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총체적 인재로 드러난 카카오 먹통 사태, 대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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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총체적 인재로 드러난 카카오 먹통 사태, 대책 서둘러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2.10.1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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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화재로 서비스 장애 겪은 카카오1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데이터센터 화재로 장애가 있었던 카카오의 각종 주요 서비스들이 속속 오류를 바로잡으면서 점차 정상을 되찾고 있다. 2022.10.17 (사진=연합뉴스)
데이터센터 화재로 서비스 장애 겪은 카카오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데이터센터 화재로 장애가 있었던 카카오의 각종 주요 서비스들이 속속 오류를 바로잡으면서 점차 정상을 되찾고 있다. 2022.10.17 (사진=연합뉴스)

지난 주말 대한민국의 일상을 멈추게 한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는 기업과 정부 당국, 그리고 정치권의 무사안일이 빚어낸 총체적 인재(人災)로 밝혀지고 있다. 카카오는 자신들의 기본이라 할 데이터 안전 관리 업무를 등한시했고 관계 부처와 여야 각 정당은 데이터 분야 제도 정비를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 화재가 한 나라의 통신을 마비시킨 어처구니없는 이번 사태로 세계 최고의 IT 강국이라는 한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디지털 재난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카카오는 과연 초일류 플랫폼 업체가 맞느냐는 탄식이 나올 만큼 기업 경영의 후진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라는 카카오톡을 시작으로 교통과 금융, 부동산 등 거의 모든 플랫폼으로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거듭해왔다. 경쟁업체인 네이버와 사업 영역을 양분하다시피 하는 초고속 몸집 불리기로 계열사만 130여개에 이르렀다.

나날이 커지는 기업의 덩치에 비례해 인프라도 탄탄하게 구축돼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그 이면은 허술함 그 자체였다. IT 기업의 생명줄이라는 실시간 데이터 백업체계조차 완벽하게 갖춰놓지 않았다. 화재나 지진, 테러 같은 비상사태로 작동이 멈출 것에 대비해 서버를 여러 데이터센터에 분산해 두는 이중화 작업은 기본 중의 기본에 속한다. 이번 사태에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네이버가 2013년 춘천에 이어 내년 세종에 제2데이터센터를 완공할 예정인 것과 달리 카카오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한양대 안산캠퍼스에 첫 자체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라고 한다. 완벽한 백업시스템조차 갖추지 않았으면서 멀쩡한 회사의 사업 부문을 잘게 쪼개는 물적분할로 개인투자자들의 피눈물을 흘리게 한 카카오였으니 국민들로선 더욱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카카오가 먹통이 된 동안 자영업자들은 결제시스템 마비로 막대한 영업 손실을 냈고 택시 기사들은 승객 콜을 받지 못해 이틀 연속 허탕을 쳤다. 카카오는 신속한 복구작업과 함께 피해를 본 국민에 대한 적절한 배상도 강구해야 한다.

이번 초대형 인재의 책임 소재에서 정부 부처도 자유롭지 못하다. 카카오는 민간 업체라고 하지만 국민의 소통을 떠맡은 국가의 중추 신경망에 해당한다. 정부는 당연히 데이터센터 안전과 디지털 재난시 대응 매뉴얼 등 관련 제도를 촘촘하게 정비해놨어야 했는데 정치권만 쳐다보기에 급급했다. 더구나 이번 사태와 유사한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에 따른 통신대란을 겪고도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지 않았으니 '안전불감증'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정치권 역시 책임을 피해 가기 어렵다. 정부는 지난 2020년 국가 재난 사태가 일어날 경우 데이터 소실·유출 등을 막기 위해 민간 데이터센터도 '국가재난관리시설 기본계획'에 포함해 관리하도록 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입법 추진했으나 국회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데이터 규제'라며 시장 역행이니 재산권 침해니 불평하는 업체들 논리에 넘어간 것이었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카카오의 데이터 관리 부실과 플랫폼 독과점 문제를 거론하면서 재발 방지 대책을 서둘러 마련한다고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사후약방문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출근길 문답에서 카카오 사태와 관련해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망이지만 국민 입장에선 '국가기반통신망'과 다름없다"며 재발방지책 마련을 약속했다. 당장 국가안보실은 범정부 사이버안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를 안전 불감증이 만든 인재로 규정하고 독과점 방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고,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카카오가 독점적 지위에서 공적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그 책임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관련 입법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날로 기술이 고도화되는 북한의 사이버 침투나 국내외 해커의 포털 공격으로 나라의 일상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또 다른 교훈을 남겼다. 북한이 7차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도발 수위를 높이는 이때 뒤늦게라도 철저한 데이터망 관리대책을 조속히 만들어 국민 불안을 덜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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