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칼럼] 옛 전남도청, 세계적인 기념공간으로 복원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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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칼럼] 옛 전남도청, 세계적인 기념공간으로 복원돼야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2.12.0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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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전남도청 복원 조감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옛 전남도청 복원 조감도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5·18 민주화운동의 격전지였던 전남도청이 2025년 옛 모습으로 돌아온다. 옛 전남도청은 1980년 5월 27일 시민군이 계엄군에 맞섰던 최후 항전지다. 이 항전지였던 전남도청이 2005년 10월 전남 무안으로 이전된 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원형 일부가 훼손됐다. 이후 2017년 제37주년 5·18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원형 복원을 약속하면서 복원이 추진됐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포함된 옛 전남도청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복원 공사를 거쳐 2025년 시민과 만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광주시, 옛전남도청복원범시도민대책위로 구성된 옛전남도청복원협의회는 최근 '옛 전남도청 복원사업 추진경과 보고회'를 갖고 복원과 함께 서사를 바탕으로 고증이 된 공간에 콘텐츠를 구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1980년 5월 당시 옛 전남도청에 배치됐던 물품과 사진, 영상, 음향, 그래픽, 실감콘텐츠 등을 다양하게 전시한다는 계획이다.

1980년 이후 광주시민을 비롯한 세계인들의 마음이 서린 옛 도청사의 복원은 역사적 과제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책무라고 할 수 있겠다. 세계적 명소가 된 베를린의 기억프로젝트처럼 세계의 예술인, 건축인들이 도청 전시 콘텐츠에 참여해 세기의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복원 대상은 옛 전남도청 본관·별관, 도청 회의실, 상무관, 경찰국 본관·민원실 등 6개 동이다. 이에 따라 옛 도청건물, 하드웨어와 함께 옛 전남도청에 선보일 전시콘텐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롭게 선보일 전시콘텐츠는 세계시민들이, 미래세대들이 1980년 광주를 호흡하고 공감하는 직간접적인 통로라는 점에서 도청 복원의 핵심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못지않게 소프트웨어, 전시콘텐츠 준비에도 부족함이 없어야 하겠다.

철거냐, 존치냐 논란이 일었던 '미디어월'은 결국 철거하되 다른 위치로 옮기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이전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미디어월은 지난 2017년 26억원을 들여 제작한 21×9m, 10×6m 크기의 대형 화면 2개를 결합한 것으로, 옛 전남도청 경찰국 본관 뒷면에 설치돼 있다. 미디어월은 지난 5년 동안 ACC에서 제작한 콘텐츠를 상영하며 시민들과 소통하는 열린 '창' 역할을 해왔다. 그동안 옛전남도청복원대책위는 "5·18 당시 건물에는 없던 시설물로, 미디어월이 건물을 가리고 있다"며 철거를 주장해왔다.

아시아문화전당이 개발한 콘텐츠를 알리고, 미디어아트를 상영해온 미디어월은 아시아문화전당을 알리는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미디어월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빛을 발하며 연평균 미디어아트를 포함한 콘텐츠 720건을 상영하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찾으면 광장에서 우리 앞에 서 있는 거대한 '미디어월'을 만난다. 광주가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선정되면서 설치한 이 거대한 미디어 벽은 우리의 시선을 머물게 하고 광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전당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특히 고음질의 다채널 음향시스템에 장착된 미디어월은 국내 최초의 멀티미디어 플랫폼으로 다양한 작품을 생산해내며, 유네스코 창의 도시 광주를 뽐내고 있다. 광주에서 만날 수 있는 대형 전시물 중 유일한 이 인공구조물이 어느새 도시 주변과 잘 어우러져 이제 도시를 읽게 하는 우리의 역사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미디어월'은 그동안 다목적 기능을 수행해 왔다. ACC에서 제작한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홍보 채널로서 역할이 대표적이다. 연평균 720건 정도의 콘텐츠가 미디어월을 통해 전달된다. 영상에 익숙한 청년층과 Z세대에게 미디어월은 가장 자연스럽게 ACC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매개체이자 통로다. 미디어월은 ACC의 5개 원 가운데 하나인 민주평화교류원의 본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하루 평균 2.5시간, 콘텐츠로는 열 개가량의 5·18 관련 작품을 상영해 왔다. 하루 가동되는 14시간 중 약 18%를 할애한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역설적인 상황이 존재한다. 5월 콘텐츠 홍보에 지대한 기여를 하면서도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의 후면을 가린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미디어월은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광주가 보유한 중요한 문화자산이다. 미디어월의 핵심 역할로 전당의 랜드마크 기능도 빼놓을 수 없다. 문화전당의 다수의 건물은 건축 구조상 대부분 지하에 들어서 있다. 문화전당을 외부로 알리는 상징물로 미디어월만 한 건축물이 없다는 것은 ACC를 방문한 사람이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어떻게 바뀌든 '미디어월'은 상징성 갖춘 광주의 문화자산이다. 전남도청의 복원 가치와 방향성도 살리고 콘텐츠 상영과 전당의 랜드마크의 기능도 아우르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시민들의 지혜를 한데 모아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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