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칼럼] 감사원장 최재해, 최재형처럼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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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칼럼] 감사원장 최재해, 최재형처럼 해라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2.10.0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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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헌법상 독립 기관이다.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가 있다. 감사원은 어느 정권에나 엄중해야 한다. 감사원법 2조 1항에는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여하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은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와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해 설립된 헌법기관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의 합의제 감사기관이지만, 헌법해석 상 대통령은 감사원에 일절 관여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직무와 기능면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국무총리뿐만 아니라 대통령도 지휘·감독할 수 없다.

그런데 감사원에서 물먹던 한 감사원 직원이 윤 정부에서 사무처장이 되더니 언론을 향해 무식하다는 문자를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보내는 장면이 포착돼 파문이 일고 있다. 유병호 사무총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이번 서해 피격 사건 감사가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와 관련해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 이쯤 되니 결론부터 말한다면 감사원은 이제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관에서 사라질 수밖에. 유 사무총장의 메시지가 감사원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전임 정부를 겨눈 감사원의 표적감사에 정권 차원의 명백한 보복 의도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지난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 의원에게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며 스스로 감사원의 독립성을 부정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법사위원장마저 "감사원장님, 저도 귀를 의심케 하는데 감사원이 대통령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라고 하셨나요"라고 재차 확인까지 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최재해 감사원장의 감사원은 독립성 중립성을 모두 잃었다. 보통 감사에서 문제점이 나오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것이 순서인데, 최재해의 감사원은 거꾸로 검찰이 수사한 사건을 감사한다거나 특정 기관의 수장을 쫓아내기 위해 직원들을 괴롭히는 표적감사의 칼을 들이대는 감사원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고 하겠다.

문재인 정부의 최재형 감사원장은 정부의 국정 기조였던 '탈원전'을 지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의심의 여지가 있어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을 감사하고 그 결과를 만천하에 공개했다. 이 문제로 정부 여당과 부딪치자 6개월여의 임기를 남기고 감사원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감사원장을 지낸 이회창은 '이회창의 삶과 세상 이야기'에서 대통령을 배의 선장에, 감사원을 선장이 배를 다음 항구까지 제대로 끌고 가는지 감시하는 자로 비유했다. 또 한승헌은 감사원 문을 나서면서 "권력은 쳐다보지도 말라"고 했다. 최재해 감사원장도 정권의 사냥개 노릇 하려거든 최재형 전 감사원장처럼 해라. 그게 당당하고 정의로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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