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오른 것 없어"…2대째 이어온 따뜻한 '천원밥상'도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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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오른 것 없어"…2대째 이어온 따뜻한 '천원밥상'도 위태
  • 연합뉴스
  • 승인 2022.07.1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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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고물가 속 장바구니 물가 폭등…후원도 잇따라 감소
해뜨는 식당15일 오후 광주 동구에 있는 해뜨는 식당이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2022. 7. 15 (사진=연합뉴스)
해뜨는 식당
15일 오후 광주 동구에 있는 해뜨는 식당이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2022. 7. 15 (사진=연합뉴스)

"푹푹 찌니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데 전기요금은 오르고, 폭염과 가뭄으로 채솟값도 크게 올라 힘드네요."

지난 15일 점심 무렵 찾은 광주 동구 대인동 해뜨는 식당에는 4개뿐인 탁자에 손님이 가득 차 있었다.

독거노인과 일용직 노동자 등이 미안한 마음 없이 따뜻한 한 끼를 먹기를 바라며 지난 2010년부터 밥과 국, 3찬으로 구성된 백반을 단돈 1천원에 제공해왔다.

이날 밥상은 잡곡밥과 된장국, 감자조림, 오이 미역 초무침, 배추김치, 그리고 김으로 구성됐다.

천원밥상 먹는 손님15일 오후 광주 동구에 있는 해뜨는 식당에서 한 손님이 천원밥상을 먹고 있다. 2022. 7. 15 (사진=연합뉴스)
천원밥상 먹는 손님
15일 오후 광주 동구에 있는 해뜨는 식당에서 한 손님이 천원밥상을 먹고 있다. 2022. 7. 15 (사진=연합뉴스)

식당을 운영하는 김윤경(48) 씨는 후원받은 미역으로 반찬을 만들려고 장을 보다가 부쩍 오른 채솟값에 깜짝 놀랐다.

김씨는 "오이 2개에 천원, 알 배추 하나에 3천원이더라"며 "월세와 전기요금 부담도 큰데 물가가 떨어질 기미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해뜨는 식당은 지난해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후원이 급감하면서 경영 위기를 겪다가 다시 문을 열었지만 고물가로 인해 또다시 시름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겹치면서 후원자들의 지갑 사정도 악화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매달 쌀을 후원해준 후원자로부터 사업을 접게 돼 더는 후원을 못 하겠다는 연락도 받았다.

김씨는 "3만원씩 정기 후원을 해주신 분들도 못 보내주신다고 미안하다며 전화를 해온다"며 "본인들이 더 미안하다고 하니 수화기 너머로 듣고 있는 내 마음도 좋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4년 동안 김치를 후원하고 있는 김재웅(67) 씨는 "원재료 값은 오르는데 납품하는 김치 가격을 올릴 수 없어 장사를 하나 마나"라며 "원래 3개월에 한 번씩 후원했는데 작년부터는 상반기, 하반기에 한 번씩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찬 담는 해뜨는 식당 주인15일 오후 광주 동구에 있는 해뜨는 식당에서 주인이 접시에 반찬을 담고 있다. 2022. 7. 15 (사진=연합뉴스)
반찬 담는 해뜨는 식당 주인
15일 오후 광주 동구에 있는 해뜨는 식당에서 주인이 접시에 반찬을 담고 있다. 2022. 7. 15 (사진=연합뉴스)

식당을 물려받은 이후 김씨가 운영 비용을 충당하려고 아침·저녁으로 보험 영업 일도 병행하고 있지만 유지가 쉽지 않다.

때로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깎아달라고 조르며 시장 상인들에게 최대한 저렴하게 식재료를 구매하고 있지만 갈수록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가격을 올리거나 양을 줄일 수는 없다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

김씨는 "멀리서 오시는 분들도 많고 천원도 없어 못 내는 분들도 계셔서 이 가격은 계속 유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빨리 경기가 안정돼서 후원해주시는 분들도 식당에 오는 손님들도 숨통이 좀 트이면 좋겠다"며 "다 우리 엄마고 아빠 같다. 누구나 따뜻한 한 끼를 드시고 위로받을 수 있도록 힘닿는 데까지 식당 문을 열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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