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검수완박 시행령 논란, '전면전' 아닌 '합의 입법'으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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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검수완박 시행령 논란, '전면전' 아닌 '합의 입법'으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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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1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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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장관, 검사 수사 관련 브리핑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규정과 관련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08.11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장관, 검사 수사 관련 브리핑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규정과 관련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08.11 (사진=연합뉴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무력화한 시행령(대통령령) 개정안이 정국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했다. 법무부가 11일 발표한 개정안의 핵심은 검수완박법 시행 후에도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2대 범죄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검수완박 법안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개이던 검사의 수사 범위를 2개로 줄여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로 정했는데, 법무부는 해당 조문에 '∼ 등'의 표현이 사용됐다는 점에서 부패·경제범죄는 예시일 뿐이며 결국 중요범죄의 구체적 범위를 설정할 재량권은 정부에 위임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시행령 개정을 통해 원래 공직자 범죄로 돼 있던 직무 유기, 직권 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등과 선거 범죄에 속하던 정치자금법 위반, 선거 매수 등을 부패 범죄에 포함됐다. 마약류 유통 관련 범죄, 서민 상대 폭력조직·기업형 조폭·보이스피싱 등은 경제범죄에 편입했고, 무고·위증죄와 같이 사법 질서를 저해하는 범죄는 중요범죄로 분류했다. 이 같은 내용의 시행령으로 4월 한 달간 정국을 뒤흔들었던 검수완박 법안은 사실상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시행령 개정에 대해 "권한쟁의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늦어질 경우 부패·마약·조폭이 판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내달 10일 검수완박법 시행에 따른 범죄 대응의 공백을 막고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확장 해석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법 문언의 해석을 넘어서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이 위임한 범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강력히 반발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통과된 법을 무력화하기 위해 우회 통로로 또 대통령령을 활용하겠다고 한다면 국회가 좌시할 수 없다"며 "국회와의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시행령 쿠데타' '법 기술자들의 꼼수' 등의 격한 표현을 동원했고, 법사위원인 박주민 의원은 "검찰청법 개정안에 나온 '등'을 입법 취지에 벗어나게 왜곡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맹점이 많았던 개정 법률에 대한 보완책"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상위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장관은 12일 "'시행령 정치'나 '국회 무시' 같은 감정적인 정치 구호 말고, 시행령의 어느 부분이 그 법률의 위임에서 벗어난 것인지 구체적으로 지적해주면 좋겠다"며 민주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번 논란은 '부패·경제범죄 중'으로 돼 있던 표현이 '부패·경제범죄 등'으로 바뀌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은 여소야대로 법 개정이 어려운 현실에서 개정 법안의 허점을 파고든 측면이 강하다. 그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논란의 단초를 국회가 제공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대선 패배 직후 급하게 몰아붙인 검수완박 드라이브는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법조계와 전문가 집단은 물론 진보 단체인 참여연대와 민변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은 시행령 개정을 '꼼수'라고 비판하지만, 민주당 역시 법안 처리를 위해 '위장 탈당'이라는 꼼수를 썼다. 국민의힘이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받았다가 합의를 번복한 것도 혼란을 키웠다. 이런 요란한 과정의 결과는 검수완박의 취지와 달리 해석될 수 있는 법안의 국회 통과였다. 그러니 여야 모두 원죄를 인정하고 소모적인 정쟁을 자제하기 바란다. 시행령에 문제가 있다면 국회가 여야 합의로 관련 법을 다시 고치면 될 일이다. 그렇게 정부는 정부의 일을, 국회는 국회의 일을 하면 된다. 더구나 지금은 추석을 앞두고 고물가에 수해까지 더해지면서 민생이 말 그대로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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