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칼럼] 광주교육 '포청천' 감사관이 교육감 동창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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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칼럼] 광주교육 '포청천' 감사관이 교육감 동창이라니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2.09.0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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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이 8월 4일 광주학생해양수련원에서 열린 ‘2022년 고등학교 학생의회 자치활동 역량 강화 캠프’를 방문해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하며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광주교육청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민선 교육감 이후 광주시교육청 감사관은 교육 비리를 응징하고 촌지 수수 관행을 뿌리 뽑는 등 광주교육의 '포청천'으로 불렸다. 광주시교육청은 민선 교육감 시대 이후 감사관을 내부 인사로 둘 경우 동료와 조직을 감사하는 데 부담이 따르고 실제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외부 인사를 영입해 철저한 감사를 해 온 전통을 갖고 있다. 장휘국 전 교육감 시절 개방형 감사관 제도를 도입한 후 검사 출신 김용철과 감사원 출신 배민을 감사관으로 각각 임명한 것도 그런 우려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그런데 요즘 이런 개방형 감사관 임용을 도입하면서까지 청렴한 풍토를 만들어 온 성과가 용두사미가 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이 자신의 고교 동기 동창을 개방형 감사관(3급)에 낙점해 감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냐는 우려 때문이다.

교육감의 감사행정 개입, 불공정 인사로 오인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와 사회적 책임이 요구됨에도 동기 동창인 유병길 씨가 개방형 감사관으로 응시한 것에 대해 시민단체 등의 시선이 곱지 않다. 애당초 유 감사관이 광주시교육청 감사관에 지원하지 말았어야 했고 이 교육감 또한 과감하게 배제했어야 했다. 결국 두 사람은 오얏나무 아래서 속닥거리며 갓끈을 맨 셈이 된 것이다. 유 감사관이 감사행정의 독립성을 해치는 등 청렴도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여론이 뜨거운 이유다.

교육단체와 노조들 뿐 아니라 여론을 지켜보던 광주시의회 교문위원장까지 나서 "코드인사다" "공신력을 잃었다" "공정의 문제다" 등을 주장하며 유 감사관의 용퇴와 이 교육감의 사과를 촉구하며 "임용된다고 하더라도 공신력이 있을 수 없고 교육감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누가 보더라도 공정과 관련된 문제라며 "근본적인 오해를 없애려면 개방형 직위를 공모할 때 광주시처럼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광주교사노조도 "고교 동기 감사관이 교육감의 청렴도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번 광주교육청의 개방형 직위 인사가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고교 동창인 감사관이 독립성을 갖고 교육행정 감사를 수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은 합리적이다. 빗발치는 사퇴 요구에 유병길 감사관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감사를 하겠다"며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하지만 자리에 연연하려는 유 감사관은 교육 관련 경험도 없고, 법조 경력도 일천하며, 공무원 정년을 2년이나 초과했다.

감사관은 교육감과 측근들의 입김으로부터 독립적인 위치에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유 감사관에게 독립적인 감사를 기대하기 매우 어렵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교육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 그동안 노력해 온 감사관실의 성과가 온전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두 친구 간 우정보다 도덕적 결단을 해야 한다. 철학자 칸트가 말하는 우정이란 어떠한 경우에도 도덕의 원리와 규제에 의해서 제한돼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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