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들어 가는 가뭄…남부지방 먹는 물도 바닥난다
상태바
타들어 가는 가뭄…남부지방 먹는 물도 바닥난다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2.11.11 0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 30년 만에 제한급수 걱정, 완도는 이미 심각 단계
농작물도 '비상' 제주 기우제…지자체, 물 아끼기 안간힘
저수율 낮아진 광주 식수원 동복호가뭄이 장기화하고 있는 2일 전남 화순 동복호의 저수율이 32%대로 낮아지며 저수지 가장자리가 드러나고 있다. 광주시의 주요 식수원인 동복호의 현 저수용량은 앞으로 140일 정도만 물 공급이 가능한 실정으로 1993년 이후 30년 만의 제한급수까지 우려되고 있다. 2022.11.2 (사진=연합뉴스)
저수율 낮아진 광주 식수원 동복호
가뭄이 장기화하고 있는 2일 전남 화순 동복호의 저수율이 32%대로 낮아지며 저수지 가장자리가 드러나고 있다. 광주시의 주요 식수원인 동복호의 현 저수용량은 앞으로 140일 정도만 물 공급이 가능한 실정으로 1993년 이후 30년 만의 제한급수까지 우려되고 있다. 2022.11.2 (사진=연합뉴스)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타들어 가는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올 여름·가을 강우량이 평년보다 턱없이 부족하면서 일부 섬 지역에서는 몇 달간 제한 급수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많은 양의 비가 내리지 않으면 제한 급수를 해야 하는 지역이 늘어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시내버스 세차 횟수 줄이기 등 수돗물을 아끼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내며 절수 캠페인에 나서면서 시민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 남부지방 6개월간 강수량 평년의 56∼71%…저수율 '뚝'

정부가 최근 발표한 11월 가뭄 예·경보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전국 누적 강수량(909㎜)은 평년의 86.6%로 심각한 편은 아니다.

문제는 남부지방이다. 강수량을 남부지방만 보면 평년의 56~71%에 그친다.

특히 내년 1월까지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예상돼 남부지방 물 부족 현상이 악화할 수 있다.

저수지 저수율도 바닥을 모르고 내려가고 있다.

농업용 저수지의 전국 평균 저수율은 평년의 96.8%로 대부분 정상이나, 강수량이 적은 전남북 저수율은 평년의 78% 수준이다.

특히 먹는 물로 쓰이는 식수원은 '위기' 상황일 만큼 매우 심각하다.

광주 시민의 주요 식수원인 동복댐 저수율은 지난달 31일 현재 33.4%, 주암댐은 32.7%를 기록했다.

1999년 급수 통계를 전산화한 뒤 최악의 상황이다.

동복댐의 경우 예년의 절반 정도 밖에 물이 차지 않아 앞으로 비가 내리지 않으면 내년 3월 고갈될 수도 있다.

가뭄 때문에 메마른 농작물[연합뉴스TV 제공]
가뭄 때문에 메마른 농작물
[연합뉴스TV 제공]

◇ 50년 만의 최악 가뭄 완도 섬 제한급수…월동작물 피해도

1973년 이후 가장 적은 강우량으로 5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는 전남 완도군은 지난 3월부터 일부 섬에 대해 제한급수를 이미 하고 있다.

완도 노화 넙도의 경우 수원지 저수율(6%)이 증가하지 않아 올해 5월부터 현재까지 1일 급수, 6일 단수를 시행하고 있다.

2천300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소안면은 미라제 저수율이 8%에 불과해 1일부터 2일 급수, 5일 단수를 하고 있다.

인구 3천650명이 사는 금일읍도 사정이 심각해, 지난 7일부터 2일 급수 4일 단수를 시행했다.

갈수기에 접어들면서 계속해서 비가 내리지 않을 시 제한 급수 지역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완도 주민 김모(54)씨는 "이런 가뭄은 태어나서 처음 겪는다"며 "제한 급수로 빨래와 샤워 등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는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인구 143만 광역시인 광주도 30여 년 만에 제한급수 걱정을 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1992년 12월 21일부터 1993년 6월 1일까지 163일간 격일제 등을 시행한 뒤 30년가량 제한 급수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비가 많은 비가 내리지 않으면 내년 3월 식수원이 바닥나는 만큼 그 전에 제한급수를 시행할 가능성도 있다.

가뭄이 지속하면서 농업용수가 부족해지면 전남·제주지역 월동작물 등 농작물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나주에서 농사를 짓는 이대원(53)씨는 "가뭄으로 겨울 배춧속이 덜 차 상품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가을 가뭄은 농작물 냉해와 병충해로 이어지고, 겨울에도 눈이 내리지 않으면 내년 봄 모내기를 하는데 물이 부족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 지자체 수돗물 아끼기 아이디어 속출…"최악의 상황 막자"

"제발 비를 내려주소서"[연합뉴스 자료]
"제발 비를 내려주소서"
[연합뉴스 자료]

광주시는 지속된 가뭄에 제한 급수 우려마저 나오자 수돗물 절약에 상응한 수도요금 감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시는 수돗물 사용량을 줄이는 만큼 요금을 추가 감면하기로 하고 시행 방침을 논의하고 있다.

가령 작년 동월과 비교해 10% 사용량을 줄이면 그만큼 감소한 수도 요금의 10%를 더 할인하는 방식이다.

감소량이 10∼40%일 경우 그 비율의 10%를 더 감면한다.

안평환 광주시의원은 "물 부족에 대응해 시내버스 세차 시 지하수, 중수(사용했던 물)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광주는 시내버스 세차로 월 440t 물을 사용하고 1대 세차에 쓰는 물은 290ℓ나 되는데 이는 시민 1명이 하루에 쓰는 양(300ℓ)과 맞먹어 세차에 쓰는 수돗물을 줄이자는 아이디어다.

물 부족이 심각한 제주도에서도 농민 시름이 깊어가면서 단비를 기원하는 기우제까지 열렸다.

구좌농협은 최근 제주시 구좌읍 용눈이오름에서 가뭄으로 인해 타들어 가는 농심을 위로하고 단비를 기원하는 기우제를 했다.

광주시, 전남도, 제주도 등은 가뭄대책 종합상황실 등을 마련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제한급수 지역 등 가뭄이 심각한 곳에는 양수기, 공용 물병, 인력, 급수차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완도 등 일부 섬 지역을 제외하고는 제한급수 지역은 많지 않지만, 겨울에 강수량이 적으면 대상 지역이 늘 수 있다"며 "일상생활에서 수돗물을 아끼는 계기로 삼아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