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칼럼] 국가란 무엇인가, 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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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칼럼] 국가란 무엇인가, 왜 있는가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2.11.0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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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사고 분향소 조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2022.11.2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사고 분향소 조문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2022.11.2 (사진=연합뉴스)

나는 사람들 사이에 정의를 수립하는 국가를 원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는 국가, 국민을 국민이기 이전에 인간으로 존중하는 국가, 그런 국가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부당한 특권과 반칙을 용납하거나 방관하지 않으며 선량한 시민 한 사람도 절망 속에 내버려두지 않는 국가에서 살고 싶다. (유시민 '국가란 무엇인가' 본문 중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사고 현장 부근에서 한 경찰관이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인파로 가득한 거리에서 이 경찰관은 "(이쪽으로 가면) 안 돼요. 돌아가세요"를 외치며 인파 유입을 막아섰다. 그는 "사람이 죽고 있어요. 제발 따라주세요. 도와주세요"라며 애원하듯 소리쳤다. 사고 현장인 좁은 회랑으로 들어서려는 사람들을 제지하는 것으로 보였다. 영상 댓글에는 "진정한 영웅이다", "만약 그곳에 이런 경찰관 몇 명만 더 있었더라면…"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더 큰 참사를 막기 위한 그의 책임감 있는 행동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면서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공권력 집행관의 공무 집행에 박수가 쏟아지는 현실에 대해 국가 안전 고위 당국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들은 스스로 제 책임을 다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가지 마, 가지 마!" 이태원 압사 사고 국가애도기간 나흘째인 2일 희생자들 발인이 이어진 전국의 주요 장례식장에서는 남겨진 사람들의 끝없는 눈물과 탄식이 쏟아졌다. 광주 광산구 모 장례식장에서 한 어머니는 '부모 고생 안 시키고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다'던 효자 아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넋을 잃다시피 했다. "이제 눈물도 안 나와"라며 빈소를 나서던 어머니는 지하로 내려가 운구함을 마주하자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이미 다 쉬어버린 목소리로 어머니는 "그 고생하고. 고생만 하고 어쩔까나"라며 통곡했다. 운구함은 "가지 마"라는 가족의 절박한 외침을 뒤로하고 차에 실려 떠났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책임회피와 면피, 사태 축소하기 등의 행태로 희생자 유가족은 물론 국민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 합동분향소 설치와 관련해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는 '사망자'로 일반화시켜 '이태원 사고' '사망자'로 표기토록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추모식에 '근조'나 '추모' 글자가 들어간 리본도 금지했다니. 이게 국가인가.

이번 참사가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는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 안위를 지키는데 주체가 따로 있을 수 없고, 수많은 국내외 사례들이 행정과 치안의 책임이 명백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가지고 이런 비극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정부와 모든 단체, 기업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험할 정도로 인파가 몰릴 것을 미리 예상하고 정부는 사전에 대비했어야 하고 경찰이든 지자체든, 그게 정부가 했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는 반드시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며칠 애도만 하고 수습만 하고 지나간다면 또 다른 재앙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철저히 사고 원인을 조사해 유사 사고를 막을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도 조속한 사태 수습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잠깐 버티면 넘어갈 것이라는 안일한 사고는 더 큰 정권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제대로 된 국가라면 주최측이 없는 행사에 더 집중해야 한다. MZ세대들이 코로나19로 3년간 답답하게 지내다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 나들이 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철없이 놀러갔다가 사망한 것으로 생각하는 국가. 이게 무슨 국가인가. 지금 정부가 할 일은 변명이나 회피여선 안된다. 유가족의 찢겨진 마음을 어떻게 사회가 보듬고 함께 나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재발방지의 길을 찾는 것 뿐이다. 희생양 찾기 식의 반문명적 작태도 벗어던져야 한다. 대통령의 사과도 없이 법적 책임만 모면하려는 정부, 주최자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며 개인의 안전은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이런게 국가란 말인가. 윤 대통령은 이제사 책임추궁하며 강도 높은 감찰 등 호들갑을 떨고 격노한다니 참 볼썽사납다. 격노는 국민이 해야 할 몫이다. 국민 안위를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는 국가가 무슨 국가인지. 국가 책임은 시작도 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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