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위기에도 친일·친북 삿대질하는 여야…안보 정쟁화 자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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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위기에도 친일·친북 삿대질하는 여야…안보 정쟁화 자제해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2.10.1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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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서 한미일 대잠전 훈련한미일 대잠전 훈련에 참여한 전력들이 지난달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일본 해상자위대 신형 준 이지스급 구축함 아사히 함, 미국 유도미사일 순양함 챈슬러스빌 함, 미국 원자력 추진 잠수함 아나폴리스 함, 미국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한국 구축함 문무대왕함, 미국 이지스 구축함 벤폴드 함. 2022.9.30 [일본 방위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동해서 한미일 대잠전 훈련
한미일 대잠전 훈련에 참여한 전력들이 지난달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일본 해상자위대 신형 준 이지스급 구축함 아사히 함, 미국 유도미사일 순양함 챈슬러스빌 함, 미국 원자력 추진 잠수함 아나폴리스 함, 미국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한국 구축함 문무대왕함, 미국 이지스 구축함 벤폴드 함. 2022.9.30 [일본 방위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실시된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을 두고 정치권에서 '친일','친북' 논쟁이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지난 7일 이번 훈련과 관련해 '극단적 친일 행위', '대일 굴욕외교에 이은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10일에는 "일본군의 한반도 진주,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날을 우리는 상상할 수 없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연일 날을 세우는 이 대표의 행보를 '친북'으로 규정하며 맞불을 놨다. 대변인 논평을 통해 "반일 감정을 조장해 자유민주주의 국가 연대를 깨뜨리려는 묻지마식 친북 행위는 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국방의 기본도 저버리는 반국가적 행위", "민주당은 여전히 북한 '대변인'을 자처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미·중 패권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신냉전 기류와 한미일-북중러 블록화 등 세계정세의 급변은 관성적인 접근에서 벗어난 철저한 국익 중심의 전략적 사고를 요구하고 있는데 건설적 대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할 정치권이 철 지난 '친일', '친북' 논쟁에 골몰하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벌써 저만치 가 있는 국민 의식과는 동떨어진 여야의 '프레임 전쟁'은 우리 정치의 퇴행을 여실히 보여준다.

논란의 초점은 북한의 무력 도발이 격화하는 가운데 진행된 한미일 합동 훈련이다. 한국·미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지난달 30일 대잠수함 훈련을, 지난 6일에는 미사일 방어 훈련을 함께했다. 3국의 합동 훈련은 2017년 4월 이후 처음이다. 5년 전에는 장소가 제주 남방의 공해상이었으나 이번에는 동해의 독도 인근 해상이다. 과거 일본의 한반도 침략, 양국 간 외교 갈등, 독도 영유권 주장, 군사 대국화 움직임 등과 맞물려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출근길 문답에서 한일 군사훈련 비판론에 대해 "핵 위협 앞에서 어떤 우려가 정당화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지만, 야당이 여론의 동향을 반영해 정부에 주의를 환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의도가 의심스러울 만큼 표현이 너무 자극적이라는 것이다. 친일, 반일 논쟁은 시작 전부터 승패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어 정치인들에게는 무척 매력적이나 책임 있는 지도자라면 늘 조심해서 다뤄야 할 이슈이다. 일반 국민들의 시각은 안보 위기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만큼 꼭 필요하다면 때로는 한일 군사 협력도 해야겠지만 일본이 다른 속셈을 하고 있을지 모르니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정도일 것이다. 이 대표는 이 문제에 관한 건설적, 대안적 논의를 통해 정부 정책의 변화를 추동하기보다는 반일 정서를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는 심산이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여당의 반격도 지나치다. 일본과의 군사적 접근은 여론의 충분한 공감이 전제돼야 함에도 이런 과정이 미흡했다. 따라서 야당이 잠자코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야당 대표가 과하게 반응했다고 국정을 맡은 여당까지 친북, 인공기를 거론한 것은 무책임하고 편협하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공중보건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금융 위기와 안보 위기까지 동시에 엄습하는 지금 친일, 친북 논쟁이나 하고 있을 때인가. '퍼펙트스톰'을 막을 대책을 놓고 여야가 정책 경쟁을 하기는커녕 편 가르기에 여념이 없으니 정치는 사라지고 정쟁만 남았다는 얘기를 들어도 싸다. 위기 때는 작은 이익을 버리고 큰 이익에 집중해야 한다. 여야는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자폐적 논쟁에서 벗어나 한반도가 핵전쟁의 위협과 양 진영의 대결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큰 그림을 놓고 머리를 맞대길 촉구한다.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 낀 채 핵무장에 열을 올리는 북한과 마주한 현실에서 정권 교체 때마다 안보 정책이 바뀌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외교와 대북 정책에서만큼은 초당적이고 일관된 메시지를 유지해야 국제 사회에서 존중받고 정책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정치권은 친일, 친북 프레임이 진영 결집에 반짝 효과를 낼지 모르겠으나 대다수 국민은 이를 통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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