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칼럼] 광주시 산하 기관장 인사 '적소적재'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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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칼럼] 광주시 산하 기관장 인사 '적소적재'로 해야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2.08.2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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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광주시장이 25일 시청 출입기자단에게 향후 조직 운영의 키워드로 '안정 속 활력'과 '적재적소'를 꼽는 등 자신의 인사관을 설명하고 있다. 2022. 7. 25
강기정 광주시장이 25일 시청 출입기자단에게 향후 조직 운영의 키워드로 '안정 속 활력'과 '적재적소'를 꼽는 등 자신의 인사관을 설명하고 있다. 2022. 7. 25

사람을 적절하게 배치한다는 '적재적소(適材適所)'라는 단어는 평소 우리가 자주 듣는 말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취임 초부터 산하 기관장 인선에 대해 '적재적소'를 강조했다. '후보 추천 관련 권한과 권리 내에서'를 전제조건으로 내걸기는 했지만 "적극적으로 인물을 추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적재적소'란 어떤 일에 적당한 재능을 가진 자에게 적합한 지위나 임무를 맡긴다는 뜻이다. 사람을 찾아 자리를 제안하는 속인주의 인사관리 방식이다. 인사관리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지는 전통적인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인사관리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조직문화에서 여러 문제가 속인주의 인사 방식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적소적재(適所適材)'라는 접근법을 제안한다. '적재적소'와 '적소적재'는 글자 두 개의 위치만 다를 뿐 비슷해 보이지만 의미는 전혀 딴판이다. '적소적재'는 직무주의 인사관리 방식이다. 필요한 일에 맞는 사람을 찾는다는 뜻으로 일에서 출발한다. 두 방식은 여러 면에서 다르기도 하다. 적재적소 접근법에서 인재상은 여러 일을 두루 잘하는 '관리형'이다. 적소적재 방식에서는 '실무형'을 선호한다. 평가 방법에서도 차이가 난다. 적재적소는 태도와 자질을, 적소적재는 역량과 성과를 중시한다. 적재적소 접근법은 한국 경제의 고도 성장기에 적합한 방식이었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고 고령화 사회가 진전되면서 출신지·학벌 등을 많이 따지는 적재적소 방식에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문성·창의성·자발성이 더욱 중요해진 현실에 맞지 않는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다. 적소적재 인사관리 관련 학문과 현장을 접목하고, 한국적 직무평가 도구를 개발해온 인사관리 전문가들은 적소적재라는 새로운 인사관리 방안을 제안하고 있는 추세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정치적으로 휘둘린 복합쇼핑몰 문제 등 굵직한 현안들을 둘러싸고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인사와 관련한 출발은 매끄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선 8기 첫 단추로 문화경제부시장 선임을 둘러싼 잡음이 그것이다. 문화와 경제를 아우르는 문화경제부시장 선임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지역 문화단체의 주장처럼 주로 경제에 방점이 찍혀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는 '최소한의 경력과 능력'은 고려한 인사였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번 인선은 경제와 문화 그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않아 당황스럽다는 분위기다.

요즘 광주시 산하·유관 기관장 인선을 앞두고 지역은 무성한 소문과 함께 뒤숭숭하다. 산하기관 모두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로 공석인 광주신용보증재단 등 기관장 공모를 앞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문화계에서는 다음 달 중순 임기가 끝나는 광주시립미술관장을 둘러싸고 많은 말들이 오간다. 기획자 출신 내정설과 함께 시장과 선을 대려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일단 시는 내정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어느 자리든 내정설은 능력 있는 적임자 발탁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바보 같은 짓이다. 들러리로 공모에 응할 능력자는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어질 산하 기관장 공모에서 지난 문화경제부시장 인선 과정에서 보여 준 막무가내식 선정이 이어지면 곤란하다. 산하 기관장 한 사람을 잘못 앉히면 잘 다져진 조직이 와르르 한순간에 무너진다. 실무형 수장이 그래서 중요하다. 경험이 없거나 부족해 실무를 모르는 전문성이 없는 측근이 낙하산 타고 내려오면 그 조직이 아예 망가져버리기 때문이다. 산하 기관장의 임기를 떠나 성과도 많이 내고 탄탄한 조직을 만들어 잘 운영되고 있는 곳을 신임 시장이 마음에 들지 않고 논공행상하는 자들의 간언에 휘둘려 찍어내리기 등을 한다면 조직은 무너지고 만다. 기관 자체가 흔들려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그간 쌓은 성과들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기관장 한 사람도 중요하지만 그 조직의 구성원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더 나은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화합하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결정권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선택하는 능력이다. 기분은 좋지 않겠지만 때론 싫은 소리도 듣고 반대 의견도 가감 없이 들어야 한다. 백날 우리 편 이야기만 들으면 결과는 뻔하다. 탁월한 선택을 할 수 없게 된다.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한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이 이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자치단체장이라고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다. 귀를 활짝 열고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 여러 의견 가운데 옥석을 가려 정책에 반영하는 것, 적소적재의 기준으로 기관에 따라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갈 사람을 기용하는 게 바로 단체장의 능력이다. 강 시장은 기자들과 차담회에서 법이 정한 한도 내에서 자신도 산하 기관장을 적극 추천할 것이라고 했다. 능력을 갖추고 있고 광주시정 발전 방향성이 같다면 주변에 있는 인물이라도 기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지만 공정성 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여하튼 우리편 이야기만 듣는 것만큼 무서운 건 없다. 직무에 맞는 사람을 쓰는 '적소적재'의 기준으로 '인사가 만사'가 되는 결정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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