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서해 공무원 사건' 진실 공방 아닌 진실 규명의 길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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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서해 공무원 사건' 진실 공방 아닌 진실 규명의 길로 가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2.10.2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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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노영민·박지원, '서해 공무원 사건' 기자회견[연합뉴스 자료사진]
서훈·노영민·박지원, '서해 공무원 사건' 기자회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오른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은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안보 관련 문제를 북풍 사건화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회견에서 지난 13일 발표된 감사원 감사 자료를 전면 부인하면서 "현 정부는 실체적 진실을 외면한 채 관련 사실들을 자의적·선택적으로 짜 맞추면서 사건을 왜곡·재단하고 있다"고 했다. 당시 감사원은 이씨 실종 이틀 후인 2020년 9월 23일 열린 관계 장관회의가 월북 판단의 분기점이었으며 안보실이 '자진 월북'으로 결론이 나도록 방침을 제시했다는 취지로 발표했다. 이 씨가 실종된 것으로 파악된 직후만 해도 월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 않았었는데 관계 장관회의를 거치며 '자진 월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또 당시 안보실이 이씨 발견 사실을 국방부로부터 보고받고도 '최초 상황평가회의'를 하지 않았고, 당시 문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상황 보고만 올린 뒤 야근 없이 퇴근했다고 했다.

그러나 노 전 실장 등은 회견에서 "실종자가 북측 수역에서 발견됐던 당시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이 아니었고 북측에서 구조됐던 정황뿐이었다"며 "실종자 위치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고 물리적으로 즉각 군사적 조처를 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또 SI(특수 정보) 첩보를 통해 실종자가 북측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이 제시돼 사실 여부 파악을 위해 안보관계장관회의가 열린 것이라며 "은폐를 시도했다면 관계 장관들과 보좌진까지 7~8명에 이르는 인원이 심야에 청와대에 모여 회의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서 전 실장은 "긴박하고 제한된 여건과 상황 속에서 당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며 "월북한 민간인까지 사살한 행위는 북한의 잔혹성과 비합리성만 부각시킬 뿐인데 이것이 북한의 입지나 남북관계에 과연 어떠한 이익이 된다는 것인가"라며 '월북 몰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월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현 정부는 다른 실종 원인에 대한 명확한 근거와 판단을 제시했어야 한다"고도 했다.

감사원의 감사 자료와 전 정부 안보 책임자들의 주장이 정면 배치되면서 이 사건은 진실 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누군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려면 이 씨가 왜 북으로 넘어가게 된 것인지 등을 파악해야 하는데 근본 질문은 물음표나 추정으로 남겨 놓은 채 정치적 주장만 되풀이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북한 김정은은 이 씨 피살 이틀 뒤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통지문을 보냈고, 당시 정부는 이를 북한 최고지도자의 이례적 사과라고 평가했다. 당시 여권 일각에서는 '계몽군주'라는 찬사까지 보냈다. 국가의 존재 이유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 대신 이념을 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던 이유다. 국민은 이 사건을 둘러싼 정치 공방이 아닌 실체적 진실 규명을 원한다. 검찰은 치우침 없이 진실을 명확히 규명할 책임이 있다. 그렇지 못한다면 이 사건은 우리 현대사의 또 하나의 정치적 미스터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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