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칼럼] '트램이 뭐길래' 옥신각신, 공론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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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칼럼] '트램이 뭐길래' 옥신각신, 공론화 필요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2.08.3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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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램 도입 때 동탄순환대로 전경 이미지[경기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트램 도입 때 동탄순환대로 전경 이미지
[경기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추진 중인 트램(노면전차) 건설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당초 계획보다 예산이 더 늘어 사업을 폐기하거나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지자체도 늘고 있다. 이미 검증된 기술을 놔두고 상용화도 안 된 배터리, 수소 트램 도입을 기다리다 시간만 낭비하는 곳도 생겼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공무원들의 행정 편의적인 사업 추진과 단체장의 업적주의가 맞물려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는 도시철도 순환선을 트램으로 추진하는 기존 안을 폐기하고 모노레일로 건설하는 방안으로 변경했다. 민선 7기 때 네 번째 도시철도인 총연장 30.1㎞의 순환선 트램을 시범 도입하기로 결정했지만 민선 8기에서 제동이 걸렸다. 트램의 실제 사업비가 예상 사업비를 훨씬 초과하고, 시가지에 트램을 도입할 경우 막대한 교통혼잡 비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사업 중단의 이유가 됐다. 대전도 사정은 비슷하다. 트램 사업을 대체하진 않기로 했지만 예산이 두 배 더 늘었고 전력 공급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에 질세라 광주시도 민선 8기 들어 수소 트램 도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도시철도 사각지대에 친환경 교통수단을 연결해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비좁고 막히는 도로에 트램을 설치하면 오히려 교통 혼잡이 심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광주시의회가 강기정 시장의 공약 사업인 수소 트램 용역 예산을 삭감하면서 신경전이 2주째 이어졌다. 강 시장은 의회의 삭감을 수용하지만 의견 수렴을 거쳐 수소 트램 예산을 다시 올리겠다고 했다. 시의회도 강 시장이 분풀이식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맞서면서 여론전이 격화됐다. 강 시장은 민선 8기 첫 조직 개편에서 '철도 트램 정책팀'을 신설하고, 용역비 1억 원을 추경 예산에 편성하는 등 트램 사업에 대한 강한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시는 지난달 초 국민의힘과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트램 건설에 대한 국비 지원을 건의했다가 거부당하자 자체 예산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광주시가 그럴 만큼 든든한 곳간이 있기는한지 의심스럽다. 광주시가 추진하려는 트램 사업 1단계는 도시철도 1호선 농성역~종합버스터미널~전방·일신방직~기아챔피언스필드를 잇는 2.6㎞ 노선으로 사업비는 720억 원가량이다. 광주시는 트램에 장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트램은 도시철도의 장점인 친환경성과 버스의 장점인 접근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고 기존 도로를 활용하므로 건설비·운영비가 도시철도나 경전철 대비 30~50% 수준이면 된다며 여기에 유럽이나 홍콩에서 처럼 도심을 누비는 트램은 관광자원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농성광장과 신세계백화점 사거리는 하루 교통량이 각각 14만대·12만대에 이를 정도로 대표적인 혼잡 구간으로 이 도로에 트램을 설치하면 최소 2차로 이상을 차지해 교통대란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또 트램 건설비도 2020년 기준 ㎞당 300억 원대에서 현재는 500억 원대로 갈수록 치솟는 추세로 이런 이유로 대구시는 트램 대신 모노레일로 바꿨고, 부산시과 대전시는 재검토에 들어갔다.

광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가 수소 트램 설치 관련 용역 예산을 심의하면서 '시민의 의견을 묻지 않아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요지로 삭감했다. 광주시는 시장의 공약이라고 우기며 업적주의로 밀어붙일 게 아니라 장단점과 타당성을 면밀히 더 따져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시민 의견도 적극 반영해야 한다. 삶 자체가 어려운 시기에 트램이 그렇게 급한 사안일까. 당장 고물가 등 팍팍해진 민생을 먼저 챙기는데 주력해야 할 때 도대체 트램이 뭐길래 옥신각신 다투는지 답답하다. 먼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은 환영하지만 우선 먹고 사는 문제가 발등의 불이다. 모든 일에는 선과 후가 있다. 발등의 불을 먼저 끄는 행정력을 발휘해야 한다. 강 시장은 "트램 예산 삭감은 자신의 입장에서는 왼팔이 잘려 나가는 느낌"이라면서도 "아무리 좋은 정책, 미래를 위한 씨앗이더라도 시민, 시의회에 충분하게 이해가 닿지 않으면 좋은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한 발 물러섰다. 다행스런 일이다. 강 시장은 섭섭하고 아쉽겠지만 전문가나 시민 의견도 더 들어보고 타 지역의 사례도 더 깊이 살펴보며 발등의 불을 우선 끄고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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