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정치 실종 심화, 예산안 처리엔 합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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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정치 실종 심화, 예산안 처리엔 합심해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2.12.1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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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퇴장 속에 이상민 해임 건의안 표결 진행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의당 의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 투표 개표를 지켜보고 있다. 2022.12.11 [공동취재]
국민의힘 퇴장 속에 이상민 해임 건의안 표결 진행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의당 의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 투표 개표를 지켜보고 있다. 2022.12.11 [공동취재]

야당이 11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연말 대치 정국이 더욱 가팔라졌다. 이 장관 해임건의안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져 여당인 국민의힘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가결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의 상정 및 의결은 지난 9월 박진 외교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대통령실은 아직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번에도 해임 건의를 수용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10·29 이태원 참사 애도기간 때부터 이 장관 거취와 국정조사 문제를 놓고 대치하다 지난달 말 '선(先) 예산안 통과, 후(後) 국정조사'라는 합의를 도출했으나 민주당이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내면서 상황이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여당을 압박해 국조를 끌어내고도 해임건의 카드를 꺼내든 민주당이나, 싸늘한 여론에도 이 장관 방어에 당력을 쏟는 국민의힘이나 국민 눈에는 무책임해 보인다. 이태원 참사의 진상 및 책임 규명을 둘러싼 대립이라기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의혹 수사와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둔 주도권 싸움으로 보는 게 현실이다.

해임건의안 통과로 여야가 어렵사리 합의한 국정조사부터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이태원 국조특위에 소속된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원 사퇴하면서 국조가 야당 단독으로 치러질 공산이 커졌다. 여야 대치가 격화하면서, 한 차례의 청문회도 열지 못한 채 종료된 2014년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당은 국조 자체를 거부할지에 대해선 아직 가부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극적인 합의로 특위가 재가동되더라도 증인 채택과 일정 등 쟁점이 많아 국정조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유족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허언으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을 파면하지 않으면 이 장관 탄핵소추를 추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이 장관의 직무는 정지되고 정치권의 강대강 대치는 더 심화할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

지난 8일 본회의에선 여야 합의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한전법 개정안이 부결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한전이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을 못하면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해야 하는데도 집권 여당에선 소속 의원 절반가량이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고 민주당은 자당 의원 한 명의 반대 발언에 별 고민 없이 무더기로 반대표를 던졌다. 입버릇처럼 민생을 말하면서 서민 물가에 관심조차 없는 국회의 민낯을 드러낸 단적인 사례였다. 여야는 국민 삶과 직결된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도 힘겨루기를 거듭하고 있다. 예산안 통과 법정시한(12월 2일)을 지키지 못한 데 이어 정기국회 회기(12월 9일)마저 넘겼다. 2014년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예산안이 정기국회 회기를 넘겨 처리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여야는 오는 15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거의 모든 쟁점에서 진척이 없어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법인세 인하 문제가 최대 쟁점인데, 여당은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자는 반면 민주당은 재벌 등 초부자 감세에 불과하다면서 자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도 반대하고 있다. 법인세 인하는 여야의 경제철학과 결부된 해묵은 난제이긴 하지만, 오로지 국민의 관점에서 한 발짝씩 양보한다면 협상의 물꼬가 터질 것이다. 경제에서만큼은 여야가 하나임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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