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칼럼] 국제영화제 사라진 문화도시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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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칼럼] 국제영화제 사라진 문화도시 광주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2.10.1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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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정상 개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서 레드카펫 행사가 열리고 있다. 올해 영화제에는 개막작으로 이란의 하디 모하게흐 감독의 영화 '바람의 향기'를 비롯해 71개국에서 영화 242편이 공식 초청돼 좌석 거리두기 없이 온전히 관객들과 만난다. 2022.10.5 (사진=연합뉴스)
3년 만에 정상 개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서 레드카펫 행사가 열리고 있다. 올해 영화제에는 개막작으로 이란의 하디 모하게흐 감독의 영화 '바람의 향기'를 비롯해 71개국에서 영화 242편이 공식 초청돼 좌석 거리두기 없이 온전히 관객들과 만난다. 2022.10.5 (사진=연합뉴스)

지금 부산은 영화제로 온통 축제 분위기다. 올해 27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세월호 다이빙벨 상영과 블랙리스트 사태, 코로나19 등 내외적 부침을 겪고 일어서 3년 만인 지난 5일 정상 개막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영화제로 열흘간 71개국에서 찾아온 242편의 영화 상영과 다양한 행사가 시민과 관광객을 열광시키고 있다. 50대에 이른 영면을 한 강수연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시절 '영화제의 주인은 영화와 관객'이라고 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장르를 초월한 전세계 영화와 부산시민이 성공시킨 영화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외적인 특징이 하나 있다. 태풍, 비, 바람 등 짓궂은 날씨로 '날씨 운'이 따라주지 않는 징크스로 매년 힘들게 치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참여 열기는 뜨겁다. 시민들은 영화 관람을 위해 옷을 껴입고 무릎 담요를 가져와 덮기도 한다. 가족은 오손도손 정담을 나누고 친구들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즐긴다. 서로 어깨를 빌려준 다정한 연인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띄며 휴대전화 카메라로 풍광을 찍는 시민들도 북적인다. 이런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분위기는 부산국제영화제에 가면 언제나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국내에는 국제영화제로 맨 처음 시작한 부산국제영화제(1995)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1997), 전주국제영화제(2000년), 광주국제영화제(2001)로 한동안 4대 국제영화제로 불렸지만 불행히도 광주국제영화제는 2015년 15회째를 끝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광주국제영화제가 2015년 15회째로 마감한 이유는 강수연의 주장과 반대로 영화도 없고 관객도 없는 주인없는 영화제였기 때문이다. 광주국제영화제는 태생부터 불행했다. 광주시장과 일부 정치인들의 힘겨루기로 타 지자체처럼 지자체가 운영하지 않고 민간이 운영했다. 광주시는 지원만 하고 남의 잔치처럼 구경만 했다. 전남대학교 법대학장을 지낸 정환담 명예교수가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해 광주국제영화제(GIFF)를 만들어 이사장직을 맡아 운영했으나 자체 운영이 부실했고 지자체는 지원금에 대한 결산만 하는데 그쳤다.

광주에는 전국 유일의 단관극장인 '광주극장'이 존재한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국제영화제가 존재할 이유가 된다. 여성영화제 등 몇 개의 영화제가 있지만 아쉽게도 동네잔치에 불과하다. 외지인을 유입하고 교류를 통한 경제성을 담보한 영화제로 나아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가운데 타 국제영화제들도 위기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엔 26년 전통을 이어온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천시의회에서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어 평창과 강릉 국제영화제가 폐지 수순을 밟게 되면서 언론지상에 가장 많이 등장한 논리가 바로 국제영화제의 경제적 효과다. 최근 국제영화제 집행부 연합은 이와 관련된 국제영화제의 경제효과 창출에 대해 수치가 포함된 조사 자료를 내놨다. 2012년 부산발전연구원에 따르면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총 111억이고, 생산유발 효과는 774억,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342억으로 나타났다. OTT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데 대해서도 영화제가 가진 전통성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런 현상이 되레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문화행정 전문가인 이병훈 국회의원이 쓴 '문화가 밥이다'의 밥이란 경제를 말한다. 문화와 경제는 하나라는 논리다. 아무리 좋은 문화행사라 해도 경제성이 없으면 지속될 수 없다. 광주가 AI 반도체 산업도시로 거듭난다고 해도 광주는 문화의 도시다. 문화의 도시라면 그 도시의 시민은 문화시민이어야 한다. 전문공연장이나 객석 수가 다른 광역시에 비해 부족한 현실이지만 공연 등 문화 행사는 풍성하다. 하지만 길거리 공연장은 쌩쌩한 바람만 불고 실내 공연장의 객석은 빈자리가 환하게 보인다. 광주는 문화로 먹고 살아야 하는 숙명적인 도시이다.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에게 조언한다. 문화와 경제에 관심을 두라. 그리고 실천하라. 형식적 요식적인 행위만 하다가 슬그머니 휴지 버리듯 구겨 넣지 말았으면 한다.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않는 것처럼 자신의 것만 주장하는 외고집 말고 문화예술 전반을 아우르며 미래를 내다보면 좋겠다. 영화는 종합예술이다. 저를 포함해 시민 여러분에게 묻는다, 영화관 빼고 돈 주고 표 사서 공연 본적이 얼마나 되는지. 스러진 광주국제영화제가 말하듯 지역의 문화계는 버겁다. 문화 향유는 여유가 있어서 누리는 사치가 아니다.

넓게 보면 영화제는 다양한 경제효과를 창출한다. 영화제가 열리는 도시는 소비지출, 배우나 감독 같은 유명인의 방문을 통한 홍보 등 느슨한 경제효과를 얻는다. 그러나 영화제를 경제로만 보는 논리를 따르면 거꾸로 경제효과가 미미한 영화제는 없어져도 된다는 주장 또한 가능하다. 하지만 영화제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문화 그 자체다.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영화가 지역의 도시공간에서 글로벌과 로컬이 만나는 글로컬 문화를 창조한다. 우리는 극장에 앉아 같은 시대를 사는 먼 나라 이웃의 삶을 보면서 웃고 울고 아파하고 감동하고 분노한다. 상업영화관에서 볼 수 없는 영화를 즐기면서 동시대 인간과 지구를 끌어안을 수 있는 공감의 근육을 키워간다. 이것이 영화제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영화통계학자 스티븐 팔로스에 따르면 미국에선 해마다 2천개 넘는 영화제가 열린다. 영화진흥위원회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한국의 영화제는 243개다. 그마저도 많은 수가 사라지고 말았다. 없던 영화제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남도의 관광과 광주 전통문화를 곁들인 광주국제영화제의 부활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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