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도 갚아야 하는데…" 쌀값 폭락에 추석 앞두고 웃음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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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도 갚아야 하는데…" 쌀값 폭락에 추석 앞두고 웃음도 잃었다
  • 연합뉴스
  • 승인 2022.09.1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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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쌀은 기본적인 먹거리, 가격 안정 대책 마련 필요"
익어가는 벼 바라보는 농민8일 오후 전남 영암군 군서면에서 농부가 익어가는 벼를 바라보고 있다. 2022.9.10 (사진=연합뉴스)
익어가는 벼 바라보는 농민
8일 오후 전남 영암군 군서면에서 농부가 익어가는 벼를 바라보고 있다. 2022.9.10 (사진=연합뉴스)

"마음이 안 좋은 정도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까지 와 있는 상황이에요."

지난 8일 찾은 전남 영암군 군서면 들녘은 익을 준비를 마친 푸른 벼와 막 익어가고 있는 노란 벼가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농부 김봉식(47) 씨는 추석이 지나면 곧 수확에 들어갈 벼를 바라봐도 기쁘지 않았다.

쌀값 폭락으로 나락을 팔아도 오히려 적자를 볼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강한 비바람으로 벼도 일부 쓰러졌지만, 인건비를 추가로 쓸 상황이 안 돼 그대로 두기로 했다.

김 씨는 "기름값, 거름 값, 인건비 등 농사짓는 데 필요한 것들이 많게는 두 배 가까이 올랐는데 나락 값만 내려갔다"며 "연말에 대출금도 갚아야 하는데 잘못하면 신용불량자까지 될 위기"라고 고개를 저었다.

익어가는 벼 바라보는 농민8일 오후 전남 영암군 군서면에서 농부가 익어가는 벼를 바라보고 있다. 2022.9.10 (사진=연합뉴스)
익어가는 벼 바라보는 농민
8일 오후 전남 영암군 군서면에서 농부가 익어가는 벼를 바라보고 있다. 2022.9.10 (사진=연합뉴스)

통계청 산지 쌀값 조사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일반계 정곡 20kg 가격은 4만1천185원으로 최근 5년 중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지난해 쌀값은 5만4천758원, 2020년 4만8천73원, 2019년 4만6천881원, 2018년 4만4천568원으로 집계됐다.

추석 이후 대다수 농가에서 본격적으로 수확에 들어가면 가격은 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씨는 "쌀은 기본적인 먹거리인데도 정부 정책에 따라 가격이 올랐다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며 "정책 실패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이 입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쌀값 하락은 생산량 증가와 소비 부진, 재고량 증가가 겹치면서 올해 초부터 본격화됐다.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쌀 재고량은 지난 4월 기준 95만9천t으로 전년 대비 56.9%(34만8천t) 증가했다.

이중 농협이 86.4%(82만9천t)를 가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올해 2차례의 시장격리로 전국적으로 작년산 쌀 27만t을 매입했고 지난 7월 20일부터는 10만t을 추가 매입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장기적인 쌀값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남농민회 관계자는 "지난해 수확한 쌀이 아직 창고에 가득한데 쌀값이 폭락해 농협도 쌀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입는 처지에 놓였다"며 "농협도 막대한 적자를 입고 있는데 올해 수확한 쌀을 제값을 주고 매입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문제가 생겼을 때만 단기적인 해법을 내놓을 게 아니라 장기적인 쌀값 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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