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칼럼]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불통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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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칼럼]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불통 대통령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2.11.1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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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질의응답하는 윤석열 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2.11.18 (사진=연합뉴스)
출근길 질의응답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2.11.18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근길 소통(도어스테핑·약식문답)은 사전 조율 없이 진행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렇다 보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수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출근길 소통은 준비된 답변만 주고받는 형식이 아닌 기자들의 다양한 질문과 답변을 통해 국민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국민과의 소통의 통로라 할 수 있다. 준비 없이 하는 인터뷰인 만큼 무례한 질문이 있을 수 있으나 더욱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는 의미에 방점을 두는 것이 맞다. 기자들이 다양한 질문을 할 기회가 있어 이를 통해 사회의 많은 현안, 여론, 분위기 등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수할 가능성이 있어 출근길 소통은 예상치 못한 발언이 나올 수 있다.

대통령 출근길 소통에 염려했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윤 대통령은 18일 출근길 소통에서 지난 동남아 순방 때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것은 헌법 수호를 위해 부득이한 조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가 안보의 핵심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며, 마치 탑승 배제가 필요하고 정당한 일이었던 것처럼 억지를 부렸다. 헌법까지 들먹이며 거창하게 포장했지만, 사적 감정에 치우친 옹졸한 보복이라는 본질이 가려지는 상황은 아닌 듯하다.

이 시점에서 분명하게 다시 되짚어봐도 문화방송의 '이 ××'라는 비속어는 대상이 누구를 떠나서 대통령의 '입'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다. '이간질'과 '악의'를 거론할 것도 없이, 대통령이 스스로 언행을 조심했다면 애초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부주의로 비속어를 입 밖에 냈다면 깨끗이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온당한 처신이고, 한 적이 없다면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 밝히고 서둘러 바로잡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그 발언이 처음 보도된 지난 9월 22일 이후 뭉개기로 일관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사과 제안에도 사과할 일을 한 적 없다고 거절했다.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다.

우리 헌법이 언론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음은 법률가인 대통령이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언론의 자유에는 보도의 전제가 되는 취재의 자유가 당연히 포함된다. 헌법은 이런 자유를 제한할 경우 반드시 법률에 입각해야 하며, '자유의 본질적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제37조)고 못박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MBC 기자들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했다. 명백한 취재 제한 행위이고, 언론 자유의 침해다. 대통령의 자의적 판단으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어떤 근거도 헌법에 없다. 대통령의 헌법 수호론은 오히려 헌법을 무시하고 자신의 편협한 언론관을 드러낸 궤변에 불과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보도를 '가짜뉴스'로 매도하고, '헌법적 권한'이라고 강변하며 불이익을 주는 행위가 MBC 한 곳으로 끝나리라는 보장은 없다. 벌써 국민의힘 의원 일부는 '삼성의 MBC 광고 중단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며 대놓고 광고주들을 압박하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늘 그래왔듯이 기자들의 질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불편한 질문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못 들은 척하며 대통령실로 향한다. 이게 어떻게 국민에게 알권리를 제공하는 소통인가. 불통 아닌가.

결국 이날 용산청사는 상상할 수 없는 싸움판이 벌어졌다. 대통령실 취재를 담당하는 MBC 기자가 "MBC가 뭘 악의적으로 했단 거죠"라고 물었지만, 윤 대통령은 답하지 않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도어스테핑 장소가 싸움판으로 변한 건 그 직후였다. 그곳에 있던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이 "가시는 분 뒤에 그렇게 대고 말하면 어떡하느냐"고 지적하자 MBC 기자는 "질문도 못 하느냐"고 맞받았다. MBC 기자는 지난 9월 말 뉴욕 순방 당시 제기된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공개석상에서 영상이 있는데 뭐가 악의적이라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이 비서관은 "아직도 이러네"라고 했고, MBC 기자는 "여기가 군사정권이에요?"라고 하자, 이 비서관 "왜 군사정권이란 말이 나와요"라며 설전이 이어졌다. 여기에 대변인실까지 가세했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무엇이 악의적이냐'는 MBC 기자 질문에 대해 답하겠다"며 10가지 사유를 들어 반박했다. 들으나 마나 '이 ××'라는 비속어를 하지 않았다는 변명일 뿐이었다.

어찌 됐든 외교 성과를 설명하려던 윤 대통령의 도어스태핑 자리는 현안 관련 논란이 증폭되며 엉망이 됐다. 출근길 소통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기자의 질문에 대해선 선택적 답변만 하기 위해 열리는 것은 분명 아니다. 알권리를 갖고 있는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기자의 다소 의외의 또는 무례한 질문이 있더라도 국민과 더욱 가까이 소통하고자 하는 답변을 충실히 해야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되돌아서는 출근길 소통은 하나마나 한 것이고 국민을 위한 행위가 아니다.

이날 윤 대통령의 MBC 공격은 "자유롭게 비판하시기 바란다. 언론·국민의 비판을 늘 다 받고 마음이 열려 있다"는 말 뒤에 나왔다. '권력 감시'와 '국민 알권리 보호'라는 언론 역할을 인정·수용할 뜻을 비쳤지만 언행과는 달랐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돌아서는 기자들과의 소통은 대화가 아니다. 사실에 입각해 '진실의 창(도어스테핑)'이 돼야 한다. 대통령도 모르지 않겠지만 국민들은 세상의 모든 진실을 다 알고 있다. 국민이 두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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