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예산안 법정기한 내 처리 불투명…정쟁이 민생보다 우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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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예산안 법정기한 내 처리 불투명…정쟁이 민생보다 우선인가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2.12.0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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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실 나오는 여야 원내대표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일 오전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나오고 있다. 2022.12.1 (사진=연합뉴스)
의장실 나오는 여야 원내대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일 오전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나오고 있다. 2022.12.1 (사진=연합뉴스)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기한 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여야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문제 등으로 대치하면서 예산안 심사가 뒷전으로 밀렸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1일 "법정기한 내 통과는 많이 어려운 상황이고 정기국회 내 통과를 하려 해도 지금부터 양당 간 충분한 논의와 타협이 있어야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헌법이 정한 예산안 처리의 법정 기한은 2일이고, 정기국회 회기는 오는 9일까지이다. 갈등이 더욱 첨예화해 정기국회는 물론 연내 처리까지 무산될 경우 사상 처음으로 준예산이 집행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준예산은 예산안이 직전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까지 처리되지 못했을 때 최소한의 정부 기능 유지를 위해 전년에 준해 편성하는 예산이다.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을 것으로 믿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여야의 행태를 보면 미덥지 않다. 소위 '윤석열표 예산', '이재명표 예산'을 놓고 대립하는 것도 그렇고 민생과 직결된 예산안 처리를 이 장관 해임 문제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문제와 연계시키는 것도 그렇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새 정부의 첫 예산안인 만큼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 정부·여당도 준예산 집행 가능성을 흘리는 등 국회의 예산 심사 기능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논의가 교착한 지점은 표면적으로는 공공 분양 예산이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공공 분양 예산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이 예산을 줄이는 대신 공공 임대주택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공공 주택을 원가에 분양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 중 하나이고, 임대주택 확대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평소 지론이다. 그런데 공공 분야와 공공 임대는 모두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린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여야가 자당의 상황이나 이념적 지향에 따라 한쪽에 힘을 실으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따라서 이 정도 사안은 의지만 있다면 대화를 통해 충분히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협상 난항의 배경에 예산 외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이유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 기한 마지막 날인 2일 본회의에서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고, 국민의힘은 해임건의안 처리를 강행하면 예산안 처리는 물 건너가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나라의 살림살이가 정쟁의 하위 수단으로 전락한 꼴이다.

헌법 제54조는 국회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여야 모두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부터 법을 지키지도, 지킬 생각도 없으면서 힘없는 국민들에게만 준법을 요구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국회는 예산안 처리에 관한 헌법 규정을 어기는 일이 반복되자 2014년 국회법을 개정해 정부 원안의 자동 부의제까지 도입한 바 있다. 소위 '국회 선진화법'이다. 이후 예산안은 기한 내에 처리되거나 그렇지 못해도 짧으면 하루, 길면 8일 후 처리됐다. 국회 선진화법이 일정 정도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올해는 여야의 극한 대치로 예산안이 언제 처리될지 전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졸속 심사도 우려된다. 전날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심사를 완료하지 못한 채 활동을 종료하면서 미합의 쟁점은 원내 지도부와 예결위 간사 등 소수 인원만 참여하는 '소(小)소위'로 넘어갔다. 예결위와 달리 법적 근거가 없는 소소위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힘 있는 의원들이 지역구 민원을 끼워 넣는 소위 '쪽지 예산'이 횡행할 소지가 크다. 어차피 기한을 넘길 수밖에 없다면 제대로라도 심사해야 한다. 법을 어긴데다 깜깜이, 졸속, 쪽지 같은 뒷말까지 나온다면 경제난에 시름 하는 국민들을 볼 면목이 없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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