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칼럼] 광주시민이 기대하는 복합쇼핑몰
상태바
[신세계칼럼] 광주시민이 기대하는 복합쇼핑몰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2.11.28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왼쪽부터 '더현대 광주' 조감도와 '광주 신세계 아트 앤 컬처 파크' 조감도
사진 왼쪽부터 '더현대 광주' 조감도와 '광주 신세계 아트 앤 컬처 파크' 조감도

광주는 복합쇼핑몰이나 아웃렛이 없는 유통 불모지다. 광역시 중 유일하게 복합쇼핑몰이 없는 도시다. 문화의 도시 광주에만 없다는 복합쇼핑몰, 과연 어떤 공간일까. 사전적 의미로 말하자면 다양한 업태의 소매업체를 한곳에 모아 놓은 대형 상업시설로 보통 백화점 크기의 열 배 정도가 되는 공간에 상품, 음식, 볼거리 등을 제공하는 시설들이 모여 있어, 장을 보거나 외식을 하거나 문화 예술, 여가 따위를 즐길 수 있는 곳을 말한다.

광주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광주복합쇼핑몰 유치는 공공성과 소상공인 상생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복합 공간으로 시민 일상과 문화도시로써 도시문화의 향방을 가르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신세계가 복합쇼핑몰을 최초로 추진했다. 광주시와 신세계는 그해 5월 '지역친화형 랜드마크 복합시설 개발'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신세계는 광주 서구 화정동 이마트 부지에 지하 7층~지상 21층, 250실 규모의 특급호텔, 문화·레저·쇼핑시설 등이 포함된 복합시설을 건립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 신세계가 추진하려는 특급호텔을 포함한 복합쇼핑몰 개발에 제동을 걸었다. 당내 을지로위원회와 문재인 대표까지 중소상인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더 나아가 을지로위원회는 신세계와의 투자협약 재검토를 광주시에 요구하며 지역경제를 위한 중소상인의 협약 백지화도 요구해 없던 일이 됐다. 광주시는 마이스(MICE : 회의Meeting·포상관광Incentives·컨벤션Convention·전시회Exhibition) 도시로 도약을 위해 특급호텔을 포함한 복합쇼핑몰을 추진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표를 의식한 민주당이 상생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결과였다.

세상은 변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다. 지난 2월 20대 대통령 선거 기간 중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광주를 방문해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 카드를 꺼냈다. 민주당의 생채기를 건드린 것이다. 그는 "민주당은 복합쇼핑몰을 상권의 문제로만 보고 있다. 대형쇼핑몰은 광주의 문화 거점, 가족들이 함께 가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말해 광주시민의 관심을 끌었다. 복합쇼핑몰은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 해소는 소득·자산의 격차를 넘어 경험의 격차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정책 제안으로 광주복합쇼핑몰 유치가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했다.

이젠 광주에 복합쇼핑몰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 됐다. 그렇다면 광주복합쇼핑몰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공간이어야 하는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복합쇼핑몰 건립 사업에 신세계와 현대 등 대기업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두 대기업이 유통매장 건립을 추진하는 곳은 광주천을 좌우로 광천동 신세계백화점 일대와 임동의 옛 일신·전남방직 공장터다. 현대는 옛 일신·전남방직터에 49층 높이의 대규모 주상복합 아파트와 45층 규모 특급호텔, 복합쇼핑몰이 포함된 '더현대 서울' 면적의 1.5배에 이르는 규모의 변경 협상 제안서를 광주시에 제출했다. 신세계도 기존 백화점 부지를 포함해 영업 면적을 4배 가량 확장하는 미래형 백화점으로 리뉴얼하겠다는 백화점 제안서를 제출했다. 시는 지난 25일 사전협상조정협의회를 출범시키며 협상을 본격화했다.

