에서 농민이 가뭄에 말라 죽어버린 모를 보고 있다.2022.7.17 (사진=연합뉴스)
노랗게 말라버린 모
15일 전남 신안군 압해읍 한 농경지에서 농민이 가뭄에 말라 죽어버린 모를 보고 있다.2022.7.17 (사진=연합뉴스)

50년 가까이 신안에서 농사를 지어온 박씨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고 했다.

체념한 듯 "마음은 아프지만 어쩔 수 있느냐"고 했지만, 그의 시선은 말라버린 논에서 떠나지 못했다.

박씨와 함께 농사일을 하는 부인 김성임(66) 씨는 "땅을 치고 울게 생겼다"고 한탄했다.

그는 "곡식(씨)을 뿌릴 때는 자식이라는 심정으로 뿌린다"며 "얼마나 애가 탔는지 이제는 눈물도 안 나온다"고 털어놨다.

박씨 부부의 경우처럼 가뭄으로 벼가 말라 죽게 된 농경지는 신안에서만 126㏊에 이른다.

시들어버린 경우까지 더하면 237㏊의 농경지가 가뭄 피해를 봤다.

특히 간척지의 경우 가뭄이 들면 피해가 더 크다고 했다.

물이 부족하면 땅에 섞인 염분 농도가 진해지는 탓이다.

그나마 이들 농가는 재해보험에서 보험금이라도 받을 수 있어 나은 편이다.

모내기 철부터 말라버린 논에 댈 물이 부족해 모내기조차 하지 못한 농가는 보험 보장 대상이 아니어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농민 정만석(66) 씨는 "모내기를 하려고 육묘한 벼를 심지도 못했다"며 "물이 없어 모내기를 못 한 것인데 보험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모내기를 준비했다가 실제로는 모내기를 하지 못한 곳은 신안에서만 63.9㏊로 집계됐다.

전남에서는 신안 뿐만 아니라 해남 황산면 95㏊, 영광 백수읍 15㏊ 등 농작물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가뭄 피해 호소하는 농민15일 전남 신안군 압해읍 한 농경지에서 한 농민이 가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2022.7.17 (사진=연합뉴스)
가뭄 피해 호소하는 농민
15일 전남 신안군 압해읍 한 농경지에서 한 농민이 가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022.7.17 (사진=연합뉴스)

신안군 관계자는 "봄부터 비가 거의 오지 않았고 장마철에도 비가 부족해 이미 식물들이 고사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어 "가뭄 피해를 본 농가들이 재해보험을 통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보험 보장 대상이 안 되는)모내기를 못 한 농가의 경우 군 차원의 적절한 보상책을 고심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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