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칼럼] 올 추석은 온 가족 경청의 풍요로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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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칼럼] 올 추석은 온 가족 경청의 풍요로움으로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2.09.0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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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구 중흥동에서 한복 입은 어린이들이 윷놀이 하는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 북구 중흥동에서 한복 입은 어린이들이 윷놀이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바쁜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침묵의 상태를 잘 참지 못한다. 상대방 말을 듣는 게 아니라, 상대 이야기가 끝난 다음에 어떤 말로 카운터펀치를 날릴 것인지에 골몰한다. "나는 보여진다. 따라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칭기즈칸은 "내 귀가 나를 가르쳤다. 나는 내 이름도 쓸 줄 몰랐으나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며 현명해지는 법을 알았다"고 회상했다. 작고한 스티브 잡스는 스스로를 'CEO·최고경영자'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최고 경청자'라는 뜻의 '톱-리스너(top-listener)'로 불리기를 원했다. P&G그룹 회장 앨런 조지 라플리 역시 "나는 대화의 3분의 2는 듣는 데 쓴다"고 했다. 전설적인 카사노바의 연애 비결 역시 그가 연애 기술에 능란해서가 아니라, 상대 여성의 말을 인내심 있게 들어준 경청의 힘으로 상대를 움직였다고 한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그 풍성하고 아름다울 명절 앞에 힘겨운 일들이 너무 많았다. '유선(類選)'이란 책에 정단(正旦), 한식, 단오, 중추절을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명절이라 하고 있다.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는 "가족이란, 누구 보는 사람만 없으면 갖다 버리고 싶은 존재들"이라고 했다지만 아무래도 명절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나를 믿고 응원해주는 '가족'이지 않을까 싶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하는 한가위 연휴가 시작됐다. 차례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져가는 사회적 흐름을 반영하듯 성균관에서는 최근 차례로 인해 가족 사이의 불화가 초래되는 것을 반영해 음식 가짓수를 최대 9개로 제시한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했다. 이번 추석에는 음식 가짓수와 함께 생각없이 하는 말도 줄여 가족이나 친지 간 분란도 끊어내면 좋겠다. '지혜는 들음에서 오고 근심은 말함에서 온다'는 가르침처럼 경청의 자세로 화목한 한가위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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