대기업이 야심차게 추진하면서 고용창출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등 기대감이 높다. 그러나 도심 한복판에 복합쇼핑몰 입점에 따른 교통 체증이나 전통시장·중소상인 고사 등의 우려가 상존한다. 특히 도시경관이나 조망권, 바람길 장벽에 따른 도심 열섬현상 가속화 등 향후 시민 일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요소들이 광주시 결정의 고민거리다. 임동 공업용지를 주거·상업 용지로 변경해 고층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다. 아파트 과잉 논란이 이는 도시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볼 일이다. 더욱이 금남로 끝자락의 임동 초고층 빌딩이 무등산에서 내려오는 바람길을 차단하는 것은 아닌지도 면밀히 살펴야 할 부분이다. 신세계백화점이 짓겠다는 미래형 백화점 부지에는 시유지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특혜시비 논란 여지도 있다. 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들 미래형, 초대형, 한국 최초의 대형 쇼핑몰이 중소상공인 등 지역과의 상생, 사회공헌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지속가능성은 있는지 등의 여부이다. 또 용도변경에 따른 개발이익이 지역사회에 얼마나 환원되는지다.

전남·일신방직 부지 공공성 확보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4일 "무엇보다 부지 '공공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며 광주시의 책임감 있는 역할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전남·일신방직 부지가 인간의 욕망과 개발업자의 탐욕만으로 설계되도록 두지 않겠다. 공공성과 사업성이 조화를 이뤄 살아있는 과거를 바탕으로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과 도시 경쟁력 제고에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과 '산업 건축자산으로서의 가치', '전남·일신방직 공장건축물의 보존과 활용 가치기준 평가' 등이 수용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전남·일신방직 부지는 일제 수탈의 아픔과 지역의 산업화를 견인한 애증의 공간이다. 마지막 남은 근대산업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복합쇼핑몰과 특급호텔이 전부인양 접근하는 광주시의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며 전남·일신방직 부지가 제대로 개발될 수 있도록 광주시의 보다 책임감 있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광주 주변 상권과 유동인구 등을 고려했을 때 광주는 복합쇼핑몰 개발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유통업계는 광주는 1인당 민간 소비가 전국 4위로 부산과 비슷하고, 20~40대 소비자가 전체 광주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젊은 도시라고 분석했다. 또 광주에 점포를 내면 여수·순천·전주 등 호남권 일대 수요를 모두 흡수해 수익성이 좋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실제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광주의 한 주민은 "광주에 복합쇼핑몰이나 대형할인점이 없어서 대전까지 원정 쇼핑을 가는 경우가 많다"며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적기도 했다. 광주는 그동안 여러 차례 복합쇼핑몰 출점이 추진됐음에도 소상공인·시민단체 반발과 정치권 규제 등에 부딪쳐 무산돼왔다. 현재 복합쇼핑몰 유치를 둘러싼 광주 상인들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코로나19로 사회 양극화가 심화하는 마당에 복합쇼핑몰 입점으로 지역경제 선순환 고리마저 무너지면 지역 자영업자, 중소상공인은 일자리를 찾아 타지로 밀려나야 한다고 호소한다. 일각에서는 광주는 복합쇼핑몰이나 아웃렛이 없는 독보적인 대형 쇼핑몰 불모지 상권임에도 수익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여러 유통기업들이 광주 입점을 추진하던 시기는 대형 복합쇼핑몰이 전국에서 유행하던 시기였지만, 현재는 온라인 쇼핑이 더욱 강세를 보이고 있어 오프라인 점포 운영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또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계속되고 있어 오프라인 점포를 출점해 높은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여하튼 이제 광주시의 협상 역량에 광주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기업의 야심찬 프로젝트는 지역의 시장 가능성과 가치를 반증한다. 새 쇼핑몰은 도심 한가운데 대규모의 위용을 자랑하게 된다. 결정되면 돌이킬 수 없고, 시민 삶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에서 2015년의 과오를 범해서도 결코 서둘러서도 안 되는 이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광주는 예전부터 유통 대기업들이 복합쇼핑몰 출점을 노려왔던 지역이지만 번번히 실패해 왔다. 이제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복합쇼핑몰과 같은 대규모 쇼핑, 문화시설을 갖춰야 한다. 지역상인들과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광주시가 진출 기업과 지역사회의 모범이 될만한 상생의 모델을 반드시 구축해 추진해 주기를 광주시민은 바라고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