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대통령실의 언론사 전용기 탑승 거부, 처음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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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대통령실의 언론사 전용기 탑승 거부, 처음 있는 일이다?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2.11.1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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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 때 영부인 관련 오보 낸 동아일보에 대통령 해외순방 동행취재 거부
참여정부, 대통령·정부 비판 칼럼 실은 조선·동아에 "청와대 비서실, 취재 거부할 것"
국민의 정부·참여정부 땐 '청와대 비서실 출입제한·부처별 기자실 폐쇄'로 논란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첫 동남아시아 순방에 MBC 출입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방침을 발표하자 언론자유 침해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MBC 기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전용기 탑승은 외교·안보 이슈와 관련해 취재 편의를 제공해오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된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중요한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며 탑승 불허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계 5개 단체는 같은 날 긴급 공동성명을 내고 "헌법이 규정한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규탄했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런 적(특정 언론사를 지목해 전용기에 안 태운 적)이 없다"며 "(취재에) 공평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의 언급처럼 과거에 대통령실 또는 대통령비서실(이하 청와대로 통칭)이 특정 언론사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적은 없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과거 청와대는 이 밖에도 이른바 '편파·왜곡 보도'를 한다고 지목한 언론사의 취재를 제한하는 다양한 조치를 했다.

귀국길 기내 기자간담회 하는 윤석열 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마친 뒤 귀국길 공군 1호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2.7.1 (사진=연합뉴스)
귀국길 기내 기자간담회 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마친 뒤 귀국길 공군 1호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2.7.1 (사진=연합뉴스)

◇ 문민·참여·이명박·문재인 정부, 특정 매체 지목해 '취재 거부·출입 정지'

문민정부 출범 후 청와대와 중앙정부가 언론사에 내린 주요 취재 제한 사례를 보면 당장 문민정부 시절인 1995년에 고(故) 김영삼 대통령의 캐나다·유엔(UN) 방문 때 동아일보 청와대 출입기자의 동행 취재를 거부한 일이 있다.

이는 그해 10월 11일 동아일보가 영부인 손명순 여사가 백화점에서 쇼핑하다 8천만원을 소매치기당했다는 내용의 오보를 낸 데 대한 대응 조처였다.

당시 손 여사는 이런 사실을 부인하며 동아일보 측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동아일보는 사흘 뒤인 14일 '김 대통령 운전기사의 부인'이 소매치기당한 사실이 와전된 것이라고 정정보도를 내면서 손 여사에게 "진심으로 사과합니다"라는 사과문까지 게재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틀 후인 16일부터 28일까지로 예정됐던 김 대통령의 캐나다·UN 방문의 수행취재단에서 동아일보를 제외했다.

한겨레는 당시 소동과 관련, 같은 달 18일 '청와대의 '반칙''이라는 기자 칼럼에서 청와대의 이런 대응이 "언론자유 침해라는 거창한 문제 이전에 과연 '상식'이 무엇인가를 되새기게 한다"며 "일반 상식으로는 납득하기가 힘들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는 보수 언론과 대립각을 세웠다.

2003년 9월 21일 이병완 당시 대통령 홍보수석 비서관은 동아일보가 쓴 '권양숙 여사의 아파트 분양권 미(未)등기 전매 의혹' 보도가 악의적이라며 동아일보에 대해 홍보수석실의 취재 거부 방침을 밝혔다.

이 수석은 며칠 뒤 "홍보수석실 구성원들의 개인적인 취재 불응 외에 어떤 취재 제한도 없다"고 해명했지만 동아일보뿐 아니라 다른 신문들도 청와대의 이런 조처에 비판적 입장을 표명했다.

참여정부의 청와대는 2006년에도 보수 언론사의 취재를 거부했다. 이번에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였다.

노무현 대통령을 계륵에 비유한 조선일보의 '계륵 대통령'이라는 칼럼과 동아일보의 '세금 내기 아까운 '약탈 정부''라는 칼럼을 두고 "이보다 더 악랄한 보도가 있을 수 있느냐"며 이들 신문에 대해 무기한 취재 협조를 거부하기로 했다.

2003년엔 취재 거부가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한정됐다면 당시엔 청와대 전체 비서실로 확대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엔 청와대가 국방부의 엠바고(보도유예 요청)를 깼다는 이유로 미디어오늘과 아시아투데이의 출입기자 등록을 취소하고, 부산일보에 대해선 청와대 출입 정지 1개월의 제재를 내렸다.

문제의 기사는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의 구출에 나선 청해부대의 1차 작전 실패를 다룬 보도였다.

부산일보의 당시 설명에 따르면 이 신문은 국방부에 출입하지 않아 엠바고 사실을 몰랐으며, 엠바고와 무관한 단독 취재로 청해부대의 구출 작전 실패에 대한 기사를 썼다.

미디어오늘과 아시아투데이는 부산일보의 보도를 인용해 보도했다.

부산일보는 다만 국방부의 요청에 따라 해당 기사를 인터넷에서 내려 출입기자 등록 취소는 면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어떤 부처가 요청한 엠바고가 파기된 경우 해당 부처 출입기자에 대해 출입정지 같은 제재가 내려지는데, 국방부가 엠바고를 요청한 사안을 두고 청와대 출입기자가 불이익을 받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엔 통일부가 남북 고위급회담과 관련해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출신 조선일보 기자의 취재를 제한한 바 있다.

해당 기자는 그해 10월 12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남북 고위급회담을 취재하는 공동취재단에 포함됐다.

하지만 통일부는 공동취재단이 판문점으로 출발하기 1시간여 전에 돌연 해당 기자의 취재를 제한하겠다고 통보했다.

조명균 당시 통일부 장관은 이에 대해 회담 종료 후에 "원만하게 고위급회담을 진행해서 평양공동선언 이행 방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이행해나가야 되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정책적 판단이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기자들 사이엔 북한이 탈북민 출신 기자를 불편해하기 때문에 통일부가 사전에 해당 기자를 배제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었다.

50년 만에 전면 개방되는 청와대 앞길[연합뉴스 자료사진]
50년 만에 전면 개방되는 청와대 앞길
[연합뉴스 자료사진]

◇ 국민의 정부·참여정부는 언론 통제성 조치로 논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는 이처럼 특정 언론사에 대한 선별적 제재가 아니라 전체 언론사를 대상으로 취재를 제한하는 조처도 있었다.

국민의 정부는 1998년 2월 출범 당시부터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비서실 건물 출입을 막았다가 그해 5월에 비서실 취재를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그 이전엔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뿐 아니라 비서실 건물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취재를 했다.

1999년엔 정부 조직을 개편하면서 국정홍보처를 신설했다가 '옛 공보처의 부활로 언론 장악을 시도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공보처는 과거 언론 통제를 담당한 정부 조직으로 악명이 높았다.

국민의 정부는 이런 비판을 의식해 신문·방송 등 매체관리 기능을 국정홍보처로 이관하지 않고 기존 문화관광부에 놔두기로 했다.

참여정부는 기성 언론과 대대적인 전쟁을 벌이다시피 했다.

참여정부는 정권 출범과 함께 '개방형 등록제'와 '브리핑제'를 도입했다. 기존 출입기자제도가 인터넷 매체 등 신생 미디어의 참여를 어렵게 하는 등 폐쇄적으로 운영된다는 문제의식에서였다.

기성 언론사들이 주축이 된 출입기자단은 자체적인 협의로 기자단 가입 여부를 결정해 신생 매체가 기자단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참여정부는 기존의 기자실을 브리핑실과 기사송고실로 바꾸고 일정 요건을 갖춘 모든 매체에 이들 공간을 개방하기로 한 것이다.

균등한 취재 기회를 보장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기자들이 공무원 방문 취재를 못 하게 하고 언론사 취재에 응한 공무원은 이를 공보관에 보고하도록 한 점을 두고 취재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도 일었다.

참여정부는 정권 말기인 2007년 5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발표해 다시 한번 언론사들과 마찰을 빚었다.

개방형 브리핑제 도입 이후에도 기사송고실이 기존의 출입기자실과 다를 바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판단해 새롭게 '개선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따라 부처별로 설치돼 있던 브리핑실과 기사송고실을 정부중앙청사와 과천청사, 대전청사 등 3곳에 각각 설치되는 '합동브리핑센터'로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

특히 이런 내용을 담은 총리훈령인 '취재지원에 관한 기준안'까지 마련하자 언론계 안팎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결국 정부는 공무원이 언론 취재에 응할 때 공보관실과 사전 협의와 사후 보고를 하도록 한 조항 등 일부 독소조항을 삭제하며 이런 비판 여론을 부분적으로 수용했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언론사들의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합동브리핑센터 건립을 강행하고 부처 기자실을 폐쇄했다.

부처별 기자실은 차기 정부인 이명박 정부가 들어오면서 다시 복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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