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칼럼] '안전한 광주·전남' 폭설 대비, 강원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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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칼럼] '안전한 광주·전남' 폭설 대비, 강원도처럼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2.12.2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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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는 제설차'[연합뉴스 자료사진]
'힘내는 제설차'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고 40㎝의 기록적인 폭설이 그친 뒤 사흘째인 26일 광주·전남에서는 교통사고와 안전사고가 이어졌다. 이면도로나 사유지의 미흡한 제설은 추가 인명피해를 발생시켰다. 내렸던 눈이 녹아내려 아스팔트에 스며들고, 한파에 얼어붙으면서 눈에 보이지 않은 '암살자' 블랙아이스로 자리 잡아 곳곳에서 운전자를 위협했다. 쌓였다가 언 눈덩이로 길을 걷는 보행자도 조심조심 엉금엉금 걷기가 어려운 하루였다.

'제설' 하면 강원도라는 말이 있다. 강원도는 영동 지방의 폭설을 숱하게 겪는 과정에서 발빠른 대비책과 시스템을 갖췄다. 눈 온 지 한 시간도 안 돼 제설을 시작하고 종일 눈이 오면 하루에 두세 번씩 제설차가 움직인다. 강원기상청과 연계해 시·군별 제설 착수 단계를 미리 예측한다. 강원도는 인공지능 기반으로 적설 현황에 따라 제설 장비와 인력을 배치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강원도 제설팀의 활약은 재난에 대비한 매뉴얼과 시스템의 힘을 보여준다. 재난 앞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협력한 지자체 간 공조의 모범이 됐음은 물론이다.

한파가 전국을 뒤덮은 지난 주말, 호남·충청과 제주 산지 등 한반도 서남부에 눈 폭탄이 쏟아졌다. 호남 전 지역에 대설 경보가 내려진 전북에도 폭설이 집중됐고, 북서쪽에서 밀려온 눈구름이 노령산맥에 부딪치는 산자락에 자리한 순창·임실·정읍 일대에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순창군 쌍치면에는 최고 67.7㎝의 눈이 쌓였고 임실 57.2㎝, 정읍 45.7㎝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허벅지까지 차오른 눈에 주민들은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제설 작업을 무색하게 할 만큼 눈이 내렸다. 도시 지역의 교통은 마비됐고 농가 곳곳의 축사와 비닐하우스가 무너져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도가 지난 23일 강원도에 도움을 요청했다. 강원도는 제설차 7대와 인력 15명을 파견해 전주시와 순창·임실군에 긴급 투입돼 제설 작업을 했다. 강원도 팀은 숙련된 기술로 신속히 제설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순창군에 투입된 사륜구동 다목적 제설 차량은 산악 지형에 특화된 면모를 발휘하며 산간 지역 주요 도로 제설을 단시간에 완료했다. 이 맞춤형 특수차량은 눈이 많은 강원도와 제주도가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눈 올 때 팔짱 끼고 창문 너머로 지켜보다가 다음날부터 제설작업에 나선다. 지자체는 상황 대책 회의니 상황 점검 회의니 하며 밖에는 눈이 쌓여 가는데 탁상공론을 한다. 지난 17~19일 광주·전남에는 폭설이 예보됐지만 주요 도로 제설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민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번만큼은 선제적이고 기민한 대응으로 도로 결빙을 최소화한다고 했지만 막상 폭설이 쏟아지니 행정력 대응의 한계를 드러냈다. 워낙 많은 양의 눈이 쌓여 있는 탓이기도 하지만 눈이 쌓이기 전에 안전하게 치우는 노력 등이 부족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선제 대응책 없이 '큰길은 시청에서, 작은길은 구청에서, 골목길은 시민이'라는 원칙아래 제설 대책을 정비해 나가겠다'고 하는 후진적 생각에 매몰돼 있다.

강원도처럼 사륜구동 다목적 제설 차량 같은 장비를 확보하고, 눈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대책회의를 하기보다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눈 치우기를 하며 시민들에게 눈이 내리는 중에도 내 집 앞, 내 점포 앞 눈 치우기에 함께 나서도록 해야 한다. 시민들도 이번 경험을 거울삼아 삽 한자루씩 사서 대비하는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폭설은 언제든지 우리를 고립시킨다. 광주·전남 지자체는 '추가 폭설 피해를 막자'는 사후 수습과 신속한 복구도 중요하지만 피해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행정은 못내 아쉽다. 해답은 유비무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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