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칼럼] 승자·지역 독식 막는 선거구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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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칼럼] 승자·지역 독식 막는 선거구제 딜레마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3.01.0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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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과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신년인사회'에 입장하며 김진표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3.1.2 (사진=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과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신년인사회'에 입장하며 김진표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3.1.2 (사진=연합뉴스)

일상까지 파고든 정치 양극화와 극단의 대립 정치로 나라가 날로 피폐해지고 있다. 국민 10명 중 4명은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식사와 술자리도 함께하는 것을 불편해한다는 놀랄만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정치 성향이 다르면 본인이나 자녀의 결혼이 불편하다는 답도 43%에 달했다. 지역 갈등, 남녀 갈등, 세대 갈등, 빈부 갈등보다 정치 이념 갈등이 더 심각하다는 얘기다. 또 다른 신년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43.4%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개혁 1위로 '정치'를 꼽았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정치와 국회를 바꾸기 위해 승자독식 선거부터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넓어졌다는 증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중대선거구제 검토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김진표 국회의장이 다음날 신년인사회에서 개헌과 선거제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더이상 승자독식 체제가 유지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선거제 개편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 대내외 여건이 굉장히 어려운데 이럴 때일수록 여·야·정이 힘을 모아 대화해주기를 국민이 갈망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위기 상황을 미리 대비할 수 있게 국회와 정부가 한 몸이 되고 여야도 같이 해야 한다며 선거제 개편에 불을 지폈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소선거구제+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승자독식으로 구조다. 2020년 총선에서도 1천256만여표(43.7%)는 사표가 됐고, 사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수도권·호남과 국민의힘이 65석 중 56석을 점한 영남에서 컸다. 선거제가 유권자 뜻을 오롯이 반영하지 못하고 지역 독점을 심화한 것이다. 거대양당이 급조한 비례대표 위성정당도 표심을 왜곡하고 소수정당의 국회 진출을 막았다. 이러니 의원은 정당 공천에 더 매달리고 여야 정쟁만 커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선거구 제도를 바꾸는 게 그리 간단하고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이다. 2인·3인·4인 이상 선거구를 어떻게 정할지, 한 선거구에 정당 복수공천을 허용할지 등 짚고 따질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와 지역구·비례대표 조정 문제로 확장될 수 있고, 의원·정당별 이해관계에 따라 논의가 중단된 과거 전철을 반복할 수도 있다. 청년·여성들의 정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승자·지역 독식을 막는 방법에 중대선거제만 있는 것도 아니다. 비례대표제를 전국 권역별로 뽑거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위성정당을 막고, 지역구 다득표 탈락자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석패율제도 있다. 모든 선거제의 장단점을 두루 따지고 조합해 최대한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어내야 한다. 여야는 당리당략적 접근이 아닌 정치개혁의 대의에 입각해 선거법 개정을 논의해야 한다.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내년 4·10 총선에 처음 적용될 선거법 개정은 오는 4월 10일까지 마쳐야 한다.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지 않다는 일각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현역 의원들이 선거구가 줄어드는 것에 결사 반대할 게 뻔한데 성공하기가 힘들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또 영호남 갈등이 중대선거구 한다고 해서 해소된다고 보장할 수도 없고 경우에 따라 호남에서 민주당이 다 돼버리고 영남에서 국민의힘이 다 돼버리는 똑같은 결과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구제를 존속시킨다는 것은 망국적 지역주의 타파와 정치 선진화를 갈망하는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으로 표의 지역 간 불균형이 우려된다면 정당 득표율에 따른 지역구 낙선자 구제 등 여러 보완 장치를 강구하면 된다. 하지만 정당 민주화 없이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위험하다는 반대 의견도 있어 그리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당 간 유불리 의견도 분분하는 등 하기는 해야 하는데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쥐어뜯으면서라도 지혜를 짜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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