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칼럼] '물 부족' 북청물장수 소환해야 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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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칼럼] '물 부족' 북청물장수 소환해야 할 판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2.11.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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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절약 캠페인
물 절약 캠페인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다가 9일 만에 구조된 광부와 보조 작업자의 건강 상태가 양호했다. 기적이었다. 이들은 동굴 천장에서 떨어지는 매일 한 컵 안 되는 물로 버티며 생환했다. 물은 생명수라는 말이 증명된 또 하나의 감동이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흔한 것에 대해 무감각하다. 세상에 흔한 것이 차고 넘치지만 그 중 물이 가장 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늘 넘칠 줄만 알았던 물이 귀해졌다. 극심한 가뭄에 농업용수와 마실 물조차 사라지고 있다. 주 식수원은 메마르다 못해 바닥까지 쩍쩍 갈라지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물 부족은 갈수록 심화할 수밖에 없다. 지자체의 항구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이와 함께 시민의 절수 동참이 필요한 때다.

광주시의 안일한 상수도 행정이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돗물이 줄줄 새는 노후 상수도관을 장기 방치하고 기존 수원지를 아무런 대책 없이 해제한 것이 대표적이다. 광주시의 누수율은 5.2%로, 전국 특·광역시 평균인 4.8%를 상회한다. 광주의 연간 누수량은 934만 톤으로 전체 시민이 20일 가까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그럼에도 노후 상수도관 교체 사업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광주시는 내년 예산안에 노후관 교체 예산으로 올해보다 29억 원 늘어난 114억 원을 배정했다. 상수도관 31㎞를 정비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런 추세라면 당장 교체가 시급한 상수도관 229㎞를 정비하는 데도 10년 가까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광주시는 최근 예비 식수원 중 하나인 제4 수원지를 41년 만에 상수원보호구역에서 해제했다. 환경단체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비상 취수원 확보 등을 이유로 반대했지만 외면했다. 더군다나 상수원 고갈로 불과 3~4개월 뒤면 제한 급수가 불가피하지만, 광주시는 시민들에게 물 절약 참여를 요청하는 캠페인 외에 가뭄 극복을 위한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영산강 물 끌어다 쓰기, 배수지 주변 관정 개발 등을 구상 중이지만 기술적 문제로 당장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광주·전남에서는 지난 11일 현재까지 총 315일 중 243일이 '가뭄 상태'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가뭄은 앞서 6개월간 내린 비의 양이 평년과 비교해 65%에 미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 올해 10월까지 광주·전남에는 평년 강우량 1304.8㎜의 60%에 불과한 786.1㎜의 비가 내리는 데 그쳤는데, 이는 1973년 기상청이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빗물 부족으로 식수원도 말랐다. 상수도사업본부는 13일 기준 동북댐과 주암댐의 저수율이 각각 32.1%, 31.9%로 떨어졌으며 추가로 비가 오지 않을 경우 두 댐은 내년 3월에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라고 밝혔다.

전남지역 4대 광역상수원 평균 저수율이 35.4%로 수돗물 공급 가능 일수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수준이다. 전남도는 당장 실천 가능한 절수 대책을 홍보해 장기간 이어지는 가뭄에 대한 도민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만큼 도민들이 실천할 수 있는 적극적인 가뭄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다간 1860년대 한양에서나 볼 법한 북청물장수 노릇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지게를 이고 이곳저곳 다니며 물 동냥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 될 수도 있다. 지금 당장 쓰는 물을 줄이지 않으면, 내일 먹어야 할 물이 사라진다. 물 한 방울이라도 아끼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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