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트라우마를 다른 기억 중 하나로 저장하는 법 깨달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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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트라우마를 다른 기억 중 하나로 저장하는 법 깨달아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2.11.0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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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희 서울대병원 교수, 트라우마 개념·증상·대응법 소개
최수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서울대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수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서울대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람이 큰 사고나 자연재해 등 심각한 사건을 경험하면 공포감을 느끼고 정신적 외상을 입을 수 있다. 이런 '트라우마'를 일생 한 번 이상 겪을 확률은 50% 이상, 가까운 이의 죽음까지 포함하면 80%가 넘는다. 트라우마를 겪으면 심신 모두 부정적 증상을 경험할 수 있어 그 개념과 증상, 대응법을 미리 아는 게 중요하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수희 교수는 4일 보도자료에서 트라우마의 개념과 증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상세히 소개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트라우마는 실제적이거나 위협적인 죽음, 심각한 질병, 자신이나 타인의 신체적 위협이 되는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후 겪는 심리적 외상을 뜻한다. 스트레스를 넘어 안전과 생명에 위협이 될 만한 사건을 겪으면 발생할 수 있다.

트라우마 상황이 발생하면 극도의 긴장 상태를 유지하면서 피곤함, 두통, 소화불량, 식욕부진, 손발 저림 등 여러 신체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또 불안, 걱정, 원망, 화남, 슬픔 등 다양한 감정 반응도 경험한다.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모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큰일을 겪으며 드는 감정은 다시 닥쳐올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를 돕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심각한 트라우마 증상으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치료를 받으면 50% 이상은 3개월 내 회복하고, 80~90%는 1~2년 내로 회복할 수 있다.

증상 발생을 예방하려면 우선 충격적 사건을 겪은 사람에게 정서적 지지를 통해 평범한 일상 유지를 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줘야 한다. 향후 발생 가능한 상황과 받을 수 있는 도움을 알려주고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말로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을 표현하는 것도 감정 해소가 이뤄져 도움을 준다.

하지만 트라우마 직후 긴장 상태에서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 상황이 떠오르거나 감정적으로 견디기 어려우면 강박적으로 남에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트라우마가 있는 가족이나 지인을 도울 때는 위협받지 않고 안전하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게 중요하다. 옆에서 친밀하게 감정적 해소를 도와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불면이나 우울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일시적으로 수면제나 신경안정제를 복용해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수 주 이상 증상이 이어지면 전문가를 찾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가능성을 평가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PTSD는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사건 이후 강제적이고 반복적 기억, 관련 장소나 상황 등을 회피, 예민한 상태 유지, 부정적 인지와 감정의 네 가지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진단할 수 있으며, 약물과 정신 치료 요법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트라우마 이후 PTSD를 겪는 사람에게는 강요하지 않는 것, 피하지 않는 것, 다 아는 것처럼 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이 웃거나 행복하게 살 가치가 없다며 스스로 과도한 죄책감을 느낄 수 있음을 이해하고, 감정을 표현하고 일상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정서적으로 지지해줘야 한다.

최 교수는 "결국 중요한 것은 트라우마에 더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트라우마를 다른 많은 기억 중 하나의 기억으로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라며 "주변 사람들의 지지가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말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트라우마를 슬기롭게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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