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칼럼] '의회 패싱 경고' 광주시의회 존재감 '각인'
상태바
[신세계칼럼] '의회 패싱 경고' 광주시의회 존재감 '각인'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2.09.01 18: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시의회 임시회
광주시의회 임시회

매번 거수기 논란에 휩싸였던 광주시의회가 31일 폐막한 임시의회에서 '의회 패싱’을 경고하며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마감했다. 개원 두 달을 맞은 제9대 광주시의회가 시민 공감대 형성이 안 된 예산에 대해 잇달아 삭감하는 등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깐깐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시민의 관심이 높다. '거수기 논란'을 불러왔던 8대 시의회와 사뭇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의회가 시장과 교육감 핵심 사업을 연이어 제동을 걸면서 의회 기조가 이전 의회와 비교했을 때 강경해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무창 의장도 '의회 패싱'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연이어 내비치기도 했다.

광주시의회는 지난 31일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제309회 임시회를 열고 광주시, 광주시교육감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광주시장과 시교육감 핵심 공약과 관련한 예산을 최종적으로 전액 삭감했다. 두 집행부 수장이 추진하던 핵심 사업에 대해 의회가 제동을 건 것이다. 향후 4년간 '거수기'가 아닌 대등한 관계로 집행부를 견제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광주시 추경 예산은 7조7천461억원으로 본예산 7조94억원보다 7천366억원(10.6%) 늘어났다. 당초 광주시가 제출한 7천362억원 규모의 예산안 가운데 시의회는 세출 예산 32억2천500만원을 삭감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의 공약사업인 수소 트램 설치 용역 예산 1억원도 삭감했다. 아직 시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수소 트램이 강 시장 핵심 사업이자 추진을 위한 씨앗 예산이라는 점에서 큰 파급이 일었다. 학업을 잠시 중단하거나 병행하면서 진로와 적성을 찾는 청년 갭이어 예산 2천만원도 삭감했다. 다만 수혜자가 적다는 판단에 따라 내년 본예산에서 대상을 늘려 추진키로 했다.

시의회는 이정선 교육감의 핵심 공약인 태블릿PC 예산도 삭감한 상태로 최종 의결했다. 앞서 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고등학생에게 태블릿PC를 지급하는 학교정보화사업 예산 302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교육활용 방안, 부작용 대응책 등 사전 계획과 준비가 부족했다는 이유다. 정무창 의장은 임시회 폐회사에서 시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를 첫 번째 대화 상대로 생각할 것, 재정 투입에 앞서 치밀한 계획 수립과 시민 공감대 형성 선행, 지역 현안 사업의 충분한 검토와 의견수렴 등을 주문했다. 한마디로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특히 소통은 섬세해야 하고 사전 소통이 중요하다. 사후 소통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의회와의 소통을 분명히 했다.

시의회 의정 활동에 필요한 연구모임 발족도 기대된다. 지난 6·1 지방선거 후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이 공개한 지방의회 인식도 조사 결과 지방의원이나 이들의 활동을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30.1%였다. 시민 10명 중 7명이 지방의원을 모른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9대 광주시의회는 노사상생과 일터혁신을 위한 새로운노동특별위위원회를 만들었다. 새노동특위는 시민 여론조사를 통해 광주시의 노동문제와 노사관계 인식수준 파악을 시작으로 광주형 일자리 점검, 중대 재해 예방 등 노동현안 해결과 미래 노동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위원장에 선임된 채은지 의원은 "노사상생과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노사상생도시를 표방하며 광주형 일자리를 탄생시킨 광주시 노사관계의 현주소를 파악해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후재난 시대 박필순 의원은 "기후위기대응에 과감히 나설 때"라며 "자원을 총동원해 탄소중립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광주시의 '2045 탄소중립·에너지자립도시' 달성을 위한 4가지 안을 제안했다. 시의회는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그린뉴딜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기후특위를 구성했다. 위원장에는 박필순 의원을 선임했다. 박 의원은 기후특위 구성은 "2045 탄소중립·에너지자립도시를 달성하기 위해 광주시의회가 앞장서겠다는 다짐"이라며 광주시와 교육청, 그리고 시민의 적극적인 공조를 강조했다.

이같은 시의원들의 의욕은 70% 정도가 초선 의원이어서라고 할 수 있다. 전체 23명 중 16명이 초선이다. 특히 변호사와 시민사회 활동가 출신 등이 대거 진출하면서 전문성 또한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전 시의회처럼 초반에 반짝하다가 집행부와 적당히 타협할 수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