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불안' 면허증 확인도 없는 '묻지마 로드탁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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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불안' 면허증 확인도 없는 '묻지마 로드탁송'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2.12.0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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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탁송 기다리는 지원자들1일 오전 광주 북구 기아챔피언스필드 인근 도로에 기아 완성차를 개별 운송하는 업무를 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2022.12.1 (사진=연합뉴스)
로드탁송 기다리는 지원자들
1일 오전 광주 북구 기아챔피언스필드 인근 도로에 기아 완성차를 개별 운송하는 업무를 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2022.12.1 (사진=연합뉴스)

기아차 광주공장의 완성차 개별 운송(로드탁송)이 운전면허 확인 절차도 없이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차를 맡기는 위험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업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부실한 사전교육에 허술한 안전 점검은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아차 광주공장은 1일 로드 탁송을 희망하는 일용직 운전기사를 통해 이날 하루 2천여대의 완성차를 제3의 차고지나 물류센터로 옮겼다.

일용직 탁송 기사들이 차량을 한 대씩 운송하는 개별 운송 방식으로 물류 전반을 책임지는 현대글로비스가 외주 업체를 통해 인력을 채용했다.

하루 700~800명의 인원이 투입됐는데 부족한 인력은 탁송 기사 집결지 현장에 찾아온 지원자 중에 뽑아 충당하기도 했다.

현장 채용은 이름과 일당을 받을 계좌번호만 적어내면 무엇도 따지지 않는 '묻지마 채용'으로 이뤄졌다.

외주업체 관계자들은 탁송 업무의 기본이자 필수인 운전면허증 발급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았고 오로지 필요한 인원수를 맞추는 데 급급했다.

한 사람이 한 대씩 옮겨야 하는 개별 운송 특성상 하루에도 수백 명이 이런 식으로 투입됐는데 무면허거나 면허 취소된 이들도 얼마든지 투입될 수 있는 구조였다.

탁송 업무 투입에 앞서 이뤄지는 안전 교육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운행 직전 A4용지 1장짜리 '로드운송 주의사항'을 탁송 기사들에게 나눠주지만 읽어볼 틈도 없이 차량을 출발시키고 있다.

일부 수출용 차량의 경우 계기판 속도가 킬로미터(㎞)가 아닌 마일(mile)로 표시돼, 오인으로 인한 과속 가능성이 높은데도 별도로 안내하지 않았다.

한 차례 탁송 업무가 끝난 뒤에야 이런 내용을 알려주는 경우도 있었고, 관리자들이 대기 중인 기사들에게 하는 '과속을 하지 말라'는 당부가 교육의 전부였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수출용 차량이나, 수동기어 차량 등 일반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차들도 일용직 탁송 기사에게 무작위로 맡겨지는데 이에 대한 교육이나 별도 기사 배정은 없다 보니 일용직 탁송 기사가 톨게이트에서 사고를 내기도 했다. 여러 차례 탁송 업무를 맡았다는 A(59)씨는 "다른 건 몰라도 면허증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은 충격적이었다"며 "이런 식이라면 중고등학생도 신분을 속이고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탁송 기사 B(44) 씨도 "사고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데 다시 공장으로 가져가 망가진 부분만 고쳐서 새 차로 나올 것 아니냐"며 "이 일을 해보니 저는 탁송 대신 직접 차를 받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 측은 로드탁송에 별다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외주 업체가 탁송기사의 운전면허증을 확인하는 등 관리하고 있다"며 "규정에 따라 인력 수급이 이뤄지도록 다시 한번 외주업체 측에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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