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총인구 사상 첫 감소…'살만한 세상'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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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총인구 사상 첫 감소…'살만한 세상'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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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2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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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발표이지연 통계청 인구총조사과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 제1 공용 브리핑실에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전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2.7.28 (사진=연합뉴스)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발표
이지연 통계청 인구총조사과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 제1 공용 브리핑실에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전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2.7.28 (사진=연합뉴스)

국내 거주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우리나라 총인구는 5천173만8천 명으로 1년 전보다 9만1천 명 줄었다. 총인구 감소는 정부 수립 이듬해인 1949년 센서스 집계가 시작된 이래 72년 만에 처음이다. 2019년 사망자가 신생아보다 많은 자연 감소가 시작된 데 이어 2년 만에 다시 국내 체류 외국인을 포함해도 인구가 줄어든 상황에 이른 것이다. 당분간 이런 흐름이 바뀔 가능성도 크지 않다. 통계청은 지난해 12월 총인구가 2050년 4천736만 명, 2060년 4천262만 명, 2070년 3천766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는 '장래인구추계'를 발표한 바 있다.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약 600년 후에는 마지막 한국인이 사망할지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나마 이런 계산도 현재 출산율에 근거한 것이어서 그 시기가 더 빨라질지도 모른다. 통계청의 저위 추계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0.81명이었던 합계 출산율이 올해는 0.7명대, 내년에는 0.6명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인구가 현 상태를 유지하려면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가 2.1명은 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1명 이하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 불과할 정도로 '압도적 꼴찌'이다.

한국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우상향하던 인구 그래프가 꺾였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미증유의 위기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 인구 감소는 정치, 경제, 사회, 복지, 국방, 문화 등 한 나라의 거의 모든 부문에 파괴적 영향을 준다. '인구 지진'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당장 경제에서 '인구 보너스'가 사라지면서 꾸준한 성장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번 조사에서도 외형적 수치에 더해 이런 내용상의 심각성이 확인됐다. 지난 1년 사이 0∼14세 유소년 인구는 16만7천 명, 15∼64세의 생산연령 인구는 34만4천 명 줄어든 반면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는 41만9천 명 증가했다. 일하거나, 앞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갈수록 적어지고 부양해야 할 사람은 많아졌다는 뜻이다.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복지 수요만 눈덩이처럼 커지면 전반적인 삶의 질이 악화하면서 아이를 가질 유인이 갈수록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돌이킬 수 없는 '티핑 포인트'가 이미 지났는지는 나중에야 알 수 있겠지만 지금 그 근처에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시간이 많지 않다. 정부는 2005년 관련 법을 제정하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지난 17년간 저출산·고령화를 막기 위해 수많은 대책을 내놨으나 그 성과는 전무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38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붓고도 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것은 처음부터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부는 그동안 결혼·출산에 현금을 주고, 출산 휴가를 장려하며, 경력 단절 여성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면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믿었다. 물론 하나하나 출산율 제고에 크든 작든 도움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개별 대책만으로는 큰 물줄기를 돌릴 수 없다는 것이 수치로 명확히 입증됐다. 백약이 무효인 만큼 이제는 인구 문제에 대한 시각과 인식의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 인구 증감이 국가 전 분야에 영향을 주듯, 그 원인 역시 거의 모든 분야에 존재한다. 집값 폭등, 양극화, 계층 사다리 실종, 과도한 사교육비, 취업난 등이 모두 출산율을 낮추는 심각한 요인이지만 이것만으로도 설명은 충분치 않다. 보다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 일례로 모든 국가 정책에 '인구 영향 평가'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구 감소는 단순히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실존적 문제이다. 기술 발전으로 물리적 노동력의 중요성이 낮아졌고, 취업이나 교육 등 생활 환경이 나아질 수 있다는 이유로 인구 감소가 축복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설사 그런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우리의 경우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관건은 한 마디로 '살 만한 세상'으로 만들 수 있느냐이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데 현재의 사회 여건과 구조상 그런 삶을 벗어나지 못할 게 뻔한 아이를 갖고 싶은 생각이 들겠는가. 새 정부는 조만간 경제활동인구 확충, 축소사회 대비, 고령사회 대비, 저출산 대응 등 4대 분야의 인구 대책을 순차적으로 내놓을 방침이라고 한다. 이번만큼은 정부와 국회 등 정치권이 다음 세대가 태어나지도 않은 먼 미래의 유권자라는 이유로 '처삼촌 묘 벌초하듯' 시늉만 내지 말고 의지와 정성이 담긴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데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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