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민감한 정치 현안 피해간 윤 대통령 100일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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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민감한 정치 현안 피해간 윤 대통령 100일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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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1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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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하는 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자회견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그간의 국정 성과들을 열거하며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소주성 정책 폐기, 탈원전생태계 복원, 약화된 한미동맹 정상화, 최악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 민정수석실 폐지와 민주적 통제 시스템 마련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등 논란이 소지가 있는 정책도 있었고, 전 정권과의 차별화에 과도하게 매달린다는 지적도 있지만, 큰 틀에서 현 정권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정책 시도들로 평가할 만하다.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과 관련해 "저의 만들어진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비판을 받는 새로운 대통령문화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미흡한 게 있어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것 또한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대의에 충실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정치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말을 아꼈다. 국정 지지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윤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 동안 당면한 현안들에 매진하느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휴가를 계기로 지적된 문제들에 대해 꼼꼼하게 따져보겠다"고 했다. 인사 실패 관련 질의에도 "다시 되돌아보고 철저히 챙기고 검증하겠다"고만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준석 대표 징계로 촉발된 여당 내 갈등, 이 대표의 윤 대통령 저격 발언 등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이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껄끄럽고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간 도어스테핑에서 몇 차례의 말실수 등으로 인해 조심, 또 조심하려는 심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한 달여 동안 언론을 도배질하다시피 한 여당 내홍 문제에 대해 '어떤 말 했는지 모르겠다'고 넘어가는 것을 이해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정부와 함께 국정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여당이다. 여당의 집안싸움으로 국정 불안이 커지고, 지지율이 하락해 새 정부가 좀처럼 국정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대통령이 여당 대표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내홍이 격화된 측면도 있다. 대통령의 책임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국정에만 집중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뜻은 이해하지만, 정치 없이 국정을 이끌어가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이번 회견에서 최근의 여당 내분 사태에 대해 원칙적 사과와 조속한 수습에 대한 기대라도 피력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시작과 끝은 국민"이라며 국민의 뜻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초유의 취임 초반 대통령의 속절없는 국정 지지율 하락과 여당의 난맥상 와중에 열린 이번 기자회견이 국민의 기대와 요구를 얼마나 충족시켰는지는 의문이다. 정치의 정상화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대통령의 중요한 국정과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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