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택시까지 안 잡히니"… 송정역 열차 이용객 '발 동동'
상태바
[르포] "택시까지 안 잡히니"… 송정역 열차 이용객 '발 동동'
  • 연합뉴스
  • 승인 2022.08.07 11: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 관문' 송정역, 심야 열차 이용객 택시 부족에 진땀

"기차에서 내린 지 한참인데 택시까지 안 잡히니 너무 피곤하네요. 버스나 지하철도 안 다니는데…"

택시 승강장으로 몰려가는 승객들5일 오후 광주송정역에서 내린 승객들이 택시 승강장으로 몰려가고 있다. 2022.8.7 (사진=연합뉴스)
택시 승강장으로 몰려가는 승객들
5일 오후 광주송정역에서 내린 승객들이 택시 승강장으로 몰려가고 있다. 2022.8.7 (사진=연합뉴스)

주말을 앞둔 지난 5일 오후 11시께 광주의 관문인 광주 송정역을 찾았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역을 오가는 사람들과 이들을 태우려는 승용차, 택시가 모여들며 역 앞은 금세 북새통을 이뤘다.

용산발 열차가 도착하자 한꺼번에 쏟아지듯 역사를 빠져나온 수백 명의 승객 대부분은 택시 승강장으로 향했다.

승객을 기다리며 승강장에 길게 늘어서 있던 그 많던 택시들은 10여 분만에 썰물 나가듯 빠져나갔다.

아직 택시를 타지 못한 20여 명의 승객은 텅텅 빈 승강장을 바라보다가 체념한 듯 휴대전화를 꺼내 택시를 호출하기 시작했다.

짐을 들지 않은 다른 한 손으로 연신 손부채질을 해봤지만 바람 한 점 없는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 얼굴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길어지는 기다림에 여행용 짐가방이나 길바닥 위에 쪼그려 앉는 이들도 있었다.

택시 기다리는 승객들6일 오전 광주송정역에서 내린 승객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2022.8.7 (사진=연합뉴스)
택시 기다리는 승객들
6일 오전 광주송정역에서 내린 승객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2022.8.7 (사진=연합뉴스)

자정을 넘어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 비어있는 택시 승강장에서 10여 분째 택시를 기다리던 배진아(41) 씨는 "버스나 지하철이라도 있으면 타고 얼른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라며 "택시 잡기 힘든 주말만이라도 막차 시간에 맞춰 대중교통을 운영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택시 기사는 이른바 '불금'의 피크 타임에 접어든 택시 기사들에게 외진 곳에 있는 송정역은 선호하는 곳이 아니라고 귀띔했다.

택시 기사 강모(62) 씨는 "그래도 오늘은 휴가철이라 도심 승객이 적어 평소보다 빈 택시가 많은 편"이라며 "송정역은 도시 외곽인데다가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 말고는 승객이 없으니 보통 번화가로 가거나 회전율이 높은 버스터미널로 간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법인 택시와 기사 수도 대폭 줄어 대중교통이 끊긴 심야에 광주에 도착한 이용객들의 발목이 묶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버스 대부분의 막차 시간이 지나고 지하철만 남은 오후 11시대에는 새마을호와 KTX 등 각각 한 대가 도착하고 모든 대중교통이 끊긴 자정 이후에는 KTX와 SRT 등 3대가 도착한다.

역에서 나오는 승객들5일 오후 광주송정역 앞이 기차에서 내린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2.8.7
역에서 나오는 승객들
5일 오후 광주송정역 앞이 기차에서 내린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2.8.7

서울, 경기도 등지에서 오는 열차에 매일 밤 11시 이후 수백 명이 하차해 택시 대란으로 불편을 겪고 있지만, 지자체 차원의 대책은 없다.

KTX 개통 초창기에 시범적으로 했던 버스 연장 운행은 저조한 이용실적 탓에 중단됐고 현재 매주 일요일 마지막 열차 도착 시각에 맞춰 운행하는 나주혁신도시행 버스 또한 이용률이 저조한 탓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관련 민원이 들어오지 않아 연장 운행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며 "막차 연장을 하더라도 운전원 확보 등 버스 회사와 협상이 필요한데 실적이 저조해 버스 회사에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광주 도시철도 공사도 수요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 연장 운행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외곽에 있는 기차역, 공항들의 경우 기본적인 대중교통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충남 천안의 경우 대중교통이 끊긴 시간대에 역과 터미널에 도착하는 시민들을 위해 지난해부터 도심 내 주요 거점 구간을 순환하는 심야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윤모(31)씨는 "송정은 광주에서 외곽 지역인데 그만한 교통 인프라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며 "기차역은 교통요충지인 만큼 지자체에서 교통편을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