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국회 부의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한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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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국회 부의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한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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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9.0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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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신임 비대위원장 수락하는 정진석 국회 부의장[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민의힘 신임 비대위원장 수락하는 정진석 국회 부의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민의힘이 7일 의원총회를 열어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내 최다선(5선)인 정진석 국회 부의장을 추대했다. 당초 유력하게 거론되던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은 최종 고사했다고 한다. 호남에서 4선 의원을 지냈는데 민주당과 각을 세우는 것이 부담될 뿐 아니라 당내에 기반도 없어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는 것이다. 앞서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17일 만에 비대위원장 직무가 정지된 주호영 의원도 다시 비대위를 맡아달라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요청에 "새 사람이 맡아 출범하는 게 맞다"며 고사했다. 정 부의장도 권 원내대표의 요청을 두 차례 거절했다가 세 번째 찾아갔을 때야 승낙했다고 한다. 비록 전당대회 전까지 당을 추스르는 몇 개월짜리 비대위원장이긴 하지만 엄연히 여당 대표다. 그런데도 서로 고사하는 바람에 인물난을 겪다가 결국 현직 국회부의장을 차출한 것이다. 국회부의장은 의장이 해외 출장 중이거나, 혼자 사회 보기가 힘들 때 국회 본회의 사회를 본다. 지금은 정기국회 회기다. 여당 대표 신분으로 여야가 치열하게 맞붙는 본회의 사회를 맡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 부의장은 이준석 전 대표가 대선 직후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때 공개적으로 충돌했던 당사자이고, 이 전 대표로부터 '윤핵관 호소인'으로 지칭된 바 있다. 이런 정 부의장이 이 전 대표와 윤핵관의 갈등에서 비롯된 당의 내홍을 제대로 풀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 전 대표는 새로 생기는 비대위에 대해서도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라고 한다. 이 신청 사건도 지난번 주호영 비대위의 직무정치 가처분을 인용한 서울남부지법 황정수 부장판사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 비록 국민의힘이 당헌을 개정해 오는 8일 다시 전국위와 상임전국위를 개최해 비대위 인선을 완료한다고 하지만, "채권자(이준석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던 재판부가 새 비대위를 인정해 줄지도 알 수 없다. 또다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국민의힘은 그야말로 회복 불능의 지경에 이를 수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모두 이긴 여당이 몇 달 만에 혼돈의 늪에 빠져들어 두 번째 비대위를 꾸리고 당의 운명이 법원의 손에 달린 상황이 됐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안팎으로 추락해 국정 동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수습할 능력도 못 되면서 사태를 만들고 키운 이른바 윤핵관의 책임이 너무도 큰데 이들은 아직도 변변한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 피해자라고는 하지만, 사태의 발단을 제공한 이 전 대표 역시 연일 대통령과 여당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정치의 대의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우선하는 것이라는 비판에서 이 전 대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정 신임 비대위원장은 굴곡 많은 정치 역경을 헤쳐온 5선의 중진 정치인이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국정운영에는 두 개 엔진이 필요하다. 하나는 대통령실과 정부, 하나는 여당인데 하나의 엔진이 가동 중단된 상태"라며 "독배를 마시는 심정으로 수락했다"고 했다. 그가 제대로 된 정치력을 발휘해 혼돈의 여당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마침 대통령실도 비서관을 중폭 개편하고 행정관 50여 명을 퇴출하는 개편을 마무리 지었다. 이제부터라도 당과 정부가 합심해 민생을 챙기고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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