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남진과 현빈, 그리고 BTS…스타가 오래 빛나는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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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남진과 현빈, 그리고 BTS…스타가 오래 빛나는 길은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2.10.1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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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의 병역문제를 두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논할 때 중장년층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가수 남진(77.본명 김남진)을 꼽을 것이다. '귀신 잡는 해병대' 용사로 베트남전에 참전했기 때문이다. 남진은 전남 목포 국회의원과 신문사 사장을 지낸 김문옥의 아들로, 지금으로 말하면 '금수저'였다.

"내 눈에 딴따라는 안된다"는 부모의 반대를 꺾고 연예계에 입문한 남진은 1967년 작곡가 박춘석의 '가슴아프게'로 대히트를 치며 20대 초반 나이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듬해에는 당대 최고의 배우인 문희와 신영균이 주연한 '미워도 다시한번'이 한국 영화 역대 최다 관객을 불러 모으면서 이 영화의 주제곡을 부른 남진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다.

남진 음반 서울생활사박물관
남진 음반
서울생활사박물관

그러던 남진이 속된 말로 군대 뺄 수 있는데도 해병대에 자원입대한다니 국민들로선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남진은 이후 그의 뒤를 따라 해병대에 입대한 '갈대의 순정'을 부른 박일남과 함께 '연예병사'로 편하게 지낸다는 신문 보도가 나와 특혜 논란이 일자 베트남 참전을 자청, 파월 해병 2여단 청룡부대로 배속됐다.

바로 3년 전 육군의 맹호, 백마, 청룡부대 파병 때 국민들이 거리로 몰려 나와 눈물을 흘리며 장병들의 무운을 빌고 이화여대에선 김옥길 총장과 학생들이 환송사를 헌사할 정도였으니 '파월 장병' 남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어느 정도였는지 쉽게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남진은 원래 1년간 가기로 돼 있었지만 수많은 전우가 눈앞에서 산화하는 것을 보고 파병 연장신청을 해 베트남에서 3년의 복무를 마쳤다. 월남에서 돌아온 남진은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라는 애칭까지 덤으로 얻으며 인기 절정을 구가했다.

흡인력 있는 외모와 굵고 박력 있는 목소리, 하반신을 흔드는 현란한 춤동작 등 여러모로 프레슬리와 닮았기 때문이었다. 엘비스가 인기 절정의 시기에 군에 입대해 동독과 대치하던 서독에서 군 복무를 한 행보도 남진의 인기 가도에 한몫 했다.

지난 2001년 3월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해병대 교육훈련단에 입소한 인기배우 현빈의 군복 입은 모습. 2011.3.22 해병대 블로그 '날아라 마린보이' (사진=연합뉴스)
지난 2001년 3월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해병대 교육훈련단에 입소한 인기배우 현빈의 군복 입은 모습. 2011.3.22 해병대 블로그 '날아라 마린보이' (사진=연합뉴스)

배우 현빈(40.본명 김태평)도 병역을 통해 국민에게 더 큰 사랑을 받게 된 스타다. 2005년 출연작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시청률 50%의 대기록을 쓰면서 당시 트레이닝복 차림의 '삼식이 열풍'을 몰아친 현빈은 2010년 SBS '시크릿가든'으로 배용준을 이을 차세대 한류스타로 우뚝 서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현빈도 남진처럼 인기 절정의 순간인 2011년, 나이 서른줄에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해병대원들이 전사한 지 불과 넉 달 뒤였다. 남북이 일촉즉발의 군사 대치 상황에서, 그것도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적진에 투입되는 수색대에 지원했다는 소식은 또 한 번의 신선한 감동을 선사했다. '바른생활' 이미지는 악역도 해야 하는 배우에게는 약점이 될 수 있지만, 현빈 고유의 '신뢰성'은 그때 만들어졌다.

2013년 1월 군복 입고 있는 가수 비(본명 정지훈)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3년 1월 군복 입고 있는 가수 비(본명 정지훈)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빈과 동갑내기로 비슷한 시기에 '월드스타'의 지위에서 육군에 입대한 가수 비(본명 정지훈)의 케이스도 어찌보면 '현빈 효과'와 맞물린 탓이 크다. 가수 비는 자주 휴가를 받고 외출 중에 지금의 부인인 김태희와 만난 사실이 드러나 부당 특혜 시비에 휘말렸다.

이를 계기로 다른 연예인 병사들의 복무 이탈과 성비위가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이 커졌고, 급기야 연예병사(국방홍보지원병) 제도가 16년 만에 폐지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과가 끝나면 휴대폰을 사용하고 외출 외박도 비교적 자유로워진 현재 군대 상황에 비춰보면 다소 과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연예인의 병역 이행에 대한 국민 정서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2002년 공익근무요원 소집을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기피 파문을 일으킨 스티브 유(46.한국명 유승준)는 줄기찬 소송전에도 20년째 고국 땅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BTS 전격 입대 결정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7일 맏형 진을 필두로 입대를 전격 선언했다. 사진은 방탄소년단 진. 2022.10.17 [방탄소년단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BTS 전격 입대 결정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7일 맏형 진을 필두로 입대를 전격 선언했다. 사진은 방탄소년단 진. 2022.10.17 [방탄소년단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빌보드차트를 석권한 세계적 아이돌 그룹인 BTS 멤버들이 맏형 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입대해 병역을 이행하기로 했다. 병역이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라는 진리를 새삼 일깨워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누구도 병역 앞에선 예외가 아니다'라는 것을 스타가 몸소 보여줄 때 국민들은 더 감동을 얻는 법이다. 당국은 벌써 "해외공연도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굳이 남진과 현빈 사례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왕이면 평범한 군 생활을 하도록 하는 게 멀리 보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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