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칼럼] 민주당, 수권정당 포기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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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칼럼] 민주당, 수권정당 포기한 건가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2.11.2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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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마친 이재명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대한노인회중앙회 정책협약식에서 인사말을 마치며 마이크를 정리하고 있다. 2022.11.23 (사진=연합뉴스)
인사말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대한노인회중앙회 정책협약식에서 인사말을 마치며 마이크를 정리하고 있다. 2022.11.23 (사진=연합뉴스)

어느 작은 한 동네에 이상한 로맨스 소문이 퍼져 여기저기 동네 어귀마다 쑥덕거리는 일이 벌어졌다. 대상으로 지목된 주민은 하소연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다가 억울했지만 주민의 눈을 피해 밤봇짐을 싸야 했다. 이런 소설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과거엔 종종 있었다. 청담동 심야 술자리 의혹이 결국 허위로 드러났다. 지난 한 달 내내 정치권을 뒤흔든 '윤석열·한동훈 심야 청담동 술자리' 소동은 거짓이었다. 이 해괴한 소문의 주인공은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이 파문은 지난달 24일 김 의원이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김앤장 변호사 30여 명과 지난 7월 19일 청담동 술집에서 새벽까지 술 마시며 노래를 불렀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그러나 의혹의 첫 '발설자'라는 여성 첼리스트가 지난 23일 경찰에 출석해 "전 남자친구를 속이려고 거짓말한 것"이라고 실토하면서 완전한 허위로 드러났다. 김 의원의 의혹 제기는 내용이 너무 황당했던 데다 기본적인 검증조차 건너뛴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폭로였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만 확인해도 허위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는데도 그런 노력조차 안 한 채 '아니면 말고'식 폭로를 한 건 다분히 상대를 해코지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제 진실이 드러난 만큼 김 의원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도 직접 사과 없이 간접적인 유감 표명 메시지만 내놨다. 김 의원은 기자출신 정치인이다. 기자는 본능적으로 어떤 제보나 정보에 의심부터 하게 된다. 기자는 듣고 물으며 매사에 의심을 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어떤 정보를 얻거나 익명의 제보를 받으면 사실관계 즉, 팩트체크를 여러 각도로 한 뒤 증거를 담보해 공개한다. 그런데도 지난 한 달 내내 김 의원과 민주당은 '사실이라면'이란 가정법으로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며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을 맹공했다. 거짓 뉴스를 유포한 김 의원도 문제지만 그를 엄호하며 부화뇌동한 민주당 지도부의 행태는 상식을 뛰어넘었다. 결국 민주당도 가짜뉴스의 공범이 됐다. 민주당은 "제보자 녹취 신빙성이 높다", "제2의 국정농단에 해당될 만큼 엄청난 사건"이라며 의혹을 기정사실화했다. 심지어 진상규명 TF와 특검까지 입에 올리는 등 김 의원을 두둔하고 비호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게 허위로 드러난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 민주당은 국민 앞에 공식 사과하는 것은 당연하다. 김 의원의 폭로를 업고 대국민 기만극에 동조했던 민주당 지도부도 책임져야 한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도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검은 코끼리' 별명이 붙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문제도 이제 가닥을 잡아야 할 시점이 왔다. 이 대표는 25일 검찰이 자신과 주변 사람들 계좌 추적에 나선 것과 관련, "언제든지 털어보라. 그러나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쇼하는 것은 검찰 조직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검찰, 수사하는 것 말리지 않는다. 저와 가족들 계좌 조사하는 것, 영장 없이 하는 것 제가 동의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밀행'으로 수사하지 않고 마치 선무당이 동네 굿을 하듯 꽹과리를 쳐 가며 악의적 의도를 갖고 하는 것이 못마땅하지만 사실관계를 떠나 최측근들이 구속되고 민주당이 안고 가기에는 버거운 문제에 대해 이제라도 당원과 국민들에게 도의적 사과라도 해야 한다. 이 대표 말대로 진실은 가려지겠지만 이런저런 말들로 당이 창당 이래 최대 위기가 아닌가.

더불어민주당은 대한민국 민주당계 정당으로 1955년 창당돼 부침을 겪어오며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끌었던 대표 정당이다. 민주당은 1987년 체제 이후 최초의 전국 선거 4연승으로 상징되듯 민주당계 정당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정당이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1석 차이의 신승을 거두며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섰고, 2017년 19대 대선에서 승리한 뒤 정권을 잡았다. 또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두고, 2020년 21대 총선을 통해 전체 의석수의 60%인 180석(더불어시민당 17석)을 확보하면서 1990년 3당 합당 이후 의석이 가장 많은 초거대 여당이 됐지만 정권을 5년 만에 넘긴 1987년 체제 이후 최초의 불명예스러운 당이 됐다. 더 나아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호남과 경기도, 제주도를 제외한 모든 광역단체장을 모두 내줬다. 전국단위 선거 2연패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앞으로 어떻게 쇄신하고 바꿔 나가야할지 고심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호남권을 제외하고는 7회 지선보다 지지세가 훨씬 낮아진 민주당으로서는 앞으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견제력이 훨씬 약해져 앞으로의 윤 정권의 시기를 어떻게 견디며 헤쳐나가야 할지 고민이 크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민주당은 지금의 보릿고개를 넘어 화급한 민생 현안이 가득한 엄중한 시기에 정신을 다잡고 나아가야 할 때다. 민생경제 추락을 막기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가까이 2024년 22대 총선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의혹 제기에 민낯을 그만 보이고 단일대오를 다시 꾸려 민생과 사법 리스크 투트랙으로 나가야 한다. 민주당 복당을 앞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을 잇달아 구속하고 중진 의원들의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이러다 민주당이 없어지면 민주주의가 없어진다"면서 "민주당이 함께 뭉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민주당은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야 한다. 이렇게 탄압하면 없어져야 되느냐"고 했다. 절체절명의 시기다. 2024년 총선에서 과반의석 이상을 지켜내지 못하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 수권정당이 될 수 없고 미래도 없다. 이민 가고 싶지 않게 정신줄 놓지 말고 민생을 위해 새로운 마음으로 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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