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칼럼] '비속어 논란'의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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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칼럼] '비속어 논란'의 끝은 어디인가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2.09.2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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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이제 좀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나 했더니 시기나 하듯 국제무대에 나간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이 발언은 대통령의 언어가 아니다. 검사 시절의 언어 같다. 아직 검사 시절의 때를 아직 못 벗은 것 같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외신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며 박진 외교부 장관 등에게 한 비속어를 언론에 포착됐다. 이 장면이 큰 논란이 되자 대통령실은 서둘러 해당 발언이 바이든 대통령이나 미국 의회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우리 국회를 향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미국 뉴욕 현지 브리핑에서 "(대통령 발언에서) 미국 이야기가 나올 리가 없고 바이든이라는 말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영상 속 윤 대통령의 음성을 다시 한번 들어봐달라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돼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해당 예산을 '날리면'(국회에서 통과시켜 주지 않는다는 의미) 기부금 공여를 약속한 자신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이란 설명이다.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얘기하는 것이냐는 재차 물음에도 "그렇다"고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정치권과 언론을 향해 왜곡·거짓·자해라고 했다. 외교 참사의 낯 부끄러운 해명은 국민들의 귀를 의심케 했다.

인간의 탈을 쓰고 뻔뻔해도 참 역겨울 정도로 뻔뻔하다. 한·미 관계가 문제될 것 같으니 대한민국 야당에게 한 말이었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해 또 다른 더 큰 논란을 만들었다. 손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듯한 해명이 국민들의 혀를 차게 한다. 글자가 모여 낱말을 이루고, 낱말은 다시 모여 문장을 이룬다. 이 문장을 입을 통해 말로 잘못 표현하면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의 이 말 한마디가 세계적으로 회자되고 국격이 실추되는 등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제 경험으로는 길을 잘못 들면 되돌아나오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다. 거기서 또다른 길을 찾아서 헤매본들 거짓이 거짓을 낳고, 실수가 실수를 낳는 일이 반복된다"라고 대통령실의 해명을 '거짓'으로 규정하고 사과를 촉구했다. 이어 "국민을 속이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지적한 뒤, 대통령실이 한미정상회동 결과를 발표한 내용에 대해서도 "48초 동안 통역까지 하면서 저 많은 이야기들을 실제로 했을까. 우리 국민들이 상식을 가지고 합리적 판단을 하는 분들 아닌가. 좀 지나치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이번 해외순방을 '외교참사'로 지칭하며 "국민들은 아마 엄청난 굴욕감과 자존감의 훼손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며 청력을 시험하고 있다는 생각에 말문이 꽉 막힌다. 엄혹한 시기에 대한민국 정치는 정말 민생이 안 보이는 걸까. 보여도 모른채 하는 걸까. 누구보다 국민들이 쪽팔린다. 정치야, 이제 정신 좀 차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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