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현의 전략공천, 광주의 선택
상태바
윤장현의 전략공천, 광주의 선택
  • 광주데일리뉴스
  • 승인 2014.06.02 1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54년 3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집권당인 자유당이 처음으로 정당 공천제도를 도입했다. 자유당은 지역구 대의원들의 비밀투표 40점, 시·도당의 평가 20점, 중앙당의 심사 40점을 합산해 최고득점자를 선정했다. 요즘 ‘상향식 공천’에 못잖은, 당시로선 선진적인 공천제다. 하지만 당 총재인 이승만 대통령의 재가 과정에서 최고득점자 중 낙천자가 속출, 최초의 상향식 공천제도는 사장됐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지속적으로 공천제도 혁신이 이뤄져 왔지만, 여전히 하향식 공천의 뿌리는 깊다. 경선이 대원칙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소위 ‘전략공천’이 여야 정당 모두에서 광범위하게 실행되고 있다. 사실 선진국에서처럼 책임당원제가 튼튼하면 ‘당원 투표’로 공직 후보를 선출하면 된다. 당원 제도가 부실한 상황에서 전면적인 상향식 공천은 현역의 기득권 수호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 그래서 신진 인물 수혈, 소수자 배려, 경쟁력 있는 인물 배치 등을 위한 ‘전략공천’의 유효성이 생긴다. 흔히 ‘양김’(김대중·김영삼)의 새로운 인물 수혈이 불꽃을 튀긴 1996년과 2000년 15·16대 총선에서 한국 정치를 주도할 인물들이 대거 여의도에 진입한 게 전략공천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여권에서 이명박 이회창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 야권에서 손학규 정세균 정동영 김한길 송영길 등이 그들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개혁’으로 포장해도, 본디 하향식의 ‘전략공천’은 특정 계파·보스의 세 확대와 자기 사람 심기 수단으로 이용되기 십상이다. 실제 역대 선거에서의 ‘전략공천’이 대개 그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광주시장 선거에 윤장현 후보를 ‘전략공천’해 후폭풍이 연일 거세다. 쟁쟁한 경쟁 후보들이 있는데도 경선을 배제하고, 여론조사 지지도가 낮은 후보를 일방으로 내리꽂은 때문이다. ‘새정치의 가치를 실현할 인물’을 전략공천의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은 야권의 상징지역인 광주에 ‘안철수 사람’을 포진시키려는 전략일 터이다. 그 명분들이 경선 원칙 파기, 정당 민주주의 훼손 등의 논란을 상쇄시킬까. 진정한 ‘전략공천’인지, 아니면 ‘정략공천’에 불과한지는 유권자들의 심판으로 가름될 일이다. 결과에 따라 ‘안철수 새정치’의 명운도 갈린다.

남은 선거기간동안 전략공천에 대한 비판과 반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광주시장의 당락을 결정짓는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후보가 '안철수 사람'이라는 인식이 널리 펴져 있는 것이 표심에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또한 윤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광주 신 오적이라 불리는 광주 국회의원 5명이 "윤 후보 캠프가 시민단체 출신 등으로 채워져 모두를 아우르지 못하고 있다"며 '거리두기'를 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윤 후보는 "전략공천에 대한 비판을 받을 만큼 받아 이제는 지지도가 올라갈 일만 남았다"며 "정치는 밥이고 복지는 인권이라는 신념을 갖고 늘 겸손과 낮은 자세로 수평적 소통을 이루는 첫 시민시장이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제 윤장현 카드의 성패 여부는 광주시민들의 몫